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하라

 

1월 한 달, 달력에 여러 가지 일정으로 빡빡이 차 있었다. 어느 한 주도 빈 공간이 없었다. 그러나 늘 무슨 일을 하고 나면 아쉬움이 남는다. 좀 더 사랑으로, 좀 더 겸손으로 하지 못했구나. 말씀과 기도와 희생과 헌신이 부족했구나. 수련회가 끝나고 나면 뒤늦게 주님께 죄송한 마음이 든다. 많은 일로 인해 분주한 마르다처럼 이것저것 준비하다가 정작 주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놓쳐 버렸기 때문일 것이리라. 아쉬움을 뒤로하고 더 철저히 준비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바람에 마리아처럼 주님의 곁에 무릎을 조아리며 귀를 기울여 본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나누신 후, 베드로에게 검을 준비하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러자 베드로는 “주님, 여기 검 둘을 준비했습니다. 주님을 따라 감옥에도, 죽을 각오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라고 호언장담을 하였다. 그러한 베드로에게 주님은 “족하다”고 하셨다. 앞으로 큰 고난이 있을 것이기에 영적인 무기 즉 영적인 무장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칼을 준비한 베드로가 말고의 귀를 자르는 순간 주님의 책망이 떨어졌다. “검을 가진 자는 검으로 망하리라.” 주님을 향한 충성과 열심은 대단했지만, 주님께서 말씀하신 의도와는 전혀 달랐던 것이다. 주님은 언제나 우리가 어둠의 방법이 아닌 빛으로 승리하길 원하신다.

주님은 우리에게도 “속히 검을 준비하라”고 하신다. 곧 주님이 임하시고, 그 어느 때와 비교 할 수 없는 혹독한 겨울과 가뭄이 계속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곧 전무후무한 대환난의 거센 바람이 불어 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전쟁과 기근과 사망과 공의. 거대한 회오리바람을 가르며 홍마, 흑마, 청황마, 백마가 질주해 올 것이다.

범죄 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환경들이 우리의 영혼을 거대한 쓰나미처럼 위협해 올 것이다. 더욱이 다섯째 나팔재앙 때는 무저갱의 문이 열려 모든 황충들 즉 마귀들이 우리의 몸과 마음에 달라붙어 범죄하도록 역사할 것이다. 사단이 내주합일 된 적그리스도와 그 무리들이 정욕을 미끼로 우리를 유혹하고 핍박하게 될 것이다. 그러한 환경과 유혹과 핍박을 잘 이겨내려면 속히 만반의 태세와 준비를 해야 한다. 평안하다, 안전하다 태평세월을 보내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날이 홀연히 곧 우리에게 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평안하다, 안전하다 할 그 때에 임신한 여자에게 해산의 고통이 이름과 같이 멸망이 갑자기 그들에게 이르리니 결코 피하지 못하리라”(살전5:3).

프랜시스가 기사로서의 명예를 얻고자 남쪽으로 향해 가고 있을 때였다. 그때 남루한 차림을 한 어떤 귀족을 만나게 되었다. 프랜시스는 안타까운 마음에 스스럼없이 그 귀족에게 값비싼 자기 검과 갑옷을 주고 그 귀족의 낡은 장비를 걸쳐 입었다. 그날 밤 프랜시스는 꿈을 꾸게 되었는데, 아버지 가게에 옷감 대신에 방패와 창과 검이 가득했다. 그리고는 “이 모든 것은 너와 네 군인들의 것이다.”라는 음성을 듣게 되었다.

당시 프랜시스는 이 꿈이 무엇을 의미 하는 지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훗날 세상의 화려한 기사를 포기하고 주님의 종으로서 기사가 되기를 소망하며 작은 형제회를 창설하고, 가장 가난한 삶을 살았던 그와 그의 제자들을 통해 이 꿈은 이루어졌다. 맨발과 허리에 새끼줄을 두른 채 거리를 다니며 음식을 얻어먹고, 복음을 전하였던 그들은 중세의 향락과 사치를 그들의 삶을 통해 꾸짖으며 예수님을 따르는 삶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었다.

멸시와 핍박이 있는 곳에는 사랑과 온유로, 부와 권력이 난무한 곳에서는 청빈과 겸손으로 그들을 부끄럽게 하였다. 언제나 가장 불편한 자리, 가장 가난하고 초라한 곳, 가장 낮은 자리를 선택했다. 그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말씀을 그대로 실천하며 예수님을 닮아가는 거룩한 삶이었다.

