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행하고 저것도 버리지 말지니

뉴욕시장 라과디아가 판사로 있을 때의 일이다. 하루는 거지노인이 빵을 훔치려다 들켜서 붙잡혀 왔다. 누가 보아도 불쌍하기 그지없는 노인이었다. 심문하는 판사에게 노인은 “하도 배가 고파서 그만 정신없이 빵을 집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하는 것이었다. 잠시 후 판사는 10불의 벌금을 내도록 판결을 내렸다. 판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지갑에서 돈을 꺼내들고는 “10불의 벌금은 제가 내겠습니다. 이것은 불쌍한 노인이 배고파 다니실 때 나는 호의호식한 죄에 해당하는 벌금입니다.” 판사는 모자를 벗어 10불을 집어넣고는 재판정 안의 사람들에게 말했다. “혹시 이곳에 나와 같은 죄를 지으신 분이 있거든 10불씩 넣어 주십시오!” 모자는 법정 안에 돌려졌고 거지노인에게 수북한 돈과 함께 건네졌다.

법을 집행하는 판사로서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한 처사를 했다. 죄에 해당되는 처벌은 벌금을 물리고 불쌍한 노인을 섬기는 사랑도 훌륭하게 실천하였다. 이것도 행하고 저것도 버리지 않았다.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삼상16:7).

하나님께서는 사람의 중심만 보시는 것이 아니라 외적인 것도 중요하게 보신다. 내용이 중요하나 형식도 갖추어야 한다. 내면이 청결해야 하나 겉모습의 경건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지성을 살리는 성경공부도 해야 하고 기도원에 올라가서 뜨겁게 부르짖는 기도도 해야 한다. 내면의 성숙만을 고집하면 무능한 자가 되고 외적인 성장만 치중하면 형식주의자가 된다. 이것도 행하고 저것도 버리지 말아야 한다.

다니엘서 6장에 보면 메대바사 제국의 총리가 된 다니엘이 모든 방백과 총리들보다 뛰어나므로 이를 질투한 방백들이 모함하려고 다리오 왕께 간언을 하였다. 그들은 한 금령, ‘지금부터 30일 동안 왕 이외의 다른 신에게 구하는 자는 사자 굴에 넣어 죽이겠다.’는 어인이 찍힌 조서를 만들어 방방곡곡에 붙였다. 다른 것으로는 흠을 찾을 수 없는지라 생각 끝에 다니엘이 날마다 기도하는 것을 보았으므로 이런 방안을 낸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다니엘이었으나 그날도 집으로 돌아가서 평소와 다름없이 창문을 활짝 열고 예루살렘을 향하여 큰 소리로 기도했다. 기회를 잡으려는 무리들에 의해 다니엘은 즉각 체포되었고 사자 굴에 던져졌다.

우리에게 이런 위기가 닥친다면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이시니 30일만 기도를 안 하든가 창문을 닫고 이불 뒤집어쓰고 몰래 기도한다고 뭐라 하시겠나?’ 하면서 타협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다니엘은 타협하지 않고 창문을 활짝 열고 큰 소리로 기도하였다. 창문을 열고 사람들이 듣고 보도록 하는 기도는 세상사람 앞에 하나님의 사람이라는 확실한 신앙고백을 하는 것이다.

길에서 전도를 하고, 버스에서 성경 읽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이 신앙인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된다. 사자 굴에 던져진 다니엘이 조금도 상하지 않고 살아 있음을 본 왕과 많은 사람들은 “다니엘의 하나님 앞에 떨며 두려워할지니 그분은 살아 계신 하나님이시다!”라고 외쳤다. 내가 하나님 사랑하는 것을 세상 사람들이 보게 될 때 하나님의 기적의 역사는 일어난다.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이시나 사람들이 보도록 창문을 열고 기도하는 외양도 갖추니 만인 앞에서 다니엘을 높이시는 역사를 하셨다.

교회에서 중책을 맡은 분이 예배에 자주 빠지면 그의 겉모습만 보고 믿음이 약한 사람은 시험이 들거나, 어려운 사정이 생기면 실족하게 된다. ‘구역장님도 저녁예배 안 나오는데 내가 믿음이 더 좋은 것도 아닌데… 에이, 나도 안 나간다.’ ‘새벽예배에 전도사님도 안 나오잖아.’ 사람들은 곧잘 자기 주변의 사람을 보고 넘어지게 되어 있다. 약한 믿음의 사람에게 거침돌이 되지 않으려면 중심은 하나님께 신령과 진정으로 드려야 하고, 사람은 외모를 보기에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섬기는 마음으로 각종 모임이나 예배에 열심히 참석하여 덕을 세워야 한다. 이것도 행하고 저것도 버리지 않는 지혜로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