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같지 않아도

어느 수도원에 터터라 불리는 한 수사가 있었다. 그는 자신이 너무 불행하다고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이유는 처음 수도회에 입회할 당시는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꼈던 동료 수사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각자의 은사나 재능에 따라 자신보다 더욱 드러나는 것이었다.

오늘도 한 동료는 말씀을 증거하고 지친 모습으로 돌아와서는 금세 잠이 들어버렸다. 슬그머니 화가 났다. 자신은 온종일 수도원 청소며, 빨래, 음식 만들기를 했는데 대접받는 자리에서 화려하게 돋보이다 돌아와서는 모든 일을 뒤로한 채 지친 듯 잠을 자다니, 다음날 터터 수사는 각자의 일로 모두 나간 후, 어제 지친 듯 돌아온 동료 수사의 방에 들어가 보았다.

벽에 걸린 십자가, 책, 옷가지들, 자신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다 보니 한 구석에 빨지 않은 양말들이 지친 듯 구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양말을 보니 어젯밤 지친 듯 돌아오던 동료의 지친 어깨가 떠올랐다. 순간 터터 수사의 눈가가 젖었다.

‘내 형제인 동료가 인정받는 자리에서 설교를 하면 그것이 곧 나의 기쁨이 아닌가. 그 형제와 내 재능이 각각 다름이 얼마나 큰 하나님의 은혜인가. 그가 나와 같지 않음으로 하나님께서 받으실 영광이 얼마나 클 것인가.’

그는 벅찬 감격으로 무릎을 꿇었다. 자신은 불행한 것이 아니라 행복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었다. 구겨진 양말, 냄새나는 양말을 동료 수사를 사랑으로 안듯 가슴에 안았다.

나와 다른 형제들이 각자의 터전에서 각자의 은사대로 하나님께 드리고 있는 영광이 전부 자신의 기쁨으로 다가왔다. ‘이거로구나. 이것이 형제의 연합에서 오는 감격이요 기쁨이구나.’ 구겨진 양말을 가지고 세면장으로 간 터터 수사는 하얀 비누거품을 감사로 방울방울 흩날리며 즐겁게 찬양했다. ‘나는 양말을 빨고 내 형제는 주님을 증거하고,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한가족!’

“형제의 모습 속에 보이는 하나님 형상 아름다워라. 존귀한 주의 자녀 됐으니 사랑하며 섬기리.”

허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