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흔적, 성지순례


지난 10일 간은 생애에 있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시간이었습니다. 마음에 품고 흠모하던 성지순례가 현실이 된 것입니다. 어떤 절대 필요성에 의한 것이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급히 이루어 질 줄은 몰랐습니다. 모든 것들, 이를테면 시간, 여비 등이 복되고 고마운 손길들 속에 완전하게 주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교역자 기도회 중에 주신 주님의 메시지는 “이는 내가 계획한 것이다. 내가 그 일을 이루리라.”였습니다. 참으로 감사하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보기를 원하던 카타콤과 광야, 나사렛과 갈릴리, 베들레헴과 예루살렘 등을 순례하며 저는 가슴이 뛰고 피가 끓었습니다. 예수님이 다니셨던 마을마다 향기가 났고, 수많은 걸음으로 닳아버린 바닥의 돌마다 정겨웠습니다. 갈릴리의 가버나움에선 주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 했습니다. 주님이 기도하셨다는 곳에선 그대로 머물며 기도하고 싶었고, 주님이 금식하셨던 광야에선 함께 금식을 하고, 주님이 오르신 ‘비아 돌로로사’에선 구레네 시몬이 되어 주님과 함께 십자가를 지고 싶었습니다. 산상수훈을 가르치셨던 동산의 팔복교회에서는 찬송을 부르는 중에 그만 눈물이 솟았습니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천국이 저희 것이라….”
舊嗤?순례 행렬은 그리운 곳들을 너무 빨리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어야 할 필요는 분명히 있었지만, 함께 그렇게 내달리기엔 너무 아쉬웠습니다. 눈물이 고였다가도 이내 말라 버렸습니다. 계속 생각했습니다. 성경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가르치던 제가 얼마나 무지하고 오만했었는지, 성지순례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갖고 그리 열망하지 않았었음을 회개했습니다. 저는 여유 있는 부자들이나 유람 차 다녀오는 곳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만난 순례자들의 공통점은 갈망이었습니다. 주님에 대한 사랑을 품고 주님의 흔적을 찾는 그 열망이 그들에게 있었습니다. 부자이건 빈자이건 그들은 고백했습니다. “제가 여기 온 것은 한마디로 기적이에요. 정말 주님의 은총일 뿐 입니다.”
십일조를 드리고, 선교구제와 감사헌금 등을 드린 후, 자신을 위해 사용할 것을 절제하여 조금씩이라도 저축하며 성지순례를 꿈꿀 수 있다면 하나님은 어느 날 갑자기 그 일을 이루신다는 것입니다. 그곳에서 만난 선교사님은 어느 날 뜻밖에 예루살렘을 오게 되었을 때, 감사의 기도 중 주님의 음성을 듣고 목 놓아 울었다 했습니다. “네가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 내가 너를 이곳으로 초청한 것이다. 그동안 수고했노라.”
성지순례는 제게 너무 큰 충격과 감동이었습니다. 베데스다 못가에서는 헌팅턴 병을 앓고 있는 윤중이네를 위해 기도하며 모두가 눈물을 흘렸습니다. 성 제롬은 베들레헴 동굴에서 30년 간을 살며 주님의 탄생 동굴임을 증거 했다 합니다. 저는 예수님께서 떡과 고기를 구워놓으시고, 낙심하고 절망했던 베드로를 다시 만나 주셨던 갈릴리 바닷가에서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예수님, 저 다시 오고 싶어요. 그래서 그냥 주님이 부르시는 곳에 가고, 주님이 만나 주시는 곳에 있고 싶어요. 주님, 사랑합니다.” 아, 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이 다 함께 올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