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으로 돌아가자 

최근 언론에 보도된 전과 36범의 지적 장애 2급 김양(26)의 사연은 많은 이들을 눈물짓게 했다. 소외된 이웃에 대한 무관심이 빚어낸 안타까운 결과를 보면서, 이웃들을 더 깊은 죄의 수렁 속으로 빠지게 하는 이 악한 세대의 사랑 없음이 한탄스럽고 부끄럽기만 하다.

 


누가 이웃인가

김양은 전국을 돌며 닥치는 대로 지갑과 휴대폰을 훔치다가 걸렸다. 16살 때부터 교도소를 들락거렸는데, 지난 825일 서울 광진구의 한 빌딩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이모(74)씨가 현관에 놓아둔 가방 속 지갑과 휴대폰이 없어진 사건으로 인해 일단락됐다. 체포될 당시 그녀의 가방에는 훔친 휴대전화 12, 지갑 2, 원피스 상하의 한 벌이 들어 있었다. 경찰은 그녀가 장물을 처리해야 한다는 인식조차 없었다며, 남의 물건을 훔치는데 죄의식이 없었고, 진술도 수차례 번복하는 등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그녀는 어릴 적 부모가 이혼하고, 하나뿐인 언니가 일찍 결혼하자 아버지와 단둘이 지내며 중학교를 겨우 졸업했다.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가출생활을 시작했고,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절도를 해온 것이다. 김양이 전과 36범이 될 동안 사회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던 것이다.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냐?’고 물으시던 예수님의 질책이 들리는 듯했다. 내 일에만 바빠하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게 무관심한 것이 못내 부끄럽고 미안했다.

 


초심을 자극하다

발바닥 파열에도 멈출 수 없었던 30년 전도자의 인생을 산 전영순 권사님. 그분의 신선한 삶은 충격과 함께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19846월 남편 뒷바라지로 미국으로 건너가 정착한 지 3개월이 채 못 되어 친정아버지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사돈댁의 사업이 부도가 나서 어려우니, 강남에 있는 아파트를 팔아 도움을 드리라는 내용이었다. 집이 가난해 결혼할 때 시댁에 해간 게 별로 없어 시어머니께 시집살이 당한 게 억울했던 차였는데, 시댁의 빚 때문에 내가 피 땀 흘려 번 돈으로 산 아파트를 팔라니. 그날부터 그녀는 당신 부모님이 예수님 안 믿고, 나 같은 착한 며느리를 시집살이시켜서 벌 받은 거야.”하며 남편을 핍박하기 시작했다.

모태신앙에 어려서부터 착했고, 헌금도 하고 봉사도 열심히 한 결과가 이거라니. 도대체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렇게까지 힘들게 하시냐며 하나님께 따졌다. 그때 라는 단어가 쇠망치로 내리치듯 뒤통수를 때리면서 필름처럼 장면들이 지나갔다. 온 동네에 효녀처럼 보이려고 외식했던 것, 겉으로는 부모님께 순종했지만 속은 가난하고 무능한 부모라며 부끄러워했던 것, 마음에도 없이 드린 십일조와 헌금들, 남들에게 보이려는 교회의 봉사생활, 약국을 운영하면서 세금을 적게 내려고 머리 굴리던 모습 등등. 착하고 의로운 줄 알았던 지난 30년 세월을 살면서 어쩜 그렇게 많은 죄를 지었던지, 용서해달라고 몇 시간을 계속 통곡했다. 그런 속에서 난생 처음 주님의 음성을 들었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그 벅찬 기쁨과 감격을 어찌 말로 다 하랴. 강남아파트, 돈과 명예, 남편과 자녀 등 주님보다 사랑했던 모든 것을 다 내려놓겠다고 고백을 드렸다. 아까워서 몇 달 동안 드리지 못한 그 집이 어쩜 그리 하나도 아깝지 않던지.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으라”(3:8)는 말씀에 즉시 눈물을 닦고, 퉁퉁 부은 얼굴로 거실에 있던 두 아들에게 다가가 용서를 구했다. 몇 달 동안 시댁일로 속상해서 잘못한 것도 없는 아이들에게 괜히 소리 지르고 화를 내었고, 혼 낼 때도 일부러 남편 들으라고, 너네는 할머니 닮으면 안 된다며 시어머니를 들먹였던 것이다. 저녁이 되어 집에 돌아온 남편에게도 용서해 달라며 무릎을 꿇고, 주님께서 어떻게 행하셨는지 죄다 말씀드리며 모두 회개한다고 하자, 남편도 자신의 죄를 눈물로 회개했다. 그날 밤, 그녀는 시어머니께 11장의 회개편지를 썼고, 다음날 새벽에 5시간 운전하여 뉴욕 영사관을 찾아가 한국의 집을 매매할 수 있도록 위임장에 서명해 친정아버지께 보내드렸다. 이런 감격스런 처음 사랑으로 시작된 그녀에게 주님은 성경을 가르치고 전도하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자기를 부인하고 단순하게 순종하여 잃은 영혼을 찾아다니던 지난 30, 발바닥의 압력과 고통을 완화시켜주는 림프액이 닳아 없어져버릴 정도로 그녀는 열심을 내었다. 16년의 해외생활을 접고 귀국하여 찾은 교회도 가난하고 소외된 맹인들이 다니는 교회였다. 내가 높아지고 대접받는 곳은 철저히 버리고 오직 내 물질과 시간을 아낌없이 드리며 지극히 작은 자들을 찾았다.

 


처음 사랑을 가지라

요즘 한국교회에는 적을 두지 않고 부담 없이 큰 교회만 찾아다니고, 심지어 인터넷 예배를 드리는 무적교인들이 많다고 한다. 우리 주님은 낮은 곳에 찾아가셔서 소외된 자들의 친구가 되셨는데, 너무 편하게 신앙생활을 하고 싶은 욕심의 결과다.

너를 책망할 것이 있나니 너의 처음 사랑을 버렸느니라. 그러므로 어디서 떨어진 것을 생각하고 회개하여 처음 행위를 가지라. 만일 그리하지 아니하고 회개치 아니하면 내가 네게 임하여 네 촛대를 그 자리에서 옮기리라”(2:4,5).

예수님으로 인해 구원의 감격과 벅찬 기쁨을 경험할 당시엔, 주님과 진리를 만났던 감격에 어디든 달려갔다. 순수하고 헌신적이었다. 무엇인가 필요로 하면 아낌없이 나누었고, 봉사의 자리가 있으면 자원하여 달려갔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 감격과 기쁨도 빛이 바래고 낮은 곳을 찾던 마음은 높아져 어느 듯 내속에는 무감각과 무기력이 자리 잡았다.

하루하루 내 일에 바쁘게 살다보니 이웃이 어떤 사연으로 힘겨워하고 고통 받는 지 별반 관심이 없다. 안타까운 소식이 간혹 들리기는 했지만, 그래 그런 사람이 한 둘인가, 나라님도 못하는데 내가 어쩌란 말인가 항변하며, 양심의 울림을 외면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러던 차에 두 사건은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내게 적잖은 충격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기도를 계속하고 있었다.

초심의 특징은 철저한 회개와 순진한 사랑, 낮아진 마음, 내 것을 아끼지 않는 헌신이다. 구원의 감격이 넘치니 주님이 원하시는 곳이면 아무리 천하고 낮은 곳도 마다하지 않는다. 기꺼이 내 시간과 물질을 드려 영혼구령에 힘쓰고, 주님 사랑에 겨워 이웃 사랑을 나눌 영혼을 찾아 나선다. 그 초심과 그 사랑을 다시 찾고 싶다.

이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