지금은 영성훈련을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하면서 영적으로 철저히 무장하여 그리스도의 든든한 군사로 서야 할 때이다. “원수를 사랑하라.”, “선으로 악을 이겨라.” “억지로 오리를 가고자 하면 십리까지 동행하라.” 이런 하나님의 빛 된 말씀으로 무장하고 실천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대환난이 갑자기 치닫기 전에 어서 깨어서 준비하자.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을 것이 아니라 찬 밥 한 덩어리를 찬 물에 말아 먹더라도 만족해하자. 땅, 바다, 강, 물의 근원 등 온 세상에 임하는 흉년을 대비하여 엄격한 절제생활을 생활화하자. 할 수만 있다면 적극적으로 금식도 하며 인내하는 훈련을 하자. 추위를 막아줄 두툼한 옷이 아니라 엄동설한 추운 겨울 집 한 칸도 없으셨던 주님을 생각하며 혹독한 추위에 견딜힘을 준비하자. 거칠고 불편한 환경 속에서 이리저리 뒹굴어도 불평하지 않는 몸으로 단련하자. 리더가 되어 다른 사람을 통솔하는 통솔력을 준비하는 것보다 말석에 앉기에 힘쓰자. 하나님의 말씀은 이론이 아니다. 행함이 있는 결단력이다.

주기철 목사님처럼 ‘죽으면 죽으리라’는 일사각오의 정신으로 무장하여 밝은 빛의 용사로서 철저히 살아가야 한다. 선한 명분을 내세우며 물질을 쌓는 것보다 배를 움켜쥐고 허기짐에 신음할지라도 주먹밥을 다른 사람에게 건넬 수 있는 희생을, 대소변의 심한 악취와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얇은 옷을 입고 뜬 눈으로 새우잠을 잘지라도 어떠한 환경 가운데서도 원망불평하지 않는 감사의 삶을. 자기의 뜻을 순간순간 포기하고, 어떤 큰 희생을 치루더라도 주님의 십자가를 지고 순종하는 삶을. 말씀의 검으로 육적인 소욕을 싸워 이길 수 있는 영적인 힘을 길러야 하는 것이다.

환난의 때는 애정(남녀간, 혈육간, 사물에 대한, 친구간)과 욕망(식욕, 물욕, 수면욕, 명예욕, 성욕)과의 싸움이다. 특히, 식욕과 수면욕의 처절한 싸움을 해야 할 때이다. 부른 배를 두들기며 더 이상 안일하게 살아갈 때가 아니다. 정욕적인 삶을 애통해하며 울어야 할 때이다.

짜증내고 화를 낼 수밖에 없는 환경 가운데서 기뻐하고 웃는 얼굴을.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기보다는 하루하루 주님을 의지하며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믿음을. 두려움에 떨며 숨기보다는 ‘저 사람이 적그리스도’라고 외칠 수 있는 진리의 나팔을. 마지막 때 증거자라며 자신을 드러내기 보다는 먼저 겸손의 힘을. ‘회개하라!’ 외치기 이전에 먼저 자신을 철저히 성찰하는 회개의 삶을. 짐승의 표를 받지 않기 위해 미리 생필품을 준비하기보다 어떤 유혹과 고문 앞에서도 참고 견딜 수 있는 힘을. 이웃을 충고하고 질책하기보다 그들의 허물과 가시를 온 몸으로 품을 수 있는 사랑의 무기를 준비해야 할 때임을 잊지 말자.

나의 영적 지도자이셨던 선생님은 앞으로 닥칠 대환난을 지혜롭게 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이렇게 말씀해주셨다. “다른 방법이 없어요. 다니엘이 무장했던 것처럼 ‘사자굴 속에 들어가서 죽을지라도 하나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하는 자세가 있어야 됩니다. 풀무불 속에 들어갈 때 ‘비록 하나님께서 이 풀무불 가운데서 건져주시지 않을지라도 우상숭배는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하잖아요. 그 길을 선택하는 방법 밖에는 없어요. 일사각오의 정신을 가지고 나가는 것입니다.”

늘 언제나 앞으로 닥칠 일들을 대비하시며 매사를 철저히 준비하며 사셨던 선생님의 지혜롭고 현명했던 삶이 나를 채찍질하며 재촉하시는 듯하다.

오늘 준비한 말씀과 기도 속에서 살아가는 참회와 절제의 삶이, 정욕을 십자가에 철저히 못 박아가는 삶이, 땀과 눈물과 피가 그날의 승리와 기쁨 그리고 우리 주님의 칭찬과 상급이 영원히 있으리라. 아멘!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

박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