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사와 짜장면과 등불

수도사님들을 알게 된 뒤로부터 바뀐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조금 덜 먹고, 조금 덜 자고, 조금 더 고생하자는 다짐이 그것입니다. 범속(凡俗)자의 고백입니다만, 예를 들어 중국집에 가면 으레 쟁반짜장면을 시키곤 했는데 이제는 짜장면 보통으로 시킵니다. 그러면 마음에 기쁨이 있습니다.

829일 토요일 저녁, 시흥영성수련원에 갔는데 수도사님들이 저녁식사로 짜장라면을 먹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뒤로는 돈 주고 짜장면을 사먹는 것이 조금 죄스러웠습니다. 율법적 의미에서가 아니라 사랑의 의미에서.

그럼 나도 짜장라면을 사다 끓여먹으면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내 옥탑방에는 밥솥, 냄비, 냉장고, 가스렌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쟁반짜장면에서 짜장면 보통으로 올라간 것을 감사히 여기고자 합니다.

지난 7월 바울선교회 주최 선교전주 2015’ 대회에 참가하였는데, 마침 수도사님들과 같은 방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서로 알게 된 것이, 중국 연길에서 돌아온 지난 8월에는 청년영성수련회에 함께 참여하면서 더욱 가까이서 알게 되었고, 그 뒤 토요일 청년영성학교를 통하여 수도사님들의 삶과 신앙, 관심사 등에 대해 듣고 배우는 값진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 시간시간들을 통하여 이용도 목사님의 동지셨던 한의정 복음사(1898~1950)30대에 남기신 한 고백이 제 안에 오롯이 떠올랐습니다. “마음에 넘치는 기쁨을 발표는 못하거니와 그때에 나의 영은 은근히 주께서 나의 신앙 행로의 외로움을 살펴주시는도다하는 감격에 넘쳤다.”(2004년판 이용도 목사 전집 제5, 181).

십일 년, 스물다섯 곳의 우물들에서 헤엄치다 작년에 태어난 우물로 돌아온 저는 동지들 어디 있는고.’ 늘 주목하여 보았는데, 일 년 동안 없구나 없구나.’ 울다가 이제는 있구나 있구나.’ 웃게 된 것입니다.

수도사님들을 만나면 천국의 등불이 켜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그 환한 등불 아래 나의 영()은 등을 벽에 기댄 채로 다리를 쭉 뻗고 앉아 주님을 생각만 해도 훈훈함이 돌고 배가 불러온답니다. , 천국의 등불 아래서!

그분들이 계신 자리에만 가면 은혜를 맛보게 되는 건 왜일까? 어째서일까?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1:24) 혹은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위해 성도 각각에게 지워주신 은혜의 고난을 말이 아니라 생활로 자기 몸에 채우고 있는 분들의 모임이라서 그런 게 아닐는지. 그 자리에 있는 것이 허락된 저는 그 덕택으로 함께 은혜를 받게 되는 것이지요. 모임 가운데 부어지는 은혜를 깊숙이 안주머니에다가 꼭꼭 챙겨 넣어두는 나는, 복권 당첨자라도 알지 못할 기쁨에 쌓여 사람들 없는 곳에서 남몰래 혼자 좋아라 하곤 합니다.

요즘 이런 감사와 감격 가운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감사와 감격은 용기를 일으켜주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길을 가다 편의점이 보여 시원한 것 하나 마실까.’ 하다가도 수도사님들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그대로 길을 갑니다. 괜히 좀 군것질거리가 생각날 때, 수도사님들을 떠올립니다. 그러면 다시 발걸음 당당하게 앞으로!

그러면서 저도 조금 덜 먹고, 조금 덜 자고, 조금 더 힘내어 일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하루씩을 살게 되었답니다. 다시 이는, 율법적 의미에서가 아니라 절제와 사랑의 의미로써이며, 고로 먹든지 굶든지 짜장면 보통이든지 짜파게티, 아니면 때로 쟁반짜장면이든 좌우간 오직 감사함과 기쁨이 충만케 되는 것이었습니다. , 천국의 등불은 기쁨의 빛입니다.

정재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