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선교] 복음 들고 산을 넘는 기쁨

한국에서 설교를 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예배를 마치고 내 방으로 돌아오면서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올라오는 고백이 있다. “주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저들에게 주님의 말씀을 전하였나이다. 이제 저는 씨를 뿌렸사오니 열매는 주님께서 거두어주옵소서.”

한국에서 목회를 할 때는 느껴 보지 못한 새로운 영적 기쁨이다. 복음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영혼들에게 이들의 언어로 생명의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큰 감격이 밀려오는 것이다.

처음에 이곳에 도착해서 지금까지 여러 고비와 힘든 때도 있었지만, 복음 전파의 기쁨들이 나를 지탱해주고, 큰 위로와 힘이 되고 있다. 육체적으로는 조금 견디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그래도 이곳에 있는 영혼들에게 영원한 복을 받을 수 있는 빛된 말씀을 전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고 복된 일인지 모른다.

한국에 있을 때는 복음을 전해도 사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은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 섣부른 판단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은 이제 구원과 은혜의 물줄기가 다 되었구나 라는 생각과 과거처럼 더 이상 부흥이 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풍요로운 물질문명의 혜택으로 인하여 사람들의 관심이 온통 현세에만 있고, 쾌락과 욕심으로 가득 차 천국의 복음이 필요치도 않고 받아들일 여지도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세속화된 한국교회의 이기주의와 교회의 중심에 서 있는 목회자들과 관련된 부끄러운 기사들이 잊혀질만 하면 방송과 인터넷을 타고 세간에 흘러 나갈 때 하나님께서 더 이상의 은혜는 내리지 않으실 것 같은 느낌을 부정할 수가 없다. 그래서 교회시대가 거의 끝나가고 예수님의 재림이 임박한 이때에 주님께서 한 영혼이라도 더 구원하여서 마무리 하시고자 이렇게 무가치하기 이를 데 없는 나까지도 이곳에 보내셨다는 확신이 드는 것이다.

선교지에 와서 나에게 일어난 변화라고 한다면, 묵상에 잠겨 찬양을 하며 기도할 때 종종 눈시울을 적시는 때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별로 눈물이 없었는데 아마 환경의 큰 변화로 인하여 감정이 예민해진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성령님께서 마음속에 감동을 주시는 은혜가 크다. 그리고 늦은 나이에 와서 그런지 때로는 무력감을 느끼고 마음이 쉽게 약해 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주님! 제가 선교하기에는 많이 부족하고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것을 잘 아시고서도 인도하였사오니, 주님께서 저를 붙들어 주시고 이곳에 있는 동안 복음전파의 사명을 잘 감당케 해 주옵소서”라고 부르짖을 수밖에 없다.

사실 선교지에서는 모국에서보다 주님을 의지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이 나라에서 살아간다는 자체가 힘들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고, 인내심이 없이는 견디기 어려운 때도 있다.

나는 이곳에 살면서 어디에 다녀본 적이 없다. 갈 곳도 없거니와 또한 가보고 싶은 마음도 없다. 다니는 기쁨이 있다면 우리 아이들과 그들의 고향인 시골집에 심방을 함께 가는 것이다.

이곳에서 유일한 기쁨과 위로는 교회에 나와서 예배 시간에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 저들의 모습을 보고 있을 때이다. 얼굴과 피부 색깔이나 언어나 문화가 다른 저들이 예배시간에 진지한 눈빛으로 유심히 나를 쳐다보며 말씀을 듣는다. 때로는 아멘을 힘차게 외치는 것을 보면, 저들의 깊은 속사정은 알 수 없다 할 찌라도 분명 하나님께서 도와주시고 계심을 느낀다.

사도 바울이 아시아에서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할 때 듣는 자들이 하나님의 역사로 변화되고 믿음이 자라나는 것을 보면서 기쁨을 표현할 때의 기분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무것도 아닌 내가 사도바울과 감히 비교 할 수 없지만은 그래도 선교를 하면서 복음전파의 기쁨과 영혼들의 변화를 보게 하심으로 위로해 주시는 주님의 은혜를 조금은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나라의 현실은 절대 빈곤에 허덕이고 있어서 모두가 돈 버는 것에 대한 관심밖에 없고, 우리 교회에 나오는 영혼들도 캄보디아의 보편적 현실에서 예외일 순 없다. 그래도 나는 저들의 영혼을 살리기 위해 온 선교사이지 그 외에도와주는 일들은 다 부수적인 것이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사명은 지구상 어디에서든 밝은 빛의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그래서 할 수만 있으면 성화된 성도들의 삶과 맑은 물과 무교병을 공급하여 올바른 영적 가치관을 심어 주려고 노력을 해본다.

아직은 언어가 너무 서툴고 발음도 어눌하지만, 설교를 준비 하는 중에 일본의 하천풍언 성자의 예화가 하나 떠올라서 짤막하게나마 전하였다. 우리가 예수님을 진심으로 믿는다면 입술로만 말하지 말고 이웃을 사랑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제로 용감하게 설교를 하였다. 그리고 하천풍언 목사님이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기를 희생하여 몸소 가난한 변비환자의 항문에 자기의 입을 대고 변비로 인한 고통을 덜어 주었다는 예화를 소개하였다.

설교 중 성격이 아주 활달하며 평상시에도 웃음이 많은 쓰다응 이라는 여자 청년이 뒷자리에 앉아서 손으로 입을 가리고 머리를 앞뒤로 흔들면서 웃는다. 굉장히 웃겼나 보다. 웃는 것을 보면 무언가 전달은 된 것 같은데 부족하여 실패로 끝나지 않았을까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으니 결과는 주님께 맡기는 것이다.

설교를 마치고 그들에게 질문을 해 보았다. 여러분도 예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고 물으니 주저하는 이도 있고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는 이도 있었다. 사실 저들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생소한 이야기인지라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저들을 바라볼 때 갈 길이 멀다는 느낌과 함께 어느 세월에 믿음이 자랄까 하는 심란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빛된 말씀들이 저들의 영혼의 지성에 하나하나 쌓이고 때가 되면 성령님의 역사하심으로 거룩한 변화가 나타날 것을 믿기에 주님을 의지하며 기도할 따름이다.

캄보디아 박용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