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침묵

 

성경은 하나님께서 말씀하심으로 생명이 시작되었습니다. 또한 성경은 다음과 같은 말씀으로 끝납니다. “이 일 후에 내가 들으니 하늘에 허다한 무리의 큰 음성 같은 것이 있어 가로되 할렐루야 구원과 영광과 능력이 우리 하나님께 있도다”(계19:1)

창세기와 계시록 사이의 모든 이야기들은 예수 그리스도로 연결되는 하나님의 말씀에 관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성경은 말씀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책입니다.

하지만 요한복음 11장에서 보면 나사로를 무덤에 넣은 지 이미 나흘이나 되었지만 예수님은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날이면 날마다 예수님 오시기를 고대하는 마르다와 마리아는 미동도 하지 않으시는 예수님의 침묵을 고통스럽게 견디어야 했습니다. 우리도 이런 유사한 체험을 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간절히 기도해도 우리에게 침묵으로 대답하시는 하나님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한 밤중에 깨어나 제 곁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는 아이와 남편을 바라봅니다. 유전병으로 뇌세포가 사멸되어 몸의 모든 기능을 점점 잃어 가는 희귀질환인 헌팅턴 병을 앓고 있는 그들을 치유해 달라고 눈물로 기도한지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하나님이 내 기도에 응답하시지 않는 이유는 내 기도가 잘못되었기 때문일 거야, 내가 부족한 삶을 살아서 일거야.’ 하나님의 침묵을 고통스럽게 기다리는 시간 속에서 하나님이 가르쳐 주신 것은 하나님의 침묵은 곧 하나님의 응답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하나님께서 응답하시지 않는 기도 중에는 잘못된 기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이유는 제 방식대로 이해하기를 그치고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방향으로 들어오기를 원하셔서 침묵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우리를 너무 너무 사랑하시기 때문에 그 계시던 곳에 이틀 더 머무시는데 그 이유는 우리가 좀처럼 납득하기 힘든 큰 진리를 보여주시기 위함인 것입니다. 주님의 침묵은 너무나 엄청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마리아와 마르다를 사랑하셨기에 일부러 지체하셨습니다. 그들은 나사로를 돌려받는 건 물론이고 인생들이 깨닫지 못한 최고의 진리까지 알게 되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이요 생명이시라는 진리 말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울부짖어 구했지만 아직 응답받지 못했다고 여겼던 기도가 아주 놀라운 방법으로 응답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침묵이라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우리가 가지지만 곧 없어지는 그런 것을 주시지 않습니다. 떡을 달라고 했는데 돌을 주셨다고 불평했을지 모르지만 하나님은 떡 대신에 생명의 떡을 주시기 원하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잠잠하심이 저를 잠잠하고 철저하게 신뢰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가신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하나님은 침묵 속에서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치고 계십니다.

1842년 더블린 ??軀� 대학 출신의 아일랜드인 조셉 스크리븐은 고향마을에서 한 소녀와 사랑에 빠집니다. 그들은 약혼을 했고 곧 결혼해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결혼식을 하루 앞두고 조셉의 약혼녀는 그를 만나기 위해 말을 타고 다리를 건너는 순간 갑자기 말이 펄쩍 뛰어오르는 바람에 얼음처럼 차디찬 강에 빠져버리고 맙니다. 조셉은 신부를 구하기 위해 강으로 뛰어들었지만 그녀는 이미 차디찬 주검이 되어 있었습니다. 마음에 충격이 컸던 조셉은 캐나다로 이민을 갔고 그곳에서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녀는 병에 걸리게 되었고 3년이 지난 후 그녀는 세상을 떠납니다. 그 후 조셉은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열지 않고 고향인 아일랜드로 돌아옵니다. 몇 년 후 조셉의 친구가 그의 책상서랍에서 ‘이 시는 주님과 내가 함께 지은 것이다.’라는 메모와 함께 한 편의 시를 발견합니다. 오늘날 『죄짐 맡은 우리 구주』는 고통과 탄식하는 가운데 탄생한 찬송가입니다.

“우리의 모든 죄와 슬픔을 지신 예수님, 우리는 얼마나 좋은 친구를 가지고 있는가! 기도로 하나님께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다니 얼마나 큰 특권인가! 아, 우리는 너무나 자주 평안을 잃어버리고 쓸데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구나, 이것은 모두 기도로 하나님께 내려놓지 않기 때문이로다. 시련과 유혹을 받고 있는가? 어디선가 어려운 일을 당하고 있는가? 우리는 결코 낙심하지 말아야 한다네. 기도로 주님 앞에 가져가야 한다네. 우리의 모든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신실한 친구를 찾을 수 있는가? 예수님은 우리의 모든 연약함을 알고 계신다네. 기도로 주님 앞에 가져가야 한다네.”

하나님의 침묵이 주님을 알게 하는 놀라운 은혜임을 믿으며 기도로 나아갑니다. 기적적인 응답이 일어나든 고통과 침묵이 계속되든 간에 주님이 질병을 통해 가르쳐주신 것과 베풀어 주신 은혜는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질병과 저 같은 겁쟁이를 작은 위로자로 사용하셔서 고통 받고 있는 누군가에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된다면 그 모든 것으로 인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박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