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붉은 피

한국강토를 그리스도의 붉은 피로 물들이자

지난 6월 11일부터 남아공 월드컵이 시작되었다. 아르헨티나의 경기에는 우중에도 불구하고 100만이 넘는 인원이 전국 곳곳에 모여 ‘2002의 영광’을 기원하며 목청껏 “대∼한민국!”을 외쳤다. 한국이 해외원정 첫 16강 진출이 확정되면서 온 국민의 응원 열기는 더욱 후끈 달아올랐다. 서울광장, 상암동 경기장과 대학로, 한강시민공원을 비롯해 노고단과 산사에서도, 교회에서도 승리를 향한 붉은 함성이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하나님을 향한 열정을 갈망하며
나이지리아와의 경기는 새벽 3:30에 시작되었다. 그 새벽,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붉은 옷을 입고 응원을 했으며, 이 동네 저 동네 곳곳에서는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붉은 함성이 식을 줄 모르고 울려 퍼졌다. 원정응원단 70명이 자비를 들여 남아공까지 날아가기도 했다. 국내건 해외건 붉은 옷과 페이스페인팅, 반짝이 불, 삼지창 등 다양한 소품으로 무장하여 “대∼한민국!”을 외치는 붉은 열기는 참으로 대단했다.
그러나 한쪽 마음이 뭔가 허전하고 안타까운 것은 왜 일까?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저렇게 주님께 열광하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한국 교계에는 그리볕돋?향한 순수한 열정이 너무도 아쉽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물질적으로 풍요해지면서 물량주의·성공주의·기복주의 등 세속주의에 심히 병들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주님 사랑보다는 세상의 소유와 육적인 기쁨과 쾌락에 더 집착하고 있다. 왜 우리는 마귀ㆍ세상ㆍ역경과의 싸움에서 이렇게 무기력한가. “육신의 생각은 하나님과 원수가 되나니… 육신에 있는 자들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없느니라”(롬8:7,8).
오리무중과 같은 우리의 인생길을 환하게 비춰줄 진리는 어디에 있는가? 월드컵의 열정이 온 나라를 붉은 함성으로 들끓게 한 것처럼, 누가 세속에 찌든 우리를 그리스도의 열정으로 타오르게 할 것인가!

빛을 밝게 비추라
오늘날 교회의 강단에서 선포되는 말씀 속에는 세속적인 애정과 욕망을 자극하는 누룩이 너무 많이 섞여있다. 우리의 어두운 인생길을 환하게 비춰줄 밝은 빛과 맑은 물, 순수한 무교병의 진리가 사무치도록 그립다.
우리에게 세상적인 유혹을 단호하게 뿌리칠 수 있도록 힘을 주고, 우리를 하나님 가까이로 이끌고, 천국의 상급과 영적으로 빠르게 성화되도록 인도하고, 어둠을 몰아내고 하나님의 빛을 밝게 비춰주는 진리가 필요하다.
“하나님은 빛이시라. 그에게는 어두움이 조금도 없으시니라”(요일1:5). 우리의 마음과 행실을 환하게 비춰주는 하나님의 빛이 밝게 드러난 진리가 절실하다. 하나님의 빛을 계속 추구해 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 해주는 영성이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지금 교회는 하나님의 빛이 흐리게 증거 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대부분 큰 죄는 어느 정도 분별하지만 작은 죄나 육신에 속한 애정과 욕망들에 대해서는 잘 분별하지 못한다. 생활 구석구석에 어두움이 많아도 잘 깨닫지 못하는 실정이다. 빛과 어둠, 선과 악, 영적 생활과 육적 생활, 하나님 중심과 자기중심으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분별하지 못하면서 어찌 세상의 빛이 될 수 있으랴.
이 빛은 천국의 태양이신 하나님으로부터 비춰지고 있는 빛이다. 사람들의 마음과 행실을 변화시키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빛이다. 이 신비로운 하나님의 빛은 예수님의 말씀과 인격을 통해 잘 나타나 있다.
하나님의 빛이 밝게 드러난 진리는 산상수훈과 사랑장, 로마서 12장 등이 대표적이다. “원수를 사랑하라. 억지로 오리를 가게 하거든 십리를 동행하라. 오른쪽 뺨을 치면 왼편도 돌려대라.” 사랑은 오래 참고, 성내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치 않고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않는 게 빛이다. 빛의 열매는 착함과 의로움과 진실함에 있고, 우리가 예수님을 믿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으니 빛의 자녀들처럼 행하라고 하셨다(엡5:8-11).
교만하기 쉬운 환경 속에서 겸손한 것, 억울하고 자존심 상하지만 주님 때문에 오래 참는 것, 순간순간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않는 것, 물질적인 손해가 예상 되지만 정직한 것, 시기 질투하지 않는 것, 주님을 위해 죽도록 충성하는 것이 빛이다. 이 하나님의 빛은 선하고 의롭고 거룩한 성품이 담겨진 빛이므로 사람들의 마음과 행실을 밝게 해주고 어두운 부분을 치료하여 정결하게 하신다. 즉 우리가 빛이 밝은 말씀을 실천하고 주님의 생활인격을 꾸준히 본받고자 할 때 어둠은 물러가고 마음과 행실이 밝아지고 정결해진다는 것이다.

