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의 회초리

7년 동안 걸어서 세계 일주를 하고 국토 종단까지 했던 오지여행가가 있다. 바로 한비야씨이다. 그녀는 7년 동안의 세계 일주를 마치고 오지여행가에서 긴급구호 팀장이자, 구호요원으로 변신(變身)하였다. 그녀는 7년 동안 오지여행을 하면서, 여행이 끝나면 난민 돕는 일을 하기로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랐었다.
아프리카의 수많은 곳에서 어린아이들이 먹지 못해 죽어가고, 설사 같은 시시한 병으로 죽어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녀는 난민을 돕겠다는 생각이 여행 중 점점 굳어져 가고 있었다.
국제 홍보를 전공했으니, 그렇게 딱한 현실을 돕기도 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도 싶었을 것이다. 긴급구호를 하기로 결정한 직후 한 대학생이 그녀에게 물었다.
“재미있는 세계 여행이나 계속하지 왜 힘든 긴급구호를 하세요?”
그때 그녀는 “이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고, 내 피를 끓게 만들기 때문이죠” 라고 대답했다. 그 후에 긴급구호 일이 9년이 지났을 때, 그녀는 또 고백하였다.
“긴급구호 일에 9년차가 되니까 일이 쉬워졌어요. 매뉴얼화 된 거죠. 마음이 덜 뛰어요. 하나님께 덜 의지하고, 마치 내가 다 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전에는 ‘이게 모두 하나님이 하시는 일都求蔑?눼쨉?이젠 어디서 큰 재난이 일어나도 기도를 덜 하게 되는 거예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하나님, 불쌍히 여겨주세요, 도와주세요’ 눈물로 기도했는데, 지금은 그저 상식적으로 기도를 하는 거예요. 그런 나 자신을 보고 ‘갈 때가 되었다’ 생각했어요. 그게 내 마음의 고통이고 아픔이었어요.” 그리고 그녀는 또 변신하였다.
실제로 그녀는 언제든 일이 쉬워지면 한순간 그만두고 다음 일에 도전하는 사람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세상을 재미있게 살다가 6년 만에 대학에 갈 때도 그랬고, 외국 유학 후 외국계 홍보회사 일이 손에 익어갈 무렵에 일을 그만두고 세계 여행을 떠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여행이 몸에 붙을 무렵 이번에는 긴급구호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국제구호 업무의 ‘간판스타’가 되었을 때 분연히 그곳을 떠났다. 마음이 덜 뛰고 일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또 다시 가슴이 뛰고, 피가 끓는 일을 찾아 가는 것이다. 수없이 변신하는 그녀의 이유는 가슴이 뛰고, 피가 끓느냐 하는 것이다.

누구나 일생을 통해 여러 번 변신한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의 변신의 이유가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을 만족하기 위하여 변신한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의 변신은 거기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예수님을 따라가는 자들이다.
그러므로 자기만족과 자기의 유익과 자기사랑에서 타인을 위한 유익과 타인의 만족과 타인에 대한 사랑으로 옮겨져야 한다. 변신의 이유에 따라 그 변신의 가치와 옳고 그름이 드러날 것이다. 처음 예수님을 믿었을 때, 가슴이 뛰고 피가 끓었었다. 주의 종이 되기를 결단하고 신학교에 뛰어 들었을 때, 그때도 가슴이 뛰었다. 그토록 원하던 목회를 시작하게 되었을 때, 그때도 가슴이 뛰고 피가 끓었다. 성인들을 본받아 수도생활을 시작했을 때도, 여전히 가슴이 뛰었다. 그리고 이 시대에 우리에게 주신 ‘임박한 주의 재림과 성화의 진리’를 만났을 때, 또 다시 가슴이 뛰고 피가 들끓었다. 가슴이 뛰고 피가 끓을 때마다 변신했다. 그러나 이제는 가슴이 뛰지 않는다. 피도 뜨겁게 끓지 않는다.
한비야씨의 고백이 실감이 난다. “마음은 덜 뛰고 일은 쉬워져 매뉴얼화 되고, 그리고 내가 하는 것처럼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눈물로 기도하지도 않는다. 그게 마음의 고통이고 아픔이다.”
또 어디론가 가슴이 뛰고, 피가 끓는 곳으로 갈 때가 되었는데, 야속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단 한 번이라도 마지막이라도 좋으니 한 번만 더 가슴이 뛰었으면 좋겠다. 단 한번 만이라도 피가 끓었으면 좋겠다. 한 번만 더 변신하였으면 좋겠다.
하나님은 종종 스스로 변신하지 못하는 우리를 위해 매를 사용하신다. 매를 가리키는 우리말에 회초리가 있다. 그런데 회초리를 한자로 풀이하면 그 의미가 더욱 뚜렷해진다. 돌아올 회(回), 처음 초(初), 이치 리(理). ‘처음에 새긴 뜻을 되돌아보라’는 뜻으로 초심을 잃지 말라는 소리다.
따끔한 매질로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라는 훈계와 함께 배움의 길에 들어설 때 세웠던 초심을 잃지 말라는 가르침이 녹아있는 것이다. 사단법인 우리문화 나눔 주최로 1년에 한 차례 매 맞는 날인 ‘회초리(回初理)의 날’이 있다고 한다. ‘회초리의 날’은 인간 본연의 모습, 처음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그 제정 의의라고 한다.
하나님은 우리로 하여금 초심으로 돌아가도록 회초리를 드신다. 우리의 초심은 무엇일까?
기독교인들의 초심은 무엇일까? 그것은 주님이 에베소의 교회의 사자에게 그토록 회복되기를 원하셨던 첫사랑이다. 그리고 그 첫사랑은 가슴이 뛰고 피가 들끓는 것이다.
주님의 나를 향한 사랑을 맛보았기에 가슴이 뛰었던 것이다. 주님의 십자가의 희생과 수고를 알았기에 피가 끓었던 것이다. 1년에 두 차례 행하는 성경의 핵심적인 진리를 증거 하는 대사경회는 영적 회초리의 날이다. 사랑과 진리의 초심으로, 사랑과 진리의 첫사랑으로 돌아가라는 말씀의 회초리를 맞는 기간이다. 우리의 가슴이 다시 뛰고, 피가 끓어야 한다. 한비야씨는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다. 무엇이 나를 움직이는가? 가벼운 바람에도 성난 불꽃처럼 타오르는 내 열정의 정체는 무엇인가? 소진하고 소진했을지라도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기꺼이 쏟고 싶은 그 일은 무엇인가? 이 물음이 또한 나의 물음이다.
이안드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