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火) 다스리기

살면서 화가 날 수밖에 없는 크고 작은 상황들을 만나게 됩니다. 화를 내면 자신도 상대방도 상처를 받게 되고 화를 참자니 내 마음과 몸이 병들게 됩니다. 화는 한자로 불화()자를 씁니다. 화는 마치 불과 같아서 초기에 진압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다 태워버릴 수 있는 아주 무서운 존재입니다. 화는 인간의 아주 자연스러운 감정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그 화를 지혜롭게 잘 다스리지 못하면 자신과 이웃에 큰 피해를 끼치게 됩니다.

기질적으로 화를 잘 내는 성향이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의학자였던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가 사람에게는 네 가지 기질이 있다고 했는데 다혈질, 담즙질, 우울질, 점액질이라고 했습니다. 그 중 다혈질은 화를 잘 내는 기질입니다. 다혈질은 작은 일에도 갑자기 화를 내고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다혈질인 사람은 스스로 자기는 뒤끝이 없다고 합리화합니다. 상대방은 상처를 받아 평생 아파하는데 자신은 다 털어버렸다고 합니다.

보통 사람들이 살면서 상처를 받으면 그 상처가 내재되어 울분이 되고, 그 울분은 분노로 나타나게 됩니다. 자신이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 거부당하고 있다는 느낌, 지배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 마음에 상처가 됩니다. 그 상처를 처리하지 못하고 마음에 내재되어 있으면 울분이 됩니다. 그 울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상황이 발생하면 자기방어기제로 분노를 일으키게 됩니다.

사랑의 사도라 불리는 요한 사도는 원래 보아너게-우레의 아들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성격이 급하고 화를 잘 내는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더한 사람”(12:3) 모세도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해 사람을 죽였던 전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창세기 341-31절에 야곱의 아들 시므온의 분노에 대해 나옵니다. 야곱이 레아에게서 낳은 아들은 르우벤과 시므온과 레위와 유다와 디나입니다. 르우벤은 장자이고 유다는 막내이고 디나는 딸이기 때문에 귀여움을 받았을 것이지만, 시므온과 레위는 중간에 끼어 있어 어렸을 때부터 불평할 만한 환경에서 자라 분노할 일이 자주 일어났을 것입니다. 특히 시므온은 같은 처지에 있는 레위와 마음이 맞아서 늘 함께 불평하고 분노를 표출할 모의를 합니다. 그래서 이복 동생 요셉이 아버지에게 사랑받는 것을 보고 분노하여 요셉을 죽이자고 모의하고 그 일에 앞장서기도 했습니다.

세겜 땅에 살 땐 여동생 디나가 강간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는 다른 형제들과 세겜 성 추장 세겜을 죽이기로 모의하고 결혼 승낙 조건으로 세겜성 사람들이 다 할례를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세겜은 남자들을 다 모아놓고 할례를 받게 했습니다. 세겜성의 남자들이 3일째 고통으로 인해 움직일 수 없을 때, 시므온이 레위와 함께 칼을 차고 가서 모든 남자들을 죽입니다. 그 결과 야곱의 가족은 주변 족속들의 공격 위협에 직면했고, 급히 세겜 땅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야곱은 죽기 전 아들들에 대해 축복하면서 시므온에 대해서는 그의 혈기 있는 성품으로 인해 이스라엘 공동체에서 흩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49:5-9). 야곱의 예언대로 애굽을 나와 가나안 땅에 들어갈 때 12지파 중에 그 수가 가장 적은 수로 전락했고 가나안 땅에서는 유다 지파에 흡수되어 유다 지파의 영내에 몇 개의 성읍만 남게 되었습니다.

기질 때문이든 가정, 사회에서 살면서 쌓인 울분 때문이든, 우리는 내 안의 화()를 다스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에스키모인들이 화가 날 때 화를 다스리는 특별한 방법이 있습니다. 보통 우리가 화가 나면 가슴이 답답하고 뚜껑이 열린다는 표현을 하듯 머리가 몹시 아픕니다. 이 화의 에너지가 몸의 윗부분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화의 에너지를 풀어내기 위해서 에스키모 인들은 무작정 걷습니다. 발로 지칠 때까지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무작정 걷습니다. 화가 났다 싶으면 무작정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걷습니다. 그리고 한참 걷다가 화가 풀리는 지점에 나뭇가지로 표시를 하고 자신을 돌아봅니다. ‘내가 너무 집착했구나. 내가 너무 욕심이 많았구나.’ 그리고 살다가 또 화날 일이 생기면 무작정 또 걷습니다. 걸으면서 예전에 표시해 둔 나뭇가지들이 많은 걸 발견하면 요즘 내 삶이 힘들구나.’ 하고 생각하고, 나뭇가지들이 별로 없으면 내 삶이 살만하구나.’ 하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는 말이 있듯이 화의 에너지가 위로 올라갈 때 반대편인 발로 걷게 되면 신기하게도 화의 에너지가 평정이 된다는 것을 에스키모인들은 삶의 지혜로 터득했던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 볼만한 풍경이 없다면 공원이나 동네를 몇 바퀴 돌아도 괜찮고, 그런 시간적 공간적 여유가 없다면, 1분이 됐든 5분이 됐든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면 화의 감정이 반은 줄어들게 된다고 합니다.

화가 난 것은 마치 내 마음의 아기가 울음을 터뜨리는 것과 같아서 아이가 운다고 문을 쾅 닫아 둘 수도 없고 아이에게 화를 낼 수도 없습니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그 아이를 안아주고 달래주는 것입니다. 울고 있는 내 마음의 아기를 오랫동안 방치해두면 그 아기는 병이 나고 말 것입니다. 또 그 아기에게 화를 내면 아이가 상처를 받게 됩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내 마음의 아기를 돌아보면서 빨리 달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어느 정원사가 정원의 흙을 보고 너는 어떻게 그처럼 좋은 향기를 풍기느냐?”고 물었더니, “사람들이 나를 장미꽃 옆에 두었기 때문이랍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항상 주님과 함께 있었기 때문에 성급한 청년 요한은 사랑의 사도가 되어 온유한 성격으로 변화되었습니다. 요한의 야망도 편협한 외골수적 성격도 사라졌습니다. 하나님의 사람들은 화의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말씀을 묵상하며 하나님의 통제 아래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며 통찰력을 키워야 되겠습니다. 또한 분노할 수밖에 없는 환경 가운데서도 온유와 겸손과 인내와 사랑으로 묵묵히 견디어낸다면, 빛의 향기로 우리 주변이 한결 평안해질 것입니다.

노하기를 더디 하는 것이 사람의 슬기요 허물을 용서하는 것이 자기의 영광”(19:11)이라고 했습니다. 내 안에 일어나는 순간순간 화의 감정들을 잘 다스려 지혜롭고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변화되길 소망합니다.

이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