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한구석에 늘 애처로운 남학생이 있다. 일곱 살 때 놀이터에서 첫 만남이 시작됐는데, 가정환경이 좋지 않고 아픔이 많은 학생이다. 중학교 졸업식을 앞두고 여러 차례 전화 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문자를 남겨놓았더니 졸업식 하루 전 부재중 전화 두 통이 와 있었다. 전화를 다시 하니 작년 11월 말에 허리를 수술하신 할머니 병원을 방문하느라고 바빴다고 한다. 다음날 잠깐 짬을 내어 선물과 꽃다발을 전해주었더니 여드름 난 아이의 얼굴이 환해져서 나도 덩달아 미소가 지어졌다. 졸업앨범을 들여다보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데 졸업장 왼쪽에 꽂힌 상장이 눈에 들어왔다. ‘사랑상’이라는 제목 아래 “위 학생은 반 친구들 모두에게 사랑을 듬뿍 주었기에 이 상장을 수여함.”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그 학생은 숫기도 별로 없고, 일곱 살에 엄마랑 헤어지고 중학교에 들어와서는 사업에 실패하신 아빠와도 연락이 끊겨 부모의 사랑을 많이 받지 못했는데, 참 의외였다.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그 남학생의 다른 모습을 보는 듯했다. 얼마 전만 해도 까까머리였는데,
약간 길어진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오 감동인데, 네가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은가 보다.”라고 칭찬하자 굵직한 목소리로 “아. 네. 반 아이들이랑 다 친해요.”하고 답변한다. 삐쩍 마른 체형에 키는 훌쩍 컸지만, 아직은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그 학생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 주지 못함에 괜히 미안한 마음이 밀려왔다. 그래도 꿈이 없던 그 학생이 최근 하고 싶은 일과 목표가 생겨 응원해주며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신년 예배 때 뽑은 빌립보서 3장 14절 말씀 카드도 그렇고, 겨울 청소년 수련회 중 가장 마음을 울렸던 ‘푯대를 향하여’라는 찬양도 그렇고, 마치 하나의 연결고리처럼 주님께서 계속 내게 말씀하는 듯했다. ‘사랑하는 딸아! 네 인생을 졸업하는 날, 내 앞에 섰을 때 너는 과연 하나님 아버지께 어떤 평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