성령 부흥을 갈망하라
교회는 어둔 세상을 밝히는 촛대요 사역자들은 밤하늘의 별이다(계1:20). 둘은 모두 어둠을 밝혀야만 그 존재의미가 있다. 목회자들이 하나님의 빛을 따라 철저한 생활을 하면서 빛과 어두움에 대한 진리를 강력하게 증거 할 때, 성도들은 매일매일 자신을 성찰하여 부끄러운 행실을 회개하고 실천하는 가운데 영적으로 빠르게 성화될 수 있는 것이다.
하나님의 밝은 빛을 추구하는 영성이 있어야 한다. “여우도 굴이 있고 나는 새도 거처가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고 하시며 일생 청빈하게 사셨던 주님, 그 주님의 뒤를 자기 부인하며 십자가 지고 따랐던 사도들,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믿음의 선진들. 이 시대는 성화된 성도들의 사상과 영성이 필요하다.
6.25사변 직후 가난한 자들을 위해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무료병원을 운영했던 의사, 손에 다이아 반지를 끼고도 돈이 없어 치료비를 내지 못한다는 환자를 뻔히 알고도 기꺼이 믿어주었던 거룩한 주님의 바보, 새벽기도 중 205호실 환자의 헤어진 내복이 눈에 밟혀 그날 추운 겨울밤 두툼한 내복을 사들고 왔던 성산 장기려 박사님.
‘빈(貧)은 나의 애처’라며 일생 청빈하게 사셨고, “미치자. 미치자. 예수님께 아주 미치자!” 피를 토하며 예수님을 닮고자 몸부림쳤던, 당시 교회가 이단으로 몰았지만 원망하지 않고 끝까지 교회를 사랑했던 한국의 참 목자 이용도 목사님.
눈 덮인 히말라야를 넘어 티벳에 복음을 전파하다가 돌에 맞고 태장에 맞고 거머리에 뜯기고, 시체가 가득한 웅덩이에 던져졌지만, 언제나 주님의 사랑으로 뜨겁게 타올랐던 맨발의 사두 썬다 싱.
이렇게 일생 예수님과의 일치를 추구하였던 성화된 성도들의 빛 된 생애와 사상이 흐르는 영성의 강단이 우리를 부른다. 한국 강토를 그리스도의 붉은 피로 물들이며 예수님의 거룩한 열정으로 우리를 이끌어 갈 진리가 부른다. “주님, 세상은 월드컵의 함성으로 들끓고 있지만 교회에는 다시 한 번 그리스도를 향한 열정이 용광로처럼 타오르게 하소서!”
이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