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의 산에 올라


성경에 쓰인 ‘산’이라는 낱말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저는 성경에 표현된 ‘산’을 생각하면 설레는 마음과 애절한 마음이 동시에 교차됩니다. 시편기자는 “여호와는 광대하시니 우리가 하나님의 성, 거룩한 산에서”라며 거룩한 산, 시온산에 거하시는 주님을 찬양합니다. 나아가 이사야 선지자는 “우리가 여호와의 산에 오르며 야곱의 하나님의 전에 이르자”고 외칩니다. 그러면 우리에게 주님의 길을 가르치시어 우리가 그분의 길을 걷게 되리라고 합니다.

산은 거룩하신 하나님을 가장 가까이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곳입니다. 신비롭고 깊고 포근하게 감싸는 느낌이 그대로 하나님 품안에 있는 듯합니다. 예수님이 자주 산에서 기도하신 모습을 볼 때 산은 하나님을 만나는 장소로 드러납니다. 세 명의 제자들과 함께 오른 변화산에서 주님은 하나님 아버지에게서 영광을 받으셨습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니 너희는 저의 말을 들으라.’ 제자들은 하늘에서 들려온 그 소리를 들었습니다. 우리도 거룩한 산, 기도의 산에 오를 때 아버지의 음성을 듣게 됩니다. 주님을 만나는 기쁨과 설렘의 장소인 것입니다.

동시에 산은 비통함과 애절함을 느끼게 합니다. 예수님이 아버지의 뜻을 이루고자 자신을 내어준 곳이 산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 만찬을 끝낸 후 습관을 좇아 가신 곳이 감람산입니다. 그날 밤, 그곳에서 기도하실 때 흑암의 권세는 주님을 사로잡았습니다. 주님은 앞으로 닥칠 큰 시험을 이겨내기 위하여 땀이 핏방울 같이 되기까지 간절히 기도하셨습니다. 모든 이를 위로하신 주님이 심지어 하나님 아버지에게 조차도 위로받지 못하고 홀로 시련의 밤을 견뎌야 했습니다. 그 영혼의 고뇌가 애절하게 다가옵니다. “아버지여 만일 아버지의 뜻 이어든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주님은 이러한 시련의 밤에서 완전한, 전폭적인 순종을 통해 그 치열한 싸움에서 승리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내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

모든 시험의 때에 예수님은 승리의 확실한 길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항상 바른 길을 발견하며 시험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는 힘은 바로 순종입니다. 하나님께 “예”라고 말씀드릴 때 하나님과 하나가 되고 그 연합 속에서 강해집니다. 이 연합을 두려워하는 이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됩니다. 고통스런 시험 가운데서 눌리고 괴로워도 하나님께 “아버지의 원대로 제게 행하시옵소서”하는 사람 앞에서 사단은 달아나고 맙니다.

이제 어둠의 시간이 오자 제자 하나는 배반자로, 다른 제자들은 도망자로 드러났습니다. 주님은 잡혀서 끌려갔습니다. 대제사장들과 헤롯은 심판주 되신 예수님을 세상의 법정에서 심판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죽음의 선고까지 내립니다. 그래서 우리는 조심스럽고 두려운 마음으로 “주님을 위하여 힘쓰는 사람들을 판단함으로 오늘 당신을 또 다시 심판하지 않도록 이 큰 허물로부터 지켜 달라”고 하나님께 부르짖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기둥에 묶여 채찍질 당하십니다. 실제로 죄인인 우리가 있어야 했던 자리에 거룩하신 하나님께서 대신하여 무서운 고난을 당하십니다. 머리에는 가시관을 씌워 창조주이신 독생자에게 조롱과 모욕을 퍼붓습니다. 예수님은 가시관을 쓰심으로써 우리의 교만의 죄악의 값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보여주셨고, 무섭고 큰 형벌을 직접 담당하여 주셨습니다.

사람들은 예수님께 십자가를 지웠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와 하나가 되어 한 걸음 한 걸음씩 무거운 십자가를 지시고 가십니다. 십자가는 영원한 상징, 구원의 표적이요, 지옥을 이긴 승리의 증거가 되었습니다. 마음이 겸손한 주님이셨기에 다른 사람들의 죄 짐을 짊어지셨습니다. 우리가 상하고 겸손한 심령이 되어 우리의 죄악 된 본성을 직시한다면 거룩하심에 이르도록 십자가의 길을 통해 징계하시는 것에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듯 십자가를 지고 간 독생자를 큰 사랑으로 바라보셨던 하나님 아버지는 지금도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고 있는 우리들을 똑같은 사랑으로 바라보고 계실 것입니다.

이제 십자가를 단단히 붙들고 남은 힘을 다해 골고다 산을 오르신 주님 앞에 큰 못과 망치가 있습니다. 주님의 손과 발에 구멍이 뚫리고 상처로부터 속죄의 피, 구원의 피가 흘러나옵니다. 주님이 죽음에 이르는 상처를 받으셨고 생명을 대가로 지불하셨기에 인류는 생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믿음으로 보혈을 구하는 자들은 주님의 사랑의 구원을 얻게 됩니다. 결국에는 말씀을 지키며 따른 자들에게 은혜의 가장 큰 선물인 하나님의 성품에 참여하게 되는 영광을 받도록 하십니다.

십자가에 달려 운명하신 그 시간은 바로 어둠이요, 지옥의 고통으로 찬 밤이었습니다. 하나님께로부터 분리되어 죽으신 그 때에 성소의 휘장이 찢어지고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화목이 비로소 이루어졌습니다. 골고다 십자가 사건이 기쁨의 찬양으로 바뀐 것은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로 태어났기에 예수님의 십자가는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의 샘이 된 것입니다.

온 인류를 사단과 죄와 죽음의 권세로부터 자유케 하신 은혜의 십자가, 영광의 십자가에 달리신 어린 양되신 예수님을 경배합니다. 우리도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감람산과 골고다의 산을 향해 가는 발길이 천국의 시온산에 도달하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박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