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여라

 

주일학교 오전예배 중 교독문을 읽는 데 유난히 “행복하여라”는 단어가 마음에 와 닿았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행복하여라. 옳은 일에 굶주린 사람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하나님 나라가 그들의 것입니다.”


 

순수하고 참된 행복
권정생 선생님이 지은 『강아지 똥』이라는 동화가 있다. 밭의 거름으로도 쓰이지 않는 강아지 똥은 길거리에 버려져 이리저리 뒹군다. 그러던 어느 날 바람과 함께 날아 온 조그마한 씨가 강아지 똥 위에 내려앉고 그곳에서 한 송이 민들레꽃이 피어난다. 강아지 똥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마냥 행복해 한다. 민들레는 홀씨가 되어 이곳저곳으로 퍼져 나간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세상에서 가장 버림받는 존재인 강아지 똥도 알고 보면 정말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일러주는 이야기다.

하나님은 단 한 가지도 가치 없이 만든 것이 없으시다. 하나님의 손에 들려져 하나님의 뜻 가운데 살아갈 때 참된 삶의 가치가 있다. 그곳에 참된 행복이 있는 것이다. 그 어떤 것도, 그 어떤 사람도 하나님 안에 있을 때만이 참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평생 육체 안에 갇혀 살면서도 그 누구보다도 자유를 누리셨고, 웃거름보다는 눈에 뜨이지 않는 밑거름의 삶을 원하셨던 선생님은 수많은 고통과 악조건들을 빛으로 승리하시면서 신령한 밑거름이 되셨다. 선생님의 거룩한 삶은 홀씨가 되어 또 다른 영혼들에게 순수하고 참된 행복이 무엇인지 가르쳐주고 계시다.

 

주와 함께라면

평안북도의 한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최춘선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일본으로 건너가 공부를 하여 5개 국어를 하는 수재였다. 그러나 그분은 이 모든 것을 헌신짝처럼 버리셨다. 소유하고 있던 넓은 땅도 가난한 이들에게 다 나눠주고, 목사라는 직분도 내려놓고 거리의 노숙자 마냥 추운 겨울에도 맨발로 지하철을 다니며 예수님을 전하셨다. 사람들은 이상한 노인으로 취급하며 비방하고 멸시를 하였지만, 그분은 행복해 하셨다.

“하나님의 은혜로 보기 싫은 사람이 없고, 미운 사람이 없고 부러운 사람이 없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요. 미운 사람이 없는 사람은 이 세상 일등 부자예요. 보기 싫은 사람, 부러운 사람이 없는 사람은 세상 왕들보다 억만 배 권세를 가진 사람이에요.”

미운 사람이 없고 부러운 사람이 없는 이들은 진정 행복한 사람이다.

“주님 외에 누구를 찾으리이까? 늘 나무 밑이 나의 잠자리가 되고, 바위 밑이 나의 기도실이 되게만 하옵소서.”라고 기도하시던 썬다 씽은 황금을 준다 해도 결코 십자가와는 바꿀 수 없다고 하셨다. 내촌감삼은 주님과 함께라면 가난해도 병이 들어도 시련의 밤이 어둡고 깊어도 행복하다고 하셨다. 주님 가신 길이라면 태산준령 험치 않고, 가시밭도 싫지 않다고 하셨던 이현필 선생님은 고통 안에 행복이 있다고 하셨다. 그분들 안에는 주님이 주시는 참된 부요함이 있었다.

아, 가련하고 눈 먼 이 죄인은 언제쯤 그곳에 다다를까? 조금만 어려움이 닥쳐도 피할 생각부터 먼저 하면서 더 편안한 환경을 찾을 때가 많았다. 다른 사람의 떡은 왜 그리 크게 보이는지 꿀꺽꿀꺽 침을 흘리다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많았다. 누군가가 조금만 칭찬을 받아도 그 칭찬이 내게로 돌아왔으면 하는 놀부 심보에 속이 탔었다. 기회만 주어지면 드러나고 싶은 욕망이 순간순간 꿈틀거리고, 이웃의 조그마한 흠집도 트집 잡아 헐뜯고 비방하고 할퀴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사나운 늑대가 될 때도 많았다.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나를 무시하거나 가볍게 여기면 분노의 화살을 끊임없이 쏘아대었다. 이로 인해 원망불평하며 낙심과 실의에 빠져 ‘나는 행복하지 않아요.’라고 아우성을 칠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아, 세상에 굶주린 어리석은 사람이여!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라.

 

의와 행복이 가득한 나라

순수하고 참된 행복은 외적인 조건에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 안에 있는 것이다. 참된 행복의 조건은 주님이 나와 함께 하는 것이다. 마음과 행실을 예수님의 보혈로 닦아내며 좁고 협착한 길을 다 달려가 내 안에 하나님의 생명이 담겨지는 것이다. 그러나 쉴 새 없이 찔러대는 가시 밭 길을 걷지 않고선, 고통의 십자가를 온 몸으로 순간순간 껴안지 않고서는 그 길에 다다를 수가 없다. 주님께서 주신 십자가를 지는 삶, 그 고통의 길로 들어선 자만이 참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비록 험난하고 가파를지라도 이 길이 참 복된 길이다. 순간순간 이 길을 포기하고 싶고, 더 이상은 못 갈 것 같아 주저앉고 싶고, 뒤를 돌아보고 싶고, 넓은 길로 발을 들여놓고 싶고, 두려움과 안일함에 더 이상 한발자국도 떼어 놓고 싶지 않은 유혹이 순간순간 옭아 멜지라도 끊고 또 끊고 나가야 한다. 쓰러지고 또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서 앞으로 전진해야 한다. 이 길만이 살길이다. 이 길만이 내 안에 참된 행복을 가져다주는 축복의 길이다. 모든 지식도 부도 은사도 권세도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다 폐하여 없어질 것이다. 그날에는 마음이 깨끗한 사람만이 영원한 의와 행복한 나라인 천국을 기업으로 얻을 것이다.

행복하여라! 옳은 일에 굶주린 사람들.

이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