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천국의 영광       
   
최근 몇 달간 몸이 안 좋아서 건강에대한 염려에 사로잡혀 있었다. 믿음으로 이겨내리라 결심했다가도 뒤돌아서면 몸에 좋은 음식을 찾아보고 조금만 이상이 나타나도 인터넷에 검색해보곤 했다. 그러던 차에 지인의 추천으로 「소련병사 이반」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그리스도를 위하여 고난 받은 성도들의 삶은 언제나 귀한 은혜를 안겨주지만 그의 이야기는 어느 때보다 더 지울 수 없는 깊은 감동을 남겼다. 다시금 나의 믿음 없음을 회개하고 천국에 대한 소망으로 가득 차는 은혜의 시간이 되었다.
이반 모이세예프는 1950년대 소련에서 태어났다. 16살이 되던 1968년 그리스도를 영접했고, 2년 후 1970년에 소련 붉은 군대에 입대했다. 러시아는 정교회 신자가 대다수였지만 그는 드물게 개신교 신도였다. 당시 신자들은 경찰에 밀고 당하지 않도록 항상 조심스레 신앙생활을 했는데 그의 신앙은 꽤 전투적이었다. 이반은 하나님에 대해 증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입대를 앞둔 그의 결심에도 변화는 없었다.
군대에 입대한 후 어느 날 기도와 묵상의 시간을 갖다가 그만 훈련에 늦고 말았다. 하사가 그에게 늦은 이유를 물었을 때 그는 담대히 기도하다가 늦었다고 답했다. 그때부터 이반의 시련은 시작되었다.
장교에게 끌려가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심문을 당했으나 그때에도 자신의 신앙을 절대 감추지 않았다. “이반, 자네 늦은 이유가 무엇인가?” “저는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누구에게 기도하고 있었나?” “하나님입니다. 우주의 창조주이시며 모든 사람을 사랑하시는 분입니다.”
대위는 한숨을 쉬며 다그쳤다. “우리 소련 과학자들은 하나님이 없다는 공산주의 가르침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하나님에 대한 비굴한 생각을 떨쳐버리고 소련 군인이 되는 데 필요한 모든 훈련에 임하며 국가에 전적으로 충성하길 바란다.”
이반은 가만히 듣고 있지만 않았다. “저는 소련 시민으로서 군복무를 할 수 있음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시민인 또 한 나라가 있으니 그것은 하나님의 왕국입니다. 이 왕국은 신자들의 마음에 있으며, 이 나라의 법은 사랑의 법이기 때문에 소련에 위협을 주는 나라는 아닙니다. 저는 이 왕국의 시민권이나 하나님이신 왕께 대한 충성심을 버릴 수 없습니다. 그분은 소련에도 그리고 세계 어느 곳에든지 그의 왕국을 세우십니다. 사랑과 용서의 왕국을.”
이반에게는 밤새 무릎을 꿇고 막사의 훈련실과 복도를 닦는 벌이 내려졌다. 장교들은 연일 그를 불러다가 위협하고 방해했지만 그는 평안한 모습으로 즐겁게 청소를 했다. 결국 이반을 감당하지 못한 부대는 그를 전출시켰다.
새로운 부대에서도 그는 자신이 그리스도의 제자임을 감추지 않았다. 동료들이 예수님에 대해 물어오고 그들이 구원에 대해 알기를 원할 때 그들의 질문에 침묵할 수 없었다. 레닌의 포고령에는 종교의 자유는 인정하지만 전도는 금한다고 되어있었지만,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라는 하나님의 계명에 불순종할 수 없었다.
부대에서는 이반을 5일간 독방에서 금식시켰고, 그는 그 기회에 금식기도를 했다. 독방에서 가족과 친구들과 자신을 핍박하는 대위를 위해 기도했고, 하나님께서는 춥고 배고픈 그가 따뜻함과 배부름을 느끼도록 위로해주셨다.
그의 신앙 문제는 소령에게까지 보고되어 이제 이반은 소령에게 호출되었다. 소령과의 대화에서도 담대히 신앙을 고백한 이반에게 내려진 벌은 영하 30도의 날씨에 여름 군복을 입고 보초를 서는 것이었다. 동료 병사들도 이제는 항복하라며 다그쳤다. 살을 에는 추위에 이반 또한 겁이 난 것이 사실이었다. 이러한 추위라면 하룻밤에라도 얼어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반이 상념을 떨쳐버리기 위해 찬양을 부르고 있을 때 천사의 광채가 나타났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있노라!” 따스함이 그에게 임했고 조용히 입을 열어 기도하기 시작했다.
열두 번의 밤이 지났는데도 이반은 막사 안에서보다 더 따뜻함을 느끼며 보초를 섰고 부대는 당혹스러워했다. 다시 막사에서 돌아와 잠든 날, 천사가 나타나 그를 깨웠다. “이반! 일어나라.” 순식간에 그는 공중에 떠올랐고 천사와 함께 시공을 초월한 다른 세계로 날아갔다. 그 세상의 광채 가운데 풀잎 하나하나, 꽃받침 하나하나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표현하기 어려웠다. 천사는 풀밭을 건너는데 순간 이반에게 뱀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했다.
천사가 말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함께 있노라. 이곳은 지구와 같지 않다, 뱀이 없노라.” 그는 천사와 여행하며 사도요한과 다윗, 모세, 다니엘을 만났다. 새 예루살렘성의 빛도 보았다. 그 놀라운 빛은 너무나 찬란해서 빛을 보는 순간 눈이 멀어버렸다고 느낄 정도였다. 천국여행이 끝난 뒤, 그의 시련은 더해졌다. 하루에도 스무번씩 각기 다른 사무실로 불려가 심문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에는 천국의 영광이 가득했고, 최후의 승리에 대한 확신으로 기쁨이 가득 찼다.
그의 간증을 읽고 퇴근하는 길 재밌는 경험을 했다. 그날따라 항상 걷는 집 앞 저수지가 햇빛에 반사되어 눈부신 금빛 물결로 변했다. ‘이반이 봤던 천국이 이렇게 빛났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황홀했다. 그가 보았던 천국의 영광을 상상하며 부러운 마음으로 걷고 있는데 순간 초록색 긴 물체 하나가 재빠른 속도로 내 발 앞을 지나갔다. 성인의 팔 길이만한 꽤 큰 뱀이었다. 난생 처음 본 뱀의 모습에 너무 놀라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는데 문득 이반의 천국 체험이 생각이 나 피식 웃음이 났다.
마치 이반에게 나타났던 천사가 ‘아직 너는 천국에 올 때가 아니며 네가 살고 있는 곳은 이 땅이라’며 뱀을 보내준 것 같았다. 이반이 가보았던 천국은 내가 종국에 갈 곳이다. 그러나 그 나라에 가기까지 이반처럼 믿음의 증인으로 살아가야 한다. 복음의 증인이 되기 위해 때로는 죽음까지도 불사해야 한다.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채우는 삶을 산 자만이 천국의 영광을 볼 자격이 있을 것이다.

박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