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을 사랑하는 자는 고난을 사랑한다

성도들은 고난을 통해 더욱 예수님을 사랑하게 되며 그 가운데서 인내함으로 성화(聖化)되어져 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예수님은 아빌라의 테레사(스페인, 1515-1582)에게 “하나님께서 가장 사랑하는 영혼은 세상에서 가장 많은 고통을 받는 영혼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후 테레사는 어떠한 괴로움을 당하든지 그 고통은 세상 어떤 보물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며 기뻐하셨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에 어떤 동정녀에게 나타나서 이르기를 “나는 천국에서 큰 갚음을 받았는데 그것은 내가 일생동안 행한 선보다도 주님을 사랑하기 위하여 참아 받은 고통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만일 세상에 다시 돌아온다고 하면 주님을 위하여 무엇이든 좀 더 괴로움을 받겠다고 하는 것이 유일한 목적일 것입니다”라고 하셨다.

아씨시의 프랜시스는 아무런 괴로움을 받지 아니한 날에는 주님께서 자기를 잊어버리시고 계시지 아니한가하고 걱정을 하였다고 한다. 또한 사도 바울은 셋째 하늘(고후12:2-4)까지 이끌려간 것보다 옥에 갇힌 것을 더 큰 은혜로 생각한다고 하였다.

영원한 운명을 결정하는 심판대에서 영광을 얻으려면 생활 속에 고난의 흔적이 있어야 한다. 사순절은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속죄제물로 희생하신 것을 감사하면서 지키는 절기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 사순절 동안 주님이 가신 고난의 발자취를 따라가기를 힘써야 할 것이다.

사순절이란?

부활절 전 40일을 사순절(四旬節)이라고 한다. 재의 수요일부터 부활절까지는 46일인데 그 가운데 주일(6회)을 제하고 나면 40일이 된다. 주일을 제외한 것은 주님이 주님의 부활을 축하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사순절은 초기 교회에 있어서 예비자들이 세례를 앞두고 지킨 재계와 기도기간인 동시에 모든 신자들이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을 깊이 생각하며 지내는 특별한 시기였다. 처음에는 하루나 이틀 정도를 준비하면서 지냈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길어져 AD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 40일간의 준비기간이 설정되어 사순절로 지켜지게 된 것이다. 이 기간은 경건과 절제의 기간으로 단식과 기도가 강조되었다. 그리고 속죄와 함께 그리스도의 수난과 고통, 십자가의죽음을 묵상하는 기간으로 지켜졌다. 그러기에 신자들은 이 기간 중 특히 십자가의 길을 묵상하며 절제생활과 함께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는데 더욱 힘썼던 것이다.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는 사순절

성 베니딕토

4세기 경건과 절제생활로 유명했던 성 베네딕토(이탈리아, 480-543)는 『수도생활』이란 책에서 다음과 같이 사순절을 지킬 것을 말씀하셨다.

“수도자들의 생활은 언제나 사순절을 지키는 것과 같아야 하겠지만, 이러한 덕을 가지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이 사순절 동안에 모든 이들은 자신의 생활을 온전히 순결하게 보존하며, 다른 때에 소홀히 한 것을 이 거룩한 시기에 씻어내기를 권하는 바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평소 섬김의 분량에 어떤 것을 이 시기에 더 늘릴 것이니 곧 특별한 기도와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한 절제이다. 즉 자기 육체를 위한 음식과 음료의 절제, 잠과 말과 농담을 줄이고 영적 갈망을 가지고 거룩한 부활절을 기다릴 것이다. 또한 부활절까지 사순절 기간에는 저녁 때 한번 식사할 것이다.”

성 프랜시스

성 프랜시스(이탈리아, 1182-1226)는 어느 재의 수요일 전날 하나님께로부터 “호수에 있는 작은 섬에 들어가 사순절을 지내라”는 영감을 받았다. 그래서 작은 배로 재의 수요일 전날 밤에 호수에 있는 섬으로 자신을 데려다 줄 것을 한 형제에게 부탁했다. 이때 프랜시스는 작은 빵 조각 두 개 밖에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았다. 그리고는 그 형제에게 자기가 있는 곳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 것과 성목요일이 되기까지는 결코 찾아오지 말 것을 부탁했다. 혼자 남은 프랜시스는 조그만 짐승의 굴 같은 곳에 자리를 잡고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하며 사순절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 기간 동안 작은 빵 반쪽 외에는 아무 것도 먹거나 마시기 않았다. 처음에는 완전단식을 하려고 하였으나 겸손한 프랜시스는 ‘40일간 동안 모든 음식을 끊는 영예는 다만 40일을 단식하신 예수님께서만 얻으실 수 있는 것이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반조각의 빵만을 드셨다.

기둥성자 시메온

시메온(시리아, 390)은 마태복음 5:8의 말씀을 듣고는 감동하여 수도원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나친 고행은 도리어 수도원의 계율을 벗어나는 일이라 하여 수도원에서 추방되었다. 쫓겨난 시메온은 그 부근의 또 다른 수도원 원장의 허락을 받아 한 암자에 머물면서 40일간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단식을 계속했다. 40일이 되어 원장이 암자에 들어가 보니 시메온은 암자 속에서 죽은 듯 누워 꼼짝도 않고 있었다. 그의 입을 적셔주고 성찬식을 베풀어 주었더니 그때 비로소 시메온은 원기를 회복하여 일어나 앉아 하나님의 긍휼하심을 찬양하였다. 그때부터 시작해서 시메온은 해마다 사순절이 오면 이렇게 단식하며 지냈다.

소화 테레사

테레사(프랑스, 1873-1897)는 사순절이 되면 예수님과 은밀한 만남을 많이 가지려고 하였다. 사순절 동안 거의 음식을 드시지 않았고, 수면을 더욱 절제하였으며 앉아서 잠을 잤다. 또한 찬양을 많이 하고 청소를 열심히 하였다. 그리고 어려운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그들을 위로해 줄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사적인 대화를 하지 않았다. 이렇게 사순절을 보내는 동안 테레사는 예수님을 더 많이 느낄 수가 있었다고 한다.

예수님을 사랑했던 믿음의 선진들은 스스로 자원하여 고난가운데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왜냐하면 예수님을 사랑하는 것은 곧 고난을 사랑하는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 어느 누구도 골고다의 길을 오르지 않고서는 부활의 참된 의미를 깨달을 수 없기 때문이리라.

주님은 또 우리에게 아빌라의 테레사에게 들려주신 말씀을 통하여 고난의 참 의미를 일깨워주고 계신다.

“너는 네게 위로를 받을 때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렇지 않다. 고통과 사랑에 있는 것이다. 내 일생을 생각해 보아라 고통 뿐이 아니었느냐! 사람이 하나님께 사랑을 받으려면 사랑을 받는 것만큼 많은 십자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 상처를 보라. 너는 이렇게 괴로움을 받아 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괴로움을 받지 않고서는 하나님께 사랑을 받으려 하는 것은 잘못이다.”

우리들에게 참 좋은 시간이 돌아온 것 같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고난을 가슴 속 깊이 느끼고 또 경험하기에 가장 좋은 날, 영혼의 따뜻한 봄이 찾아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