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의 만남

 

정말 오랜만에 나와의 독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내 영혼에게 소홀했던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주님께로 다 돌려드린다 해도 결국 내 영혼을 잃어버리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다른 사람의 영혼을 돕느라 정작 내 영혼의 구원사업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힘으로 억누를 수 없는 육에 속한 기운들이 나를 짓눌러 그 무게감으로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하고 허둥대며 살아왔습니다. 내 영혼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일만 한다고 떠들며 다니니 영혼이 의기소침에 빠져 있었습니다. 자기 성찰을 하게 된 것이지요.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수없이 말씀 듣고 또 듣고 하면서 그 말씀으로 내 심령을 비추어 보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반성하는 듯 하면서 이내 일상으로 돌아와선 일로 정신없이 살다보니 자기 성찰하는 것에 대해선 너무나 소홀했었습니다.

나의 영혼을 살펴보다가 내가 처한 최고의 자리, 가정이라는 환경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가정은, 죄를 쉽게 지을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지만 상급을 은밀하게 가장 많이 쌓을 수 있는 곳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가족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홀로 가사 일을 할 땐 기분 나빴던 일들을 끄집어내어 묵상하지 말고, 성경구절을 외운다거나 내면을 성찰한다거나 주님과의 대화를 하고 또 찬양을 흥얼거리면서 주님을 만난다면 그 시간도 영혼에 유익한 시간이 됩니다. 그날 그날 해야 하는 성무일과를 정해놓고 생활하면 시간을 훨씬 더 규모 있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자녀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힘들 때마다 영혼이 얼마나 메말라지는지 알 수 없습니다. 자녀를 통해서 우리의 영적인 힘을 빼고 범죄 하게 하여 낙심하게 하는 마귀의 계략을 빨리 눈치 채고 영으로 기도하면서 영적 싸움을 해야 합니다. 책에 나와 있지도 않고, 미리 연습하지도 않았던 나만의 현실 속에서 가정을 꾸려나가기 위해선 나 자신을 먼저 다스려야 함을 많이 깨닫게 됩니다.

아이 때문에 기뻐하고, 아이 때문에 실족하고, 아이 때문에 분노하고, 아이 때문에 고달픈, 엄마의 심령은 아이들 때문에 울고 웃고 합니다. 정욕이 만족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마음은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합니다. 다른 집 아이가 공부를 못 하고 말썽을 피우면 내가 그렇게 화를 낼까요? 내 속에 있는 혈육간의 애정이, 내 뜻대로 잘 되기를 바라는 아집적인 맘이, 포악함으로 아이를 다스리고, 교만으로 아이들을 무시하면서 내 영혼을 낙망으로 떨어뜨리는 이 공식화 되어있는 삶의 패턴.

“주님이 해 주세요! 제 주제 파악도 못하고 여태까지 제가 해 보겠다고 했네요.” 내 안에 있는 몹쓸 죄성들에게 지배당하지 말고 죄를 다스리는 영적인 힘을 주님께 부탁합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가정환경 속에서 게으름을 만끽하며 주님과 이웃을 사랑하기 보다는 자기 자신과 가족만을 사랑하는 이기적인 애정에 푹 빠져 가족만을 위해서 열심히 사는 것이 마치 위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인 양 착각할 때가 얼마나 많았던지. 가족을 섬기고 사랑하는 것도 영적인 사랑으로 바꾸려고 자꾸만 노력해 나가야만 합니다. 자꾸만 이기적으로 흐르기 쉬운 내 가족만! 내 가족만! 하는 아집적인 애정도 모두 다 십자가에 못 박아야 할 정과 욕심입니다.

알뜰하다고 자처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조금도 손해 보려 하지 않으려고 하는 이해타산적인 계산능력은 퇴화시키는 것이 영적으로 유익합니다. 삶의 양식이요 문화라고 하는 틀 속에서 육신적이고 정욕적인 생활을 누리려 하고 그것을 만족하려는 내 안에 세상적인 것들을 자꾸만 영적인 것으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 땅에서 영적으로 성장한 만큼 천국에서 누릴 영광과 상급도 그에 따라 배가 된다는 사실을 늘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형광등처럼 깨닫는 것도 늘 남보다 느리고 뒤쳐지지만, 그래도 주님이 나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밀어주시고 끌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운동장에서 달음질하는 자들이 다 달아날찌라도 오직 상 얻는 자는 하나인 줄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 너희도 얻도록 이와 같이 달음질하라. 이기기를 다투는 자마다 모든 일에 절제하나니 저희는 썩을 면류관을 얻고자 하되 우리는 썩지 아니할 것을 얻고자 하노라”(고전9:24-25).

하루하루 자기와의 독대를 통해서 내면을 성찰하고 주님의 성품을 닮고자 애쓰는 예수님의 작은 제자가 되고 싶습니다.

 

이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