무엇을 구하느냐

c1d6b1e2c3b6b1e2b5b5.JPG주일이 되면 교회에 가기 위해 고속도로를 탄다. 왕복 1시간 30분을 차 안에서 혼자 운전하는 날이다. 이 시간이 참 좋다. 혼자 설교말씀도 듣고, 찬송도 부르고 기도도 하고 묵상도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회개하기도 하고, 때론 투정도 부린다. 지난주는 2015년 한 해 동안 난 무엇을 갈망하면서 하나님을 찾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하나님을 찾는 이유는 하나님의 도움이 필요해서다. 물질이나 질병이나 사역이나 자녀 등 현실에 필요한 문제들을 가지고 다양한 이유로 제각기 하나님을 찾는다. 나 또한 희귀성 헌팅턴 병을 앓고 있는 남편과 아들의 치유를 위해서 하나님을 찾았다. 심령이 가난해져야만 비로소 하나님을 찾는 인간이기에 하나님은 환난과 역경을 허락하셔서 우리로 하나님을 찾게 하신다. 그러나 믿음이 성숙해질수록 하나님을 찾는 우리의 갈망은 점점 더 진보되고 순결해져야 한다. 단순히 이 땅의 현실 문제만으로 하나님을 찾고 있다면 아직은 영적으로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요한복음 1장에 보면 요한의 제자들은 메시아를 갈망하며 간절히 찾고 있었기에 결국 메시아를 만났다. 예수님께서 당신을 좇는 그들에게 무엇을 구하느냐?”고 물으신다. 이것은 너희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무엇을 얻기 위해 나를 찾아왔느냐는 것이다. 그때 안드레와 다른 제자의 대답이 흥미롭다. 그들은 예수님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랍비여, 어디 계십니까?”라고 여쭙는다. 이것은 마치 동문서답을 하는 것 같다. 그들의 질문은 예수님이 살고 계시는 장소를 물은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를 살펴보기 원했던 것이다. 예수님과 함께 먹고 자면서 예수님의 삶과 인격과 진리를 배우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주님과 함께하고 싶었던 것이다.

어느 날 나에게도 예수님이 찾아오셔서 무엇을 구하느냐?”고 물으셨다. 당시에 선뜻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내 안에 순수한 갈망보다는 육신의 소욕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알량한 자존심과 고집은 내려놓지 않은 채 나의 욕망을 채우고자 하나님을 찾곤 하였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고통과 인내의 시간들이 싫어 눈에 보이는 기적을 구하면서도 하나님을 열심히 찾는 양 나 자신을 그럴싸하게 포장하기도 하였다. 겸손을 가장한 교만과 사랑을 가장한 나의 이기적인 모습들이 하나둘 떠올라 차마 입을 뗄 수가 없었다.

내 안에 숨겨진 수많은 어둠들로 인해 고개를 떨구었을 때, 예수님이 시몬 베드로를 보고 네가 요한의 아들 시몬이니 장차 게바라 하리라.”(1:42)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주님은 시몬이 주님과의 만남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될지 알고 계셨다. 비록 베드로의 현재는 허물과 약점과 결점으로 점철되어 있었지만, 그 안에 하나님을 향한 열정과 순수함이 깃든 게바가 있음을 주님은 꿰뚫어 보고 계셨다. 주님은 지금의 내가 아닌 장차 변화될 나의 모습을 보고 부르셨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 나를 위해 독생자 예수님을 십자가에 돌아가시게 하셔서 구원해 주시고, 나를 온전케 하시고, 몸소 부활의 첫 열매가 되셔서 영생의 길을 열어주셨다는 그 놀라운 사랑을 받았기에, 나는 오늘 하루를 살아가고 있고 맡겨진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선을 행하기 때문에, 내가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 큰 주님의 은혜와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해 지상파 방송을 통해 방영된 일사각오 주기철 목사님을 통해 주 목사님의 신앙 정절을 보며 큰 찔림과 도전을 받았다.

주님은 나를 위하여 십자가에 달리셨습니다. 머리에는 가시관 두 손과 두 발에는 쇠못에 찢겨져 최후의 피 한 방울까지 다 쏟으셨습니다. 주님은 나를 위하여 죽으셨거늘 나 어찌 죽음을 무서워 주님을 모른다고 부인할 수 있겠습니까? 오직 일사각오만 있을 따름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살아도 그리스도인답게 살고 죽어도 그리스도인답게 죽읍시다. 죽음이 무서워 예수를 저버리지 맙시다. 풀의 꽃과 같이 시들어 떨어지는 목숨을 아꼈다가 지옥에 떨어지면 그 아니 두렵습니까? 그러나 한 번 죽어 영원한 천국 복락 그 아니 즐겁습니까? 이 주 목사가 죽는다고 슬퍼하지 마십시오. 나는 내 주님 외에 다른 신 앞에 무릎을 꿇고는 살 수가 없습니다. 더럽게 사느니 보다는 차라리 죽고 또 죽어서라도 주님 향한 정절을 지키려고 합니다. ! 주님을 따라서, 나의 주님 뒤를 따라서 죽는다는 것은 나의 평생소원입니다. 나에게는 일사각오만 있을 뿐입니다.”

또한 마지막 순간 드렸던 주기철 목사님의 5종목 기도를 통해 우리들이 무엇을 구해야 할지 깊이 되새겨보게 된다. “첫째는 죽음의 권세를 이기게 하여 주시옵소서. 둘째는 장기(長期)의 고난을 견디게 하여 주시옵소서. 셋째는 노모(老母)와 처자(妻子)와 교우를 주님께 부탁합니다. 넷째는 의()에 살고 의에 죽게 하여 주시옵소서. 마지막으로 내 영혼을 주님께 부탁합니다. 아버지 집은 나의 집 아버지의 나라는 나의 고향이로소이다. 더러운 땅을 밟던 내 발을 씻어서 나로 하여금 하늘나라 황금 길을 걷게 하시옵고, 죄악 세상에서 부대끼던 나를 깨끗케 하사 영광의 존전에 서게 하옵소서. 내 영혼을 주님께 부탁하나이다. 아멘.”

예수님은 오늘도 무엇을 구하느냐?” 물으시며 다가오신다. 나는 무엇을 구하며 무엇을 찾고 있는가. 하늘의 것이 아니라면 그 어느 것도 다 무의미하며, 헛된 것이다. 하나님 보좌 앞에 서는 그날에 부끄럽지 않도록, 땅의 것이 아닌 하늘의 것을 구하자. 하늘의 것을 구하며 간절히 찾는 자에게 하나님은 새 일을 행하신다. 순간순간 본향인 천국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하나님만을 찾고 갈망하는 그곳에 내일의 영광이 있으리라 확신한다.

박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