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폐물


얼마 전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어머니께서 주변 분들의 얘기를 듣고는 어혈을 풀어줘야 한다며 한의원을 가자고 하셔서 가게 되었습니다. 한의사 선생님께서는 저를 보고는 온 몸이 노폐물로 꽉 차 있다고 하시며 스펀지가 물을 너무 많이 흡수해서 축 쳐져있는 상태처럼 몸이 늘 피곤하고, 활력이 없었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노폐물은 낡아서 소용없는 물건 그리고 생물학적으로는 생체 내에서 생성된 대사산물로 생체에서 필요 없는 것을 말합니다. 일상의 쓰레기처럼 되어 진 것들이나 우리 몸의 불순물을 말하는 것입니다. 일상의 노폐물과 같은 쓰레기에도 다 같은 쓰레기가 아닙니다. 처치 곤란인 쓰레기는 소각장으로 보내져 소각되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쓰레기 중에도 다시 재활용이 되어 질 것도 있고, 재사용이 되는 쓰레기도 있습니다.

영혼도 마찬가지입니다. 거룩하신 주님 앞에 우리는 쓰레기에 불과하지만 사랑의 하나님께서는 재사용의 기회를 주셨습니다. 그럼에도 이 땅에서 재사용 받지 못한 영혼들은 사후에 주님 앞에 갔을 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십니다. 그때도 아무런 희망이 없는 영혼들은 영원한 소각장인 지옥으로 갈 것이고, 작은 실오라기 같은 희망이라도 남은 영혼들은 주님의 복음을 전해 듣게 되겠지요. 복음을 받아들인 영혼들은 재활용 되어 영혼의 때를 벗겨내고 주님 나라로 이끌려 갈 것입니다(벧전3:18-19; 4:6).

그런데 이 땅에서 재사용되어 천국백성이 되기로 약속받은 자들도 세상을 살다보면 영혼에 다시 노폐물이 끼기 마련입니다. 건강상으로도 몸에 불필요한 불순물이 끼어 신진대사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몸이 힘들고 피곤함 때문에 힘이 듭니다. 그러면 약을 먹고, 치료를 하고, 운동을 해서 호기(呼氣), 오줌, 땀, 대변 따위에 섞여 몸 밖으로 배출하면 됩니다.

하지만 영혼에 노폐물이 생기면 영혼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고 조금씩 영적생활의 리듬이 깨지면서 영적생활이 무너져 버리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하나님과 영적인 순환 즉 주님과의 교통이 끊어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영적인 답답함이 찾아오고, 신앙생활이 힘들어지고, 무료함이 찾아오고, 교회 안에서 말씀에 부딪힘이 생기고, 영혼의 기쁨이 사라지는 등 많은 어려움이 찾아옵니다. 모두 영혼의 순환이 되지 않기에 오는 현상들입니다.

영혼의 노폐물을 빼내기 위해서는 주님을 향한 사랑이 어디에서 식었는지 찾아서 그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철저한 회개 기도로 주님과의 막혔던 담을 헐어내야 합니다. 회개하지 않고 드리는 기도는 주님께 상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후에 다시 영적생활의 리듬을 찾아서 성경을 읽고, 신앙도서를 읽어가면서 그동안 피폐해졌던 영혼의 살을 찌우는 것입니다. 느슨해졌던 교회생활에도 박차를 가해야겠지요. 이렇게 하다보면 영혼에 껴있던 노폐물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영혼 밖으로 배출되어 있을 것입니다.

움츠렸던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찾아옵니다. 봄이 오면 대부분 집안을 대청소 합니다. 겨우내 묵혀있던 먼지를 털어내고, 정리할 것들은 정리하고, 버릴 것은 버려 집안을 단장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 부활을 기다리며 참예하는 사순절 기간에 우리의 영혼의 흐름을 막고 있던 죄의 노폐물들을 배출하고, 정리하여 영혼을 새롭게 단장하여 더욱 힘 있고, 건강한 모습으로 주님의 고난과 죽음에 동참하여서 주님의 부활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는 귀한 사순절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