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같기도 하고 성당 같기도 한 건물 외관, 요즘 뜨는 소위 핫플이 된 인천 영종도의 카페다. 실제로 120년 된 교회 건물을 개조해 만든 카페라고 하는데, 사진으로 본 카페는 창문의 스테인드글라스며 십자가만 달면 딱 교회라고 생각될 외관이었다. 지하 1층부터 4층 루프탑까지 있고 층마다 컨셉이 다른 이색카페라고 한다. 평일에도 사람이 정말 많고, 주말엔 줄을 서야 할 만큼 인원이 몰리는 곳이다. 예배를 드려야 할 그 자리에, 하나님이 영광 받으셔야 할 그 자리에, 사람들의 정욕을 만족케 하는 음식과 음악과 화려한 조명들이 하나님의 영광을 가로채고 있다. 참으로 비통한 일이다.


사라져 가는 성도들

역사적으로 교회의 위기는 늘 있었지만, 이 시대는 교회 존재 자체를 절실하게 고민해 볼 시대가 되었다. 교회의 위기 원인에는 이 시대 청장년(靑壯年)이 교회를 떠나기 때문이다. 성도들이 없으니 교회가 사라져 가는 것이다. 마지막 때의 한 현상으로 여기고 손 놓고 하늘만 봐야 할까. 주님이 이루시겠지, 맡긴다는 명분으로 합리화해야 할까. 교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이끌어가는 주역들이 청장년인데, 그들이 사라진 교회는 힘이 없다. 후사가 없다.  

어느 교회 사모님 두 분과 잠시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다. 한 분의 사모님이 교회의 연령층이 이제 70, 80대가 대부분이라고 하시면서 어느 날, 교회에서 70세 되신 권사님이 “이제 주방 봉사에서 저 빼 주세요.” 하더란다. 그래서 연령들을 살펴보니 60대이신 사모님 한 분만 남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모님이 “권사님, 그러면 저 혼자 해야 해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옆에 계시던 다른 교회 사모님이 “저희도 80대 권사님들이 주방 봉사를 해요.”라고 하신다. 정말 웃을 수만은 없는 한국 교회의 슬픈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한참 일해야 할 청, 장년들은 취업과 노동, 연애와 결혼, 자녀 양육 등 인생의 중요한 문제들을 지나고 있는 사람들이다. 사회 문제와 개인적인 문제들을 한꺼번에 치러나가야 하니 당연히 바쁘고, 때론 괴롭다. 당장 현실적 문제들을 헤쳐나가려니 신앙에서 조금 소원해지거나 멀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가 한번, 교회에 가서 위로받고 신앙의 도움을 기대해 보지만, 빛과 어둠만을 조명해 주는 날카로운 시선들과 만나는 경우가 많다. 어김없이 시험이 들기도 한다. 그들을 깊이 이끌어 주고 공감해 줄 이들이 꼭 필요함에도 현실은 신앙과 현실을 조화롭게 공감할 이가 적다. 교회는 보수적이고 제한적인 요구사항들이 많아서 청소년들이나 청장년에게 부담감으로 다가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꼭 필요한 복음적 내용들을 전달하고 양육하는 상황에서 빛과 덕이 없이 다가가 그들을 놓치는 상황도 자주 만든다. 더구나 강단에서 흘러나오는 말씀이 빛을 밝게 전하고 목회자나 직분자들이 빛 가운데 모범을 보인다면 그것이 빛과 사랑으로 흐를 텐데, 때론 너무 강한 빛이 현실에 허덕이는 이들을 정죄하기도 하고, 때론 극단적인 말씀들이 현실과의 괴리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문제는 청, 장년뿐이 아니다.

학원복음화협의회에서 일반 대학생(1,000명) 및 개신교 대학생(345명)을 대상으로 ‘2022 대학생 의식과 생활에 관한 조사’를 했다. 이 조사에서 개신교 대학생들에게 교회 출석 여부를 물었더니 10명 중 4명(42%)이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그 비율이 2017년(28%) 조사보다 14%나 늘었다. 주일성수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비율은 2017년 33%에서 2022년 22%로 11% 감소했다. 

3040세대도 비슷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21세기교회연구소와 한국교회탐구센터, 목회데이터연구소에서 전국 만 30~49세 개신교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3040세대 신앙 의식 및 생활 실태 조사’를 했다. 그 결과, 대면 예배와 비대면 예배 모두 드리지 않는 가나안 성도가 33%나 됐다. ‘10년 뒤 교회 출석을 할 것인가’라고 물었더니 응답자 44%가 교회 이탈 의향(기독교 신앙 버리고 교회 이탈 4%, 기독교 신앙은 유지하면서 교회 이탈 40%)을 보였다. 더는 청장년에게 교회가 가고 싶지 않은 곳이 되어가고 있다. 

