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의 뿌리

하루는 프랜시스가 기도를 끝내고 숲속에서 나왔을 때 형제 맛세오가 스승을 보더니 말문을 열었다.

“어찌하여 온 세상은 그렇게도 당신께 순종하고, 누구나가 다 당신을 보고 싶어 하고 당신의 말씀을 듣고 따르기를 좋아하는 것입니까? 당신은 생긴 모양이 아름다운 것도 아니요. 별로 학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그런데 어찌하여 온 세계가 당신을 따르는 것입니까?”

이 말을 듣자 프랜시스는 환희 속에서 넋을 잃은 듯 서서 얼굴을 하늘로 향한 채 마음속에는 하나님을 사모하면서 오랫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얼마 후 제 정신이 돌아오자 꿇어앉아 하나님께 찬양과 감사를 올리며 가슴에 타오르는 열정에 충만하여 형제 맛세오를 향하여 말했다.

“형제여, 온 세계가 나를 따르는 까닭을 알고 싶소? 그것은 이 세상 모든 일, 선한 것이나 악한 것이나 살펴 다스리시는 지극히 높으신 분의 섭리에 의한 것이라오. 이 지극히 거룩하신 분의 눈은 이 세상 모든 죄인 속에서 나보다 더 나쁘고 나보다 더 쓸모없고 나보다 더 죄 많은 자를 발견하시지 못하셨소. 주님께서는 나보다 더 악한 피조물이 없으므로 나를 골라 세상의 모든 존귀한 자, 위대한 자, 아름다운 자, 강한 자, 슬기로운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는 것이지요. 이로 인하여 모든 힘과 선은 다만 주님께로서만 나오는 것이요, 피조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과 또 아무도 능히 하나님 앞에서는 저 혼자의 능력으로는 형통함이 없음을 깨닫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누구든지 번성하는 자는 주 안에서 번성하는 것이니 모든 영광과 존귀는 영원히 홀로 하나님께만 돌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성 어거스틴은 기독교인이 가져할 중요한 덕을 첫째도 겸손, 둘째도 겸손, 셋째도 겸손이라고 강조하였다. 죄인 중의 괴수라고 했던 사도 바울,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이공(李空)으로 불려지기를 좋아했던 이세종 성인, 자주 자신을 ‘헌신짝’으로 불렀던 이현필 선생님, 많은 사람들이 ‘사두’라고 존경하자 자신은 ‘작은 형제’에 불과하다면서 고개를 숙였던 썬다 싱.

자기를 비어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과 같이 되셨던 주님의 그 겸손의 향기를 맡은 이들의 한결같은 고백 앞에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자. 겸손은 모든 덕을 꿰는 구슬과 같은 것이다. 겸손한 자에게 하나님의 은혜가 늘 머문다.

천사들을 악마들로 바꾼 것은 교만이었고, 사람들을 천사들로 만드는 것은 겸손이다. 위대하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작은 것부터 시작하라. 크고 높은 건물을 짓기 원하는가? 먼저 겸손의 기초에 관해 생각하라. 건물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 기초는 더 깊어야 한다. 겸손의 뿌리를 깊이 내리자.

이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