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할 그 때에

인생에서 하나님을 아는 지식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그분이 아니면 나뭇잎 하나도 푸르를 수 없고, 우리 몸의 심장박동과 호흡도 뛸 수 없습니다. 그분은 무수한 인파의 하나님이실 뿐 아니라 한 영혼, 한 영혼의 하나님이십니다. 늘 각 사람의 심장박동을 들으십니다. 전능하시고 광활한 우주를 손안에 담으시지만 그분은 한 개인의 하나님이십니다. 우리는 그분께 매우 소중한 피조물입니다. 그리고 색깔과 기질, 삶의 형태가 새벽과 황혼이 서로 다른 것만큼이나 차이가 나는 각기 다른 사람들의 하나님이십니다. 동과서의 먼 거리만큼이나 경제, 교육, 문화 등 삶의 모든 분야에서 서로 다른 인생들에게 하나님은 무엇을 말씀하시려는 것일까요?
이 책, 『끝에서 시작되다』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 도저히 융화되지 못할 것 같은 두 주인공이 하나님의 뜻 가운데 부르심을 받아 서로 만나서 각자의 처지를 가슴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실화입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재미와 감동을 느끼게 합니다.
흑인 ‘댄버 무어’는 남부 루지애나의 목화 농장에서 30년 가량을 노예 신분과 다를 바 없는 소작농으로, 그 후 도시에서 범죄자와 노숙자로 30년의 세월을 더 보냅니다. 반면에 텍사스 외곽 주변에서 자란 백인 ‘론 홀’은 대학을 나와 결혼 한 후, 은행원으로 일하던 중 한 점의 미술품 거래가 성사된 것을 계기로 피카소의 작품을 비롯한 초고가의 미술작품들을 거래하는 국제적인 미술품 거래 중개인이 됩니다.
살아온 이야기가 서로 다른 두 사람은 오해와 불신을 극복하고 아픔과 상처를 이해해가는 과정 속에서 감춰진 하나님의 아름다운 계획과 진정한 삶의 가치에 대해서 깨닫게 됩니다.
두 남자를 변화로 이끈 중심에는 진실하고 지혜로운 여인 ‘데보라’가 있습니다. ‘론’의 아내로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며 하나님을 아는 일에 대단한 열정을 지닌 여인이었습니다. 노숙자들을 위한 ‘유니언 복음 선교 센타’의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며 중독이나 장애와 같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 외에 사랑과 믿음, 지혜 같은 선물들을 발견하고 다듬어 주고자 헌신적으로 노력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꿈을 통해 ‘도시를 구한 지혜로운 사람’의 얼굴을 보여 주셨는데 그 사람이 노숙자 ‘댄버 무어’였습니다. 그녀는 ‘댄버’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을 남편 ‘론’과 함께 이루기를 바라며 끊임없는 기도와 헌신을 드립니다. 마침내 두 사람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되고 친구가 됩니다.
모든 것들이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다고 생각했을 때 갑작스레 데보라를 덮친 병마로 삶은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하나님 왜요?” “하나님 왜 하필 저입니까?”
세 주인공에게 찾아온 믿음의 시련은 천성을 향해 가는 순례자인 우리 모두에게도 예외는 아닙니다. 우리는 현 상태에 순응하지 못하고 문제에 매달릴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문제에 매달릴수록 하나님의 부재만 더 확실해 보입니다. 고통으로 무력해지고 삶은 무의미해지며 비참함은 증폭됩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왜냐고 물으며 답을 요구하던 자세에서 그분이 하시고 싶은 말씀을 듣는 자리로 옮겨갈 때 비로소 주님은 고난의 무의미 너머로 우리를 혼란과 고뇌에서 신비롭게 살리십니다. 고난 가운데 하나님의 지혜와 주권을 인정함으로 안식하는 법을 배우며 충만한 사랑을 더 깊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고난을 이해할 수 없는 순간에도, 내가 지고 있는 십자가가 쓸데없어 보일 때에도, 그분을 신뢰할 수 있게 됩니다.
주인공 ‘댄버’의 입술을 통해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이 크게 울려옵니다. ‘감당하기 힘든 고난이 찾아올 때, 그 때 나에게 감사하기 가장 힘든 때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단다. 그러나 너희가 겪는 고난이 비록 괴로울지라도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된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 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12:24).
하나님은 우리 모두를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시며, ‘데보라’라는 한 여인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축복으로 이끄셨습니다. 하나님께 자신을 산제사로 올려 드릴 때 그분의 뜻 안에 복이 있습니다. 사랑과 희생이야말로 불모의 사막에 꽃을 피웁니다. 책 제목처럼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할 그때에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십니다.
박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