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케이프 목사님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방교회를 성공적으로 목회하던 중 목회를 내려놓고 길거리로 나가 사람들의 발을 씻겨주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된다. 당혹스러워 약 14개월간 그 부르심을 거듭 확인한 후에야 온 가족이 순종하게 된다. 아내와 두 자녀는 트레일러를 타고 그는 대야가 달린 나무 십자가를 메고 나갔다. 바보 같은 순종이다.

시험과 순종

“예수님이 씻긴 발은 행복합니다”하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주님이 원하시는 곳이면 가리지 않고 예수님처럼 종이 되어 사람들의 발을 씻겨주는 사역을 20여년이 넘게 하고 있는 데이빗 케이프. 그는 기존에 누려왔던 모든 안전과 풍요로움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었지만 주님의 음성에 단순하게 순종하기로 결정했다.

1988년 10월 2일 초기에 그가 가장 위험한 소웨토의 한 거리를 지나가면서 “주님, 제가 꼭 얼간이 같아요.”라고 중얼거렸을 때 음성이 들렸다. “데이빗, 네가 그렇게 보였으면 하는 것은 네가 나의 증인이 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곧이어 그는 뜻밖에 인생 최대의 순종과 믿음의 시험을 겪어야 했다. 그곳은 가장 무서운 갱단들과 살인자들, 자동차 절도범들의 소굴이었다. 한 남자가 두 친구와 함께 서 있는 것을 보고 다가가 스티커를 붙여주고 대화를 시도했다. 처음에는 듣지 않다가 대화가 깊어지면서 그들은 서로 상의하더니, 보여줄게 있다며 따라오라고 했다.

그가 지저분한 골목 뒤편으로 따라가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순간 4명의 다른 갱들이 나타나 모두 7명이 그를 차고에 밀어 넣더니 안에서 문을 잠갔다. 이내 그를 둘러싸고 조롱하며 그 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이리저리 밀쳤다.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생각했다. ‘이제 막 시작했는데, 이렇게 모든 것이 끝나야 하다니. 이제 내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들은 어떡하지?’

순간 “데이빗, 너는 나를 위해 죽을 만큼 나를 사랑하고 있느냐?”는 주님의 요구가 있었다. 하나님께서 부르신 일을 하다가 순종하는 가운데 죽는 것이 불순종 가운데 사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식간에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갱들은 점점 간격을 좁혀왔고, 곧 칼이 자신을 찌를 것이었다.

“네, 주님. 지금 당신을 위해 죽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는 내면 깊은 곳에서 스스로 고백했다. 그 순간 데이빗의 의식 속에 바로 앞에 있는 남자에 대한 정보가 투시되었다. 즉시 데이빗은 그의 인생과 그가 한 일에 대해 말했다. 그 다음 사람에 대해서도 투시된 것을 말했다. 이렇게 7사람이 모두 자신에 대한 신상의 정보가 데이빗의 입에서 쏟아지자 그들은 주춤주춤하면서 뒷걸음쳤다.

그리고 그들은 한 사람씩 대야에 발을 담그고 자신을 예수님께 드렸다. 데이빗이 발을 씻기는 동안 그들은 주님께서 자신들의 삶 가운데 보여주신 죄악들을 고백하고 회개했다. 이 모든 일들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이후로 그는 깨닫게 되었다. 바보 같은 순종, 자신이 바보가 되어야 한다면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예수님을 위한 바보’가 되기 원한다는 사실을.

단련하시는 주님

점차 그의 사역이 알려지면서 여러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고 적잖은 위로를 받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그는 십자가와 배낭을 메고 작은 시골 마을을 지나 엄청 가파른 언덕을 숨가쁘게 기어 올라갔다. 또한 방금 폭우를 맞았기 때문에 온몸은 흠뻑 젖어있었다. 그때 반갑게도 한 크리스천 센터가 눈에 보였다. 쉴 수 있겠다 싶어 기뻐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두 남자가 앞을 가로막으며, 자초지종을 묻지도 않고 그를 향해 저주를 쏟아 부었다. 그들은 약 20분 정도 데이빗을 비방하고 “자기 멋대로 일한다” 고 강하게 몰아붙였다. 믿는 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공격을 받자, 그는 어안이 벙벙한 채 가슴 아파 속으로 울었다.

“자, 이제 당신에게 어떻게 해 줄까? 하하. 우리 발을 씻겨주고 싶은가 보네.” 그들은 낄낄거리며 조롱했다. 그곳을 나오는데, 눈물이 흐르고 감정이 끓어올랐다. “주님 왜입니까? 왜 믿는 자들이 공격한단 말인가요? 정말 하나님께서 저를 이 사역에 부르신 겁니까?” 꼬리에 꼬리를 문 의문과 마음속의 소용돌이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한참을 그렇게 아파하다가 문득 속에서 말씀이 떠올랐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 그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고후12:9). 그리고 큰 자존심 한 조각이 깨어지면서 자유함을 느꼈다.

주님의 일에 항상 사단이 굴복하고 우리가 승리하는 것만은 아니다. 주님은 종종 우리가 신실한 청지기가 될 것인지, 그리고 성령의 능력으로 충만하여 주어진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 연단의 체로 걸러내는 일을 하신다. 핍박, 비난, 조롱과 오해는 매일의 인생에 일상적으로 만나는 일들이다. 우리는 주님으로부터 이런 것들을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인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렇게 고난을 극복하며 그가 순종하여 조직폭력배, 알콜중독자, 한센병자와 시장, 군장성, 나아가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발을 씻겨줄 때 초자연적인 치유와 회복의 기적들이 속출했다. 그는 대야가 붙은 십자가, 물통, 수건, 의자 등 20kg이 넘는 짐을 지고 거의 3,000km의 대장정을 걸어 세족 사역을 하며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순례했다. 이후 걸프전이 일어났던 중동 등 전 세계를 누비며 오늘도 20여 년이 넘게 그의 세족 사역은 계속되고 있다.

그의 길거리 세족 사역이 우리에게 도전을 주는 것은, 누구든 순종을 통해 사회와 개인의 삶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발을 씻긴 수천 명의 사람들이 주님을 영접했을 뿐만 아니라 초자연적인 치유와 회복을 경험했다. 하나님의 나라에서는 성공이나 실패는 없고 오직 순종만이 있을 뿐이며 하나님은 순종하는 사람을 기꺼이 사용하신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야 하는 바보 같은 순종, 그러나 예수님을 위해 바보가 되는 것은 얼마나 큰 영광인가. 그의 세족사역을 통해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는 말씀의 참의미를 되새겨 보자. 진리에 순종할 때 진리가 우리를 자유케 하리라. 새해에는 진리를 찾아 나서자.

이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