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순례자

교통이 발달한 이 시대에 여행은 즐거움이나 오락, 여러 가지 육체적이나 정신적인 유익을 주지만 교통수단이 발달하기 전에는 여행이 반드시 즐겁지만은 않았다. 여행을 뜻하는 단어 “travel”은 고통, 고난이라는 뜻이다. 예컨대 1780년대만 해도 영국 런던에서 맨체스터까지 역마차가 가는데 5일이 걸렸지만, 1880년에 이르러서는 기차가 등장해 5시간이면 가게 되었다. 교통이 발달하지 못했던 조선시대에 한양에서 부산까지 짚신을 신고 걸어서 약 한 달 정도 걸렸는데, 지금은 KTX를 타면 불과 두세 시간이면 부산에 도착한다. 그러니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집을 떠나 여행길에 나서면 글자 그대로 그것이 고통과 고난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비행기나 여러 가지 교통수단의 발달로 여행은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그리고 여행은 새로운 눈을 열어주고, 우리의 감각을 새롭게 하고, 힐링을 통해 삶의 여유를 가져다주는 유익이 있다. 여행을 잘 하려면 네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한다. 아니 조건이라기보다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들이다.

그 네 가지는 이렇다. 목적지 선정, 목적지까지의 교통수단, 경비, 목적지의 사정이다. 먼저는 분명한 목적지를 정해야만 하는 것이다. 물론 정처 없이 떠도는 그런 여행도 있겠지만 여행은 분명한 목적지를 정해야만 하는 것이다. 목적지가 정해지면 그곳까지 도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정해야만 한다. 자동차로 갈 것인지, 기차로 갈 것인지, 아니면 비행기나 배로 갈 것인지, 아니면 자전거, 혹은 도보로, 아니면 여러 가지 교통수단을 복합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정해야만 한다. 이때 꼭 필요한 것이 지도다. 지도가 없으면 목적지에 잘 도달할 수가 없다. 그리고 꼭 필요한 것이 여행경비다. 교통비, 체류비, 숙식비 등 여행에 필요한 일체의 경비가 있어야 한다. 돈 없이 떠도는 무전여행이나 탁발여행 같은 특별한 여행이 있겠지만 일반적인 여행은 반드시 경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마지막은 목적지의 사정이다. 기후조건이나, 사용하는 언어나 화폐, 그리고 여러 가지 환경 등 모두가 알아야 할 내용들이다.

우리는 단순한 여행객이 아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예루살렘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나갈 때 그들을 순례자라고 했던 것처럼, 우리는 단순한 나그네나 여행객이 아니다. 우리는 순례자인 것이다.

우리는 일생 크고 작은 여러 번의 여행을 반복하지만, 순례자로서의 여행은 단 한 번 뿐이다. 이 땅에서는 성공적인 여행을 하지 못하면 다음 기회에 더 좋은 여행을 하면 되지만, 순례자로서의 여행은 단 한 번의 기회만 우리에게 제공되는 것이다. 이렇게 중대한 여행을 순례자로서 잘 감당하려면, 마찬가지로 네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는 분명한 목적지가 정해져야만 한다. 우리의 목적지는 어디인가? 두말할 것도 없이 천국이다. 그러나 사실 천국은 다 같은 곳이 아니다. 우리가 가기를 원하는 각자의 천국은 어떠한 곳인가? 여행 목적지의 사정을 잘 알아야 하는 것처럼, 우리가 가고자 하는 천국이 어떠한 곳인지 그곳 사정을 잘 알아야만 하겠다.

사도 바울이 셋째하늘을 경험하고 증거한 것처럼, 천국은 각자의 상급을 따라 1,2,3층천의 구조로 된 나라다. 더 높은 천국으로 올라갈수록, 상급은 더 많고 천국의 주택과 면류관, 의복과 세마포는 더욱 좋아지게 된다. 그것은 이 땅을 살아가는 동안에 각 사람의 공적에 따른 차이다.

그러면 천국 중에서도 어떠한 곳이 목적지가 될 것인가? 분명한 목적지를 정해야만 하겠다. 우리가 정하였다고 다 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목적지를 정해야 열심히 하지 않을까. 천국에 대한 분명한 목적지 의식 없이 가도 그만 못 가도 그만인 어정쩡한 태도를 가진 신앙인이 의외로 너무나 많은 것을 본다. 천국에 대한 목적이 없다면 무엇 때문에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가. 혹시 몰라 믿어두는 것인가. 태도를 분명히 하자. 그래서 천국 목적지가 정해졌으면 가는 교통수단을 확실히 알고 가야 한다.

이때 우리는 성경이라는 분명한 지도가 있다. 성경이라는 지도 외에 무엇이 우리를 천국 가는 길을 알려주겠는가? 다른 지도는 결코 없는 것이다.

돈으로도 못 가고, 지식으로도 못 가는, 오직 믿음으로만 가는 곳이 천국이다. 그래서 믿음으로 의로워져서 천국을 가야 한다. 그러면 경비는 무엇인가? 그것은 값이다. 곧 대가다. 우리는 천국에 가려면 무엇을 값으로 지불하여야만 하는가? 그것은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는 것이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몫에 태인 십자가를 지는 대가로만 천국에 갈 수가 있다.

주님은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분명히 말씀하셨다. 부인해야 할 자기가 무엇인지, 자기 십자가가 무엇인지 깨달아야만 하겠다.

그리고 마지막은 그곳의 현지 사정이다. 그곳 천국은 어떠한 곳인가. 성경에는 천국에 대하여 자세히 말씀하고 있지 않다. 눈물과 사망이 없는 곳이라고 하셨다. 고통이 없는 곳이라고 하셨다. 악인은 찾아도 찾아볼 수 없는 곳이라고 하셨다. 거기에는 하나님이 계시고, 의의 태양이 되시는 주님이 계시고, 앞서 간 무수한 성도와 수많은 의인의 영들과 수많은 천군 천사가 있어, 언제나 즐겁고 행복이 충만한 곳이라고 하셨다.

가끔 여행을 떠나면서 짐을 쌀 때면, 여행에 대한 설렘과 무슨 일이 벌어질지 기대하게 된다. 우리의 마지막 여행이기도 하고, 일생 단 한번의 여행이 되기도 할 천국여행에는 어떠한 설렘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까. 지금 그 여행에 성공하기 위하여 모든 조건이 잘 준비되어 가는가. 지금 이 순간, 또 한번의 여행을 앞두고 자문해본다.

이안드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