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자기의 때를 알아 시기와 조화를 이루며 변신하는 가을 잎들을 올해도 경이로운 마음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해마다 같은 시기에 같은 일을 반복하는 주님의 일이라 해도 영혼의 성장을 위해 안배하셔서, 경험해 보지 않은 또 다른 환경들이 있어 느슨해질 겨를 없이 믿음의 바턴을 꽉 움켜쥐게 됩니다.

주님의 길이 녹록치 않을 수밖에 없는 것이 그 만큼 갈아엎어야 할 나의 죄성과 정욕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걷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몰아가신 것도 하나님의 섭리이겠지요. 그 길만이 영생을 얻을 수 있는 길이니까요. 때론 믿지 않는 자들보다도 덕스럽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볼 때 천국 가는 길이 한없이 더 멀게만 느껴집니다. 다 갖추고 하는 일도 아니고, 하면서 갖춰가는 과정이기에 성장이 더딘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인내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이런 나를 향하여 하나님의 길이 참으심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겉은 그럴듯한데 속은 주님 닮은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으니 주님 보기가 민망합니다. 어려서는 내가 예수님 믿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는데, 요즘엔 내가 예수님을 믿고 크리스천이 되었다는 것이 기적 중에 기적이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가면 갈수록 영적인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더 큰 헌신과 사랑을 베푸는 환경으로 이끄심을 보게 됩니다.

얼마 전 교회에 거처를 구하지 못해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한 가족이 찾아왔습니다. 남편과 아내 그리고 4살 된 여자아이였습니다. 살 곳이 없어서 어느 교회에 딸린 방에서 지내다가 교회 형편상 나오게 되어 살 곳을 찾아 전전긍긍하는 가족이었습니다. 교회에서 방을 제공하거나 월세 방 얻을 보증금을 후원받고 싶어 하는 눈치였습니다. 아침을 안 드신 것 같아서 아쉬운 대로 식사를 대접하고 그 이후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목사님께 SOS를 쳤습니다.

어제 구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마음에 떠올랐는데, 바로 이들을 만날 것을 예견하셨던 것일까. 하지만 내 마음은 소극적이었습니다. 막상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니 발뺌하고 싶은 마음 이였습니다. ‘하나님! 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는데요.’ 그리고 오늘은 특별기도회가 끝나는 날인데 큰 응답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 나의 믿음의 성숙도를 테스트하시는 시험지가 놓여 있었습니다. 결국 그 시험지를 풀지 못하고 목사님께 넘겨버렸습니다.

교회 옆에 사택이 있긴 하지만 다른 식구가 거처할 만 한 방이 따로 있진 않았기 때문에 결국 그들에게 방을 구해줘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목사님은 그들이 거처할 만한 방을 알아보셨지만, 무보증으로 방을 얻기엔 월세가 너무 비쌌습니다. 그러자 목사님은 본인의 전후 상황을 따지지 않으시고 처음 만난 그들에게 30만원을 선뜻 내놓으셨습니다.

남편 되시는 분이 몸이 불편하시긴 하지만 토목 기술이 있으셔서 집을 구하시고 직장을 빨리 잡으시면 삶이 안정될 것 같아 보였습니다. 교회 근처에 아무리 허술하다 해도 방 한 칸 월세 얻으려면 최하 100만원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은 그들의 조건에 맞는 집을 찾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목사님은 세를 놓고 계신 잘 아는 분에게 일단 두 달간 무보증으로 월세를 낼테니 방을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그 가족에겐 정말 좋은 기회였습니다. 두 달 동안 남편 되시는 분이 보증금을 마련하시고 교회에 나오시면서 식료를 후원받으시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무슨 생각에서인지 다른 곳을 알아보겠다며 길을 나섰습니다. 교회에 터를 잡고 사시던 분들이라 다른 교회에서 교회에 딸린 방을 주지 않을까 하는 맘으로 다른 교회로 가셨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추운 날씨에 당장 오늘 밤 묵을 방이 없어서 길을 나서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사가 메말랐던 나의 심령에 감사의 조건들이 연이어 떠올랐습니다. 내가 가진 것에 대해서 감사하기보다는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서 불평하고 원망하였던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한 가족이 이 추운 날에 묵을 방 한 칸 마련하기 위해 짐 보따리를 들고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갖고 있는 것이 너무나 많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가 오늘 당장 추위를 가리고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만 해도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그래 감사하자! 특별기도회 마지막 날 나에게 주신 큰 응답은 바로 감사였습니다. 감사하자! 모든 것에 감사하자! 복에 겨워서 하나님 앞에 불평하고 원망하였던 것들이 절로 회개가 되었습니다.

또 한 가지 어려운 이웃들을 생각하면서 절제해야겠단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적은 돈이지만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서 과자 사 먹을 돈을 아껴서 선교하고 구제하는 습관을 키워야겠습니다. 구제는 내 것을 아껴서 할 때 더욱 값진 것입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나누어 줄 수 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 가운데 영혼의 풍요로움이 생깁니다.

“여호와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며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시118:29).

이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