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 생활

 

얼마 전 친구로부터 고민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시누이를 통해 전도를 받아 두 달 전부터 교회를 출석하게 되었는데, 그 시누이가 쇼핑 중독에 빠져 엄청난 액수의 카드빚을 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벌써 두 번째 있는 일이라 교회 나가는 것도 회의를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 이런 일이 터졌을 때 가족들이 몇 백 만원씩 돈을 모아 빚을 갚아줬는데, 또 다시 벌어지게 되니 가족들의 실망은 컸습니다. 매번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가족들은 큰 고통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믿음 안에 있다 하면서도 악습에 빠져 자신의 영혼도 망가뜨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덕이 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입니다.

현대인에게 영혼의 곤고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때가 가까워서 수시로 내 영혼을 관리하고 점검하지 않으면 어느 새 영혼이 정욕으로 잠들기 쉽고, 타성에 젖은 신앙생활을 하기가 쉽습니다. 잘 달려가는 것 같아도 수시로 영혼을 돌보고 관리하지 않으면 자만과 자기 열심에 빠져 은혜를 잊어버리고 영혼이 병들게 됩니다. 심령이 곤고해지고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질 때 영혼의 양식으로 채워야 하는데, 먹는 것과 쇼핑으로, 여가를 즐기는 쾌락 쪽으로 빠지다보면 그 누구하나 안전하다 할 사람이 없습니다.

적은 내 안에 있습니다. 마귀는 자꾸만 우리의 정욕을 누리고 즐기라고 합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생각이 허망하여지고 마음이 둔하여져서 십자가의 길과는 너무나 동떨어지게 됩니다. 고난이 싫어지게 됩니다. 그동안 쌓아올렸던 절제의 탑도 쉽사리 무너지게 됩니다. 문제는 사랑이 없어서입니다. 주님에 대한 사랑이 식어지면 식어질수록 영혼도 시름시름 앓게 되고 병이 들어 은혜가 고갈되어버립니다. 잠이 든 심령에 마귀는 가라지 씨를 뿌려 세상으로 눈을 돌리게끔 합니다. 자꾸만 세상적이고 마귀적이고 정욕적인 것으로 영혼의 허기를 채우게끔 부추깁니다. 마귀는 아예 우리의 믿음까지도 송두리째 뽑아버리려고 기회를 늘 엿보고 있습니다.

주님보다 더 사랑하고 집착하고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자꾸만 끊으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주님보다 물질을 더 사랑하기 쉽고, 주님을 위해 일한다 하면서 주님보다 일을 더 사랑하고, 자식에게 집착하기 쉽습니다. 세상의 것을 소유하려고 하는 욕망의 줄이 우리의 영혼을 옭아매지 못하도록 늘 깨어 있어야 합니다. 늘 자기중심적으로 자신만이 잘 돼야 하고 높임 받고 사랑받기 원하는 나 자신을 부인하고 주님의 뒤를 따라가야 되겠습니다.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고 버려서 아무것도 없게 된 것 같으나, 그것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길임을 주님은 우리에게 알려주셨습니다. 나의 모든 육에 속한 성질들을 십자가에 못 박아야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우리에게 보여주셨습니다. 죄성과 정욕의 막강한 세력 앞에 늘 무너지고 낙망하여 넘어지기 쉽지만, 성령님을 굳게 의지하며 열심히 달려가야겠습니다.

영적 허기증은 세상의 그 어느 것으로도 채울 수 없습니다. 도리어 기도와 말씀과 절제생활을 통하여 영혼의 배부름을 얻습니다. 영혼의 힘은 먹고 마시는 데 있지 않습니다. 어느 한 분의 고백처럼 우리는 밥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의 것으로 배부르면 배부를수록 영적인 힘은 더 약해집니다. 우리는 성령님의 도우심으로 살아가는 영적 존재입니다.

저 영원한 하늘나라를 소망하는 자는 예수님의 살과 피가 가장 보배로운 영혼의 양식이요 힘인 것입니다.

이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