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 텐 붐을 읽고

천사들의 밀실을 지키는 수호자라는 소제목이 붙어있는 책을 읽었다. 2차 대전 당시에 네덜란드의 작은 마을에서 시계 제조업을 하는 코넬리아 텐 붐의 가정에서 하나님의 사람들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방법과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느끼고 체험하는 것을 잔잔하게 쓴 믿음의 영웅 시리즈중의 한 권이다.

베이예 라는 시계방에는 코리의 아버지 카스퍼 씨를 만나기 위해 언제나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다. 손님들은 시계수리 뿐 아니라 카스퍼 씨의 조언과 친절한 말 한마디, 기도가 필요해서 오는 사람들이었다. 또 이곳은 묵을 장소가 필요한 사람들을 언제나 환영했다. 선교사들의 자녀들이 머물기도 하고 전쟁고아들을 돌보기도 하였다.

평화로웠던 베이예는 2차 세계대전으로 나치가 유대인들을 잡아들이기 시작하면서 갈 곳도 숨을 곳도 없는 유대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곳의 주인인 카스퍼 씨는 하나님이 선택한 백성들이 고통을 받는다면 나 또한 그들과 함께 고통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 고 하며 찾아오는 유대인들을 돌보고 그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두 딸인 베시와 코리도 여러 가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그들을 도와주고 식량을 마련해 준다. 이 과정에서 하나님의 선하신 손길이 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게 해 주신다. 결정적인 것은 베이예에 독일군이 갑자기 들이닥칠 때를 대비하여 안전한 밀실까지 만들 수 있도록 하나님은 역사하셨다.

마침내 유대인들을 숨기고 도와주었다는 이유로 코리의 모든 가족들은 독일군에게 잡히고, 수용소에 들어가게 되지만, 안전한 밀실은 끝까지 보호되고 거기에 숨어 있던 여섯 명의 사람들은 무사히 다른 곳으로 피할 수 있게 된다. 카스퍼 씨는 딸들과 아들, 며느리, 손주들까지 모두 독일군에게 잡혀 가면서 우리는 진정으로 축복받은 가족이란다.” 라는 말로 가족들을 위로 한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가족들 모두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수용소에서의 코리와 베시는 말 할 수 없는 고통과 죽음의 두려움 속에 있었지만, 순간순간 하나님의 도우심은 그곳에도 역사하였다. 코리는 성경을 소유하게 되고 성경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며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아름다운 전도자가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함께 잡혀온 아버지 카스퍼 씨는 수용소에 온지 열흘 만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고, 몸이 약했던 언니 베시는 코리가 석방되기 얼마 전에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수용소에서의 코리는 용기 있는 사람도 아니고 힘이 강한 사람도 아니었으며 건강한 사람도 아니었다. 병들고 연약하고 작고 늙은 여자일 뿐이었다. 그러나 순간순간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절하게 기도하고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조용히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하나님의 사람이었다.

석방이 되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때에도 하나님은 코리를 잊지 않으시고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돌아오게 하셨다. 고향에 돌아온 코리는 조용히 여생을 보낼 사람이 아니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고향에는 많은 어르신들이 전쟁의 상처를 받아 삶의 자유를 얻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리하여 하나님께 저들을 도울 수 있도록 역사해 주시기를 기도하게 되었고, 하나님의 도우심이 함께하여 전쟁에 상처받은 많은 어른들을 위한 양로원을 운영하게 되었다. 양로원을 운영하기 위한 많은 자금과 봉사자들은 그때그때 하나님께서 채워주심을 이 책에서는 요란하지도 않고 잔잔하게 묘사했다.

코넬리아 텐 붐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이라면 죽음과 같은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고 생각되는 상황에서도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도우심을 믿는 믿음의 사람이었다. 이 책은 코리가 무섭고 괴롭고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손길을 간절히 의지하면서 담담하게 승리하는 모습을 그려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임순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