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수도 없을 뿐 아니라, 한마디 말도 표현 못하는 장애인을 사람들이 예수님께로 데리고 왔다. 말할 수 없다면 분명 귀도 들리지 않는 상태다. 헬렌 켈러 여사처럼 삼중 장애를 가진 자로서 머리와 얼굴에 있는 지체들이 그 기능을 몽땅 잃은 자다. 얼마나 답답했을까? 귀신이 들어가 그를 철저하게 망가뜨린 것이다(마12:22-37). 

자비로우신 예수님은 그를 고쳐주셨고 그는 눈과 입, 그리고 귀가 활짝 뚫렸다. 사람들이 놀라 다윗의 자손이 아니냐 하며 환호했다. 메시아가 오셨다고 춤추는 것이다. 그러나 거기 와 있는 바리새인은 진단도 하지 않은 채 불쑥 내뱉는다. 귀신의 왕, 그것도 파리의 왕 더러운 귀신 바알세불을 힘입어 쫓아낸 것이라 하면서 예수님의 존엄성을 마구 짓밟은 것이다. 

그때 예수님은 사탄의 공격으로 보셨으나 말로 인간 예수를 멸시하는 것은, 용서함을 받을 수 있다 하셨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매력도 없고 마른 땅에서 솟아난 맥없는 어린 순 같아서 흠모할만한 어떤 흡인력도 없는 가냘픈 어린양으로 오셨기 때문이다(사53:2). 그리고 메시아로서 자격심사에도 유대인의 일반 기준에서 미달로 취급당하신 상태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분명 성령을 모독하는 처사였다. 그래서 그 죄는 이 세상에서도, 다음 올 세상에서도 용서받지 못할 성령을 훼방한 죄라고 단정하셨다. 하나님이 보내신 메시아를 정면 대적했기 때문이다. “내 편에 서지 않는 사람은 나를 반대하는 사람이며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헤치는 사람이다.”(마12:30, 공동). 단호하게 금을 그으셨다. 하나님의 나라를 파괴하는 자는 마귀 편에 소속된 자로 보셨기에 침묵으로 넘기실 수 없으셨다.

이어 그의 간악함을 폭로하셨다. 그 악한 말의 출처를 알고 계신 예수님은 바로 마음에서 나온다고 지적하셨다. 선한 사람은 그 쌓은 선에서 선한 것을 내고, 악한 사람은 그 쌓은 악에서 악을 쏟아 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은 창공에 흩어지는 법이 없고 심판 날에 증인대에 서 올라 그가 한 말에 따라 의롭다고 판단 받기도 하고, 자기가 한 그 말로 신문을 받게 된다는 것을 경고하셨다. 또 다른 증거를 찾고 싶으면 하나님은 그가 말한 까마득한 옛적 말까지 즉시 소환하여 얼마든지 심문할 수 있음을 말씀하신 것이다. 받은 상처보다 입힌 상처가 더 많음을 모르는 어리석은 인간들은 포악한 말을 거침없이 쏟아 내기를 쉬지 않는다. 그래서 지구는 저마다 많은 갈등을 잉태하고 온 자들로 가득해 살벌하게 되었다.

당신의 마음을 무엇으로 높이 쌓았나? 마음 창고를 덜컹 열고 조사할 차례다. 잘못을 지적하는 예리한 판단이라고 스스로 우겼던 당신의 말이 진실일까? 하나님의 판단보다 더 정밀할까? 오히려 하나님을 대적하는 행위가 아닐까? 하나님은 그 일 때문에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통곡하셨음을 모르는가? 피곤한 당신의 입술을 쉬게 하라. 당신 영혼이 내면에서 이 일을 가장 서러워한다. 그만 이제, 그만 중단하라. 사람들도, 하나님도 역겨워하신다. 악취가 하늘 공중까지 퍼져간다. 안전 그물망이 없는 외줄에서 줄타기하는 곡예사처럼 계속 이렇게 살 것인가? 멈추라. 당장 불태우든지 폐기처분해야만 예수님을 모신다. 

말맛을 살려내라. 은혜받았을 때 나누었던 그 생기 있는 말을 부활시켜라. 한때 당신도 그렇게 참신했었다. 서로 풋풋한 이야기로 꽃을 피웠었다. 성경이 아직 당신 손안에 있는 이상 당신은 추락을 면할 수 있는 여지가 대단히 많다. 성경 속 주인 예수님은 당신을 살리려고 오신 것이다.

“주님은 세상에 나 혼자뿐이라도 십자가를 지셨을 것입니다.”(C.S. 루이스)

 

이동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