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위대한 죽음

지난 2개월 사이에 다섯 번의 장례식에 다녀왔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많은 장례식을  참여하기도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연달아 이런 일을 당하다 보니 자연 죽음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마침 천안함 침몰로 46명의 젊은이들이 죽음을 당해 국가적으로도 애도와 슬픔의 기간에 개인적으로도 많은 죽음을 접하면서 더욱 죽음에 대한 생각은 깊어진다.
사전에는 죽음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죽음 혹은 사망(死亡 death)은 생명체의 삶이 끝나는 것을 말한다. 자연계에서 생명체들은 다른 생명체에게 잡아먹히거나, 병에 걸리거나, 대량으로 멸종당하거나 혹은 사고나 노화 등으로 죽음을 맞게 된다. 사람의 경우에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죽임을 당하거나, 법에 의해 정해진 형벌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인간 사회에서 가장 주요한 사망 원인은 노화로 인한 질병이다.”

의학적으로 죽음을 정의하기는 더 어렵다. 예전에는 심장의 정지와 함께 일어나는 호흡, 안구 운동 등 여러 가지 생명활동의 정지가 죽음의 특징막?여겨져 왔으나, 의학이 발전하면서 죽음의 구체적인 생물학적 정의를 내리는 일은 상당히 어려워지고 있다
인체에 있어서 중요하지 않은 장기는 없겠지만, 그 중에서 생명의 유지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는 장기는 심장, 뇌, 폐의 세 장기이다. 이 세 장기를 ‘3대 생명 유지 장기’ 라고 하며, 모두 죽는 것을 심폐사라고 한다. 그리고 3대 생명 유지 장기 중 어느 하나라도 죽으면 그것이 곧 개체의 죽음으로 이어진다고 해서 장기사라고 한다. 다만 의학 기술의 발달로 뇌가 죽는 경우에도 인공호흡기를 이용해서 생명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뇌사상태라고 한다.

정의가 어떻게 되었던 중요한 것은 ‘죽음’이란 단어는 여러 개의 높임말을 가지고 있고, 쓰이는 사람에 따라 그 단어가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여러 종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천화는 인간이 깨달음을 얻어, 살아서 홍익인간 이화세계를 이루고, 하느님과 하나 되는 것을 일컫는다. 최고의 죽음이다. 붕어(崩御)는 황제나 황후의 죽음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승하(昇遐)는 군주의 죽음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서거(逝去)는 자신보다 높은 사람의 죽음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선종(善終)은 천주교회에서 신자의 죽음을 이르는 말이다. ‘착하게 살고 복되게 생을 마친다’라는 뜻을 가진 선생복종(善生福終)에서 유래하였다. 입적(入寂)은 불교에서 승려(비구, 비구니)의 죽음을 이르는 말이다.
소천(召天)은 하나님의 부름을 받는다는 뜻이며, 개신교회에서 신자의 죽음을 이르는 말이다. 열반(裂返)은 불교에서 부처의 죽음을 이르는 말이다. 임종(臨終)이나 작고는 자신의 가족 등의 죽음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별세(別世)는 일반적으로 죽음을 높여 부르는 말로 쓰인다. 타계(他界)는 인간계를 떠나 다른 세계로 간다는 뜻으로, 사람의 죽음이자 귀인의 죽음을 이르는 말이다. 순국(殉國)은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 사람들을 높여 부르는 말로 쓰인다.

수많은 죽음의 의미 중 어떠한 의미가 가장 바른 의미일까? 수많은 죽음의 의미 중 어떠한 죽음이 가장 위대하고 장엄한 죽음일까?
우리는 아무도 하나님의 부르심, 각자의 죽음을 알지 못한다. 불현듯 찾아오는 죽음을 장엄하게 맞이할 수는 없을까? 사람이 죽음을 피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평생 동안 준비할 수는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사람의 일생이 사후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는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위해 십자가의 죽음도 불사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입었으니, 그 사랑에 감격하여 주님의 죽음을 본받는 삶, 나아가 그분이 계시는 천국을 준비하는 삶이 되어야 하겠다. 이제 또 누구의 장례식을 가게 될 것인가? ‘사말의 노래’를 다시 한 번 묵상해야겠다.
“한번 죽는 것은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히9:27).
이안드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