교회가 카페로 팔리는 일은 비단 유럽의 일이 아닌 우리나라 우리 지역, 내 교회의 일이 될지도 모른다. 청, 장년층이 사라진다는 것은, 이제 은퇴를 앞둔 목회자들에겐 영적 후사가 없어지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빛과 진리로 모범을 보여야  

그럼에도 이와 같은 교회 현실에서 문제해결 방법은 먼저 기도하는 것이고, 빛의 말씀을 전하는 강단이 있어야 하며 빛으로 본을 보일 어른들이 필요하다. 소위 아이들이 말하는 꼰대가 되어서 지적하고, 간섭하고, 정죄하는 어른이 아닌, 진실한 사랑과 자비로 그들을 위해 기도하며 섬기는 겸손 또한 꼭 필요하다. 그 중요한 역할을 교회와 직분자들이 했으면 좋겠다. 어린이들과 청소년, 청장년은 교회를 이끌어가고, 교회의 허리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세대다. 그들이 빠지면 교회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학원복음화협의회의 ‘2022 대학생 의식과 생활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개신교 대학생 중에서 33%만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영접했다”고 응답했다. 2012년 조사에서는 같은 질문에 63%가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영접했다고 응답했는데 10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응답자 3명 중 1명(34%)이 “하나님을 믿지만, 그리스도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신앙생활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마음의 평안을 위해’(31%)였고, ‘구원을 위해’라는 응답은 28%에 그쳤다.

구원의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개신교 대학생 중에서 90%가 “우리 사회는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된 사회”라는 인식에 동의했다. 맘몬주의에 물든 처참한 현실을 반영한 결과다.  

개신교 대학생들의 혼전 성관계 인식과 성관계 경험을 물었더니, “사랑하는 사이라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응답이 48%나 됐다. 전체 대학생 응답률(54%)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개신교 대학생의 성관계 경험률도 39%로 전체 대학생의 경험률 41%와 비슷했다. “나는 성소수자(동성애+양성애자)”라고 응답한 비율이 무려 10%나 됐다. 동성애에 대해서도 “개인의 성적 취향으로 인정해 줘야 한다”는 인식이 40%를 차지했다. 바른 가치관이 무너진 것이고, 순결함을 사모하는 거룩한 열정이 부재한 시대를 반영한다. 

‘가사 노동 및 육아 스트레스’가 신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비율이 42%나 됐다. 10명 중 4명이 “신앙적 회의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다. 신앙적 회의를 느끼는 이유는 “기독교인들의 생활이 비도덕적이고, 이중적이어서”(37%)가 가장 많았다.

20대 청년들의 대답도 긍정적이지 않았다. 교회 출석 대학생 42%가 “청년들에게 교회 봉사에 대한 부담을 너무 많이 준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목회자와 교회 성도들의 삶이 신앙적이지 않다”(34%), “목회자와 교인이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낸다”(31%)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청장년들이 신앙적 회의를 경험하는 이유 중에서 목회자와 성도들의 윤리 문제가 많다는 것은 그들에게 밝은 빛이 비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신앙의 선배들이 몸소 보이는 삶의 모범을 보고 싶어 한다. 그것을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이고, 이끌어 주길 바라는 것이다. 

“젊은이들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라고 청소년의 친구요 아버지요 스승인 ‘돈 보스코’는 말했다. 그의 교육철학이자 신앙철학이 담긴 말이다. 예수님도 몸소 허리에 수건을 동이고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며 ‘너희도 이와 같이 하라’고 하셨다. 천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진실한 사랑 실천이 힘이 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예수님의 빛으로 대하고, 성령께서 그들의 고집을 무너뜨리고, 사회나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위로하고, 또 바른 가치관으로 세워지는 일꾼들이 되도록 이끌어 주시길 기도해야 한다. 그리고 복음 안에서 자유하며 참 기쁨을 누리도록 이끌어 주고, 양육해야 한다. 강요하고 억압하는 것은 사랑도 아니고 빛도 아니다. 복음의 기쁨이 그들을 지배하도록 기다려주며 인내하고 견디는 마음도 필요하다. 주의 교회는 영원해야 한다. 주님이 피 값으로 세우신 주님의 몸이기 때문이다. 교회 안에 아이, 젊은이, 노인이 모여 예수님의 이름으로 사랑하며 기쁘게 천국 소망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복음의 활력이 멈추지 않도록 오늘 정신 차려야 한다. 

 

이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