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

 

개인적으로 해외에 나가는 일이 많아졌다. 그동안도 자주 해외에 나갔지만, 특히 금년에는 더 많이 해외에 나가게 되었다.

지난 1월에는 교단 총회에서 주관하는 9박 10일의 이스라엘 성지순례, 2월에는 미국선교여정, 3월에는 자녀 결혼문제로 인한 유럽방문, 4월에는 중국선교여정, 아마 그 이후에도 여러 가지 일로 해외에 나갈 일이 많이 있을 것 같다.

이렇게 4월까지는 매월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해외로 나가게 되는데, 하나님께서 큰 은혜를 베푸셔야만 감당하게 될 것 같다. 목회하면서 매월 자리를 비워야 하는 부담감도 있고, 늘 시간에 쫓기고 체력이 달려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감당할 수가 없다. 해외여행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지만, 시차적응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 해 동안 정기적인 해외방문으로 나름 시차적응 훈련이 되어 큰 문제는 없지만, 그래도 상황이 늘 다르기에 시차적응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금년에는 매월 열흘 정도 외지에 머물면서 거기에 적응하다가 다시 한국에 돌아와 적응할 만하면, 다시 나가 또 다시 적응해야 하는 일을 매월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때로는 완전히 밤낮이 바뀌기도 하고, 어떤 때는 6-7시간 차이, 적게는 3시간 차이로 달라지지만 어떤 경우도 만만치가 않다. 특히 예민한 사람은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 나도 그런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여러 가지 일정을 소화해야만 하고, 때로는 음식이 맞지 않고 식사시간도 일정치 못해 어려움이 많다. 금년의 여러 일정들이 하나님의 은혜로 감당될 것으로 믿지만, 나름 그 동안의 시차적응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방법을 논하면서 감당하기를 기원해본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있다. 가장 아름다운 인생은 물처럼 사는 것이라는 뜻이다. 흐르는 물은 자유가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법칙이 있다. 흐르는 물은 아무것도 거스르지 않는다. 그리고 피해가지도 않는다. 만나는 대로, 닥치는 대로 거스르지도 않고 피해가지도 않는 자유함이 있다. 이것이 나의 시차적응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라 하겠다.

때로 잠이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굳이 자려고 애쓰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수면제나 안정제를 여러 알 먹어가면서 잠을 자려고 애쓴다. 잠을 못 자면 피곤하겠지만, 당장 죽는 것은 아니다. 리듬을 찾을 때까지 잠이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거스르지 말고 영적인 것을 추구한다. 아마 하나님이 기도가 더 필요하여 재우시지 않는가보다, 아마 하나님께서 성경 더 보라고 재우시지 않는가보다 생각하며 그냥 편히 그 시간을 활용한다.

그러다보니 언제부터인지 대부분 해외 현지에 도착하면 그곳 밤낮에 맞춰 그날부터 잠을 자는 체질이 되었다. 바울은 일체의 비결을 배웠다고 하였던가? 시차적응이 없는 곳에서 살 수는 없을까? 소망하고 기다리는 천국은 시차적응이 없는 곳이리라. 시공간을 초월하는 나라이니까. 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천년왕국이라는 하나님나라는 영원한 천국으로 옮겨가는 인류 전체의 마지막 시차적응 기간이 되리라. 개인적으로 부활의 몸을 입기까지는 시차적응이 있겠지만, 부활한 후에는 시차적응이 필요 없으리라. 오라, 부활이여! 오라, 내 심령의 하나님 나라여! 오라, 노년의 자유함이여!

시차적응뿐 아니라 인생 전체를 상선약수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어떤 환경이 와도 흐르는 물처럼 거스르지도 않고, 피하지도 않고, 그러면서 남과 다투지도 않고, 일상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끼면서. 나이가 들면서 더 많은 자유를 얻어야 하지 않는가?

여행 중 보고 듣고 배우는 것이 많이 있지만, 더 많은 일체의 비결을 배워야겠다. 여행 중에 불편함이 오더라도 피하지 말자. 거스르지 말자. 흐르는 물처럼 적응하자.

진리가 필요한 사람을 만나면 진리를 증거하고, 위로가 필요한 사람을 만나면 위로하고, 나보다 더 배고픈 사람을 만나면 빵을 주고, 시간이 나면 기도하고, 묵상하고, 잠이 안 오면 주님을 생각하면서 미리미리 설교준비도 하고. 그래서 사도 바울처럼 일체의 비결을 배우자.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도 처할 줄도 알고, 모든 일에 배부르며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일체의 비결을 배우자. 어떤 형편에든지 자족하기를 배우자.

“하나님께서는 당신이 낙담하거나 망하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십니다. 처한 상황이 당신을 집어 삼킬 것처럼 느껴질 때에도 그러한 어려운 환경들을 끌어안으십시오. 하나님께 당신의 삶에 허락하신 일들을 통해 당신을 빚으시도록 허락해 드리십시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당신은 하나님의 뜻에 유연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어려운 일들은 마음의 용광로와도 같습니다. 당신의 모든 불순물들은 녹아지고 당신의 낡은 행동방식들은 소멸합니다. 매일의 삶 속에서 상황이 급격하게 요동치는 것을 인내로서 견디십시오. 모든 속상하게 하는 상황 배후에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다스리고 계시다는 것을 깨달으십시오. 하나님께서는 즐거운 상황뿐 아니라 어려운 상황을 통해서도 당신을 훈련하고 간섭하고 계심을 아셔야 합니다. 이러한 간섭은 당신이 하나님께로 향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분 앞에 잠잠히 머물러 그분께 당신의 의지를 맡겨 드리십시오. 하나님의 손으로부터 오는 것은 무엇이든지 좋은 열매를 맺게 마련입니다. 그분은 매일의 삶에서 벌어지는 상황들 한가운데 계십니다. 지난 절망적인 상황들을 돌아보고 그분을 발견하십시오.”

페넬론의 “어려운 환경”에 나오는 이 글이 더욱 마음에 와 닫는다.

이안드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