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진단

 

우루과이의 작은 성당의 벽에는 아래처럼 변형된 주기도문이 써 있다고 한다.

『”하늘에 계신”이라고 하지 말라. 세상일에만 빠져 있으면서. “우리”라고 하지 말라. 너 혼자만 생각하며 살아가면서. “아버지”라고 하지 말라. 아들, 딸로서 살지 않으면서.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라고 하지 말라! 자기 이름을 빛내기 위해서 안간 힘을 쓰면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라고 하지 말라. 물질만능의 나라를 원하면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라고 하지 말라. 네 뜻대로 되기를 원하면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라고 하지 말라. 가난한 이들을 본체만체 하면서.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라고 하지 말라.

누군가에게 아직도 원한을 품고 있으면서.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라고 하지 말라. 죄 지을 기회를 찾아다니면서. “악에서 구하소서”라고 하지 말라. 악을 보고도 아무런 양심의 소리를 듣지 않으면서. “아멘”이라고 하지 말라.』

주님의 기도를 진정 나의 기도로 바치지 않으면서 왜 이런 주기도문을 써 놓았을까? 이시대의 올바르지 못한 기독교인들에게 핀잔을 주는 것임을 누구나 바로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 그리스도인인가 종종 자신을 점검해야 한다. 주기도문의 내용대로 제대로 살아가는 올바른 기독교인인지, 아니면 제대로 살지 못해 핀잔을 받아야 마땅한 기독교인인지.

어느 날 유치원생 딸아이가 샤워하다가 자기의 움푹한 배꼽을 콕콕 찍어보며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배꼽은 왜 있는 거예요?” 가만히 아이를 내려다보던 엄마는 “응 그건 말이지. 하나님이 사람을 만들어놓고 익었나? 안 익었나? 젓가락으로 찔러 보신 표시란다.” 라고 답 했다고 한다. 우리의 믿음도 젓가락으로 푹 찔러 보아야 한다. 익은 믿음인지, 안 익은 믿음인지 그것이 자신의 믿음을 시험해서 확증하는 것이다.

평생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종합건강검진이라는 것을 자의 반, 타의 반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종합검진이 적게는 20만원에서 많게는 수백 만 원이 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싼 이유는 더 정밀하게 검진할수록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비용이 부족해 가장 싼 기초건강검진을 하였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병을 찾기 위해 엑스레이를 찍고, 초음파를 하고, 약물까지 투여하여 속을 살피고, 피를 뽑고 혈압도 재고, 키와 몸무게도 재고, 그 과정들을 지나면서 영적 건강도 검사를 받아 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영적인 건강검진은 더 정밀하게 정밀검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우리의 믿음도 정기적으로 건강검진 하듯 검진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찔러보는 젓가락은 곧 검진하는 것이다. 성경은 하나님의 온전하고 기뻐하는 뜻을 찾아 뜻대로 살기를 요구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 뜻을 대충 짐작은 하지만, 정밀검사를 하듯 정밀하게 그 뜻을 살피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성도들 중에는 다른 사람들에 대하여는 하나님의 뜻대로 사는 일에 관심이 많지만, 정작 자신은 뜻대로 사는지 점검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본다.

고린도후서 13:5에는 “너희는 믿음 안에 있는가 너희 자신을 시험하고 너희 자신을 확증하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너희 안에 계신 줄을 너희가 스스로 알지 못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버림받은 자니라”라고 말씀 하고 계신다.

믿음 안에 있는가? 영적검진을 받아야 할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인 것이다. 뜻대로 사는가를 살펴야 할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신인 것이다. 간혹 그런 사람들이 있다. 다른 사람들의 건강 검진 받는 일에는 꼭 해야 한다고 하면서 정작 자신은 병원에 가기 싫어서, 또는 병이 있다는 진단을 받을까 무서워서 건강검진을 안하는 사람들이다.

영적인 건강 검진은 다른 사람이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 각자 내가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린도후서 13:5에는 “너희”라는 말이 자그마치 여섯 번이나 있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성도들이 다른 사람들의 신앙에 대하여는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자신의 신앙에 대하여는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신앙에는 둔감하고 심지어는 잘못 진단하는 경우가 많다.

라오디게아 목회자는 스스로 진단하기를 “나는 부자라 부요하여 부족한 것이 없다.”고 하였지만, 주님은 “네 곤고한 것과 가련한 것과 가난한 것과 눈 먼 것과 벌거벗은 것을 알지 못하도다”고 하셨다. 우리의 진단과 주님의 진단이 다르다는 것이다. 육신의 몸이 건강해야 자유로운 것처럼, 영적으로 건강해야 하나님이 우리를 자유롭게 사용하시고 그 안에 거하실 것이다.

미리미리 검사하여 질병을 예방하고, 병이 걸려도 초기에 발견하면 쉽게 치유되는 것처럼, 영적인 건강도 미리미리 검진하여 영적인 질병을 막아야 한다. 육체의 건강을 위해서는 운동을 해야 한다. 건강식품이나 식이요법 등을 통해 몸을 관리할 수도 있지만, 반드시 운동을 해야 한다.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처럼. 영적인 운동도 꾸준히 해야 하겠다. 성경은 “너희 몸은 너희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바 너희 가운데 계신 성령의 전인 줄을 알지 못하느냐. 너희는 너희의 것이 아니라 값으로 산 것이 되었으니 그런즉 너희 몸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고전6:16-10)고 하신다.

아직 종합건강검진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검사도중 스트레스 방어능력이 떨어진다는 검사원의 말이 귓가에 쟁쟁하다. 어쩜 영적 방어능력도 그렇지 않을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이안드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