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보낸 사람

북한 지하 교회 성도들의 실상을 그린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이 비크리스천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개봉 전 한 기독교 방송에서 용규 할머니 역할을 맡으신 최선자 권사님의 인터뷰를 통해서 영화를 찍는 순간순간마다 현장에서 하나님의 도우심을 강력히 느꼈다는 간증을 듣고, 하나님께서 이 영화를 제작하도록 섭리하셨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영화를 통해, 우리나라 전 국민들에게 북한의 가슴 아픈 현실과 크리스천들의 고통을 알리시려는 의도가 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영화를 만든 김진무 감독(32), 어느 날 한 선교단체를 통해서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의 실상을 담은 영상을 보았다고 합니다. 그들의 너무나 참혹한 현실 앞에 목 놓아 울 수밖에 없었고 그것을 계기로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시나리오를 짜면서 영화로 나오는 순간까지 본인이 의도한 바는 아닌, 하나님의 각본대로 세상 영화들 앞에서 당당하게 영화가 나올 수 있었음을 고백하였습니다.

1급 정치범으로 아내 영미와 함께 수용소에 끌려간 철호는 지독한 고문으로 아내를 잃고, 그 광경을 목격한 충격을 이기지 못해 고통을 당합니다.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의 부탁대로 남아 있는 믿음의 형제들을 탈북 시키기 위해 2년 동안 중국을 돌아다니며 탈북 준비를 합니다. 마음껏 소리 내어 기도할 수 없어 이불속에서 기도하는 용규 할머니의 기도, 사람들의 낯을 피해 밤에 지하 동굴에 모여 예배를 드릴 수밖에 없는 현실. 북한 땅에서는 김정일이 신이기 때문에 하나님을 믿는 것은 당을 배척하는 행위로 여겨져 정치범으로 몰려 극심한 고통을 당해야만 하는 안타까운 북한의 현실 앞에 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얼마나 신앙의 사치와 호사를 누리며 하나님을 믿고 있었는지. 나도 정말 저들처럼 순교할 각오를 하고 하나님을 믿고 있는 것인가 제 믿음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영화의 원 제목은 사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도가 정의의 사도라는 말로 많이 쓰여 무협영화로 착각할 수 있을 것 같아 사도의 사전적 정의 중 신이 보낸 사람으로 제목을 정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감독은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스스로 신이 보낸 사람이 되어 북한 동포들에게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이야기 했습니다. 북한의 현실은 이보다 더 참혹하다는 사실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엄청난 핍박과 고문 속에서도 꿋꿋하게 믿음을 지켜나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유약한 나의 믿음이 한없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작은 연단 앞에서도 어렵다고 쩔쩔매며 불평을 일삼았던 나를 돌아보며 내 환경이 절로 감사가 되었습니다. 기도하고 싶을 때 기도할 수 있고, 찬양하고 싶을 때 마음껏 찬양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것만 해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철호는 믿음의 형제들에게 탈북을 일일이 설득하는데 용규 할머니는 자유가 있는 남한보다 사회주의 체제 속에서 믿음을 더 확고하게 지킬 수 있다며 자기는 안 가겠다고 합니다. 죽음을 불사한 북한의 14만 지하교회 성도들이 한없이 존경스러워집니다. 외부적인 채찍이 가해지지 않는 자유 속에서 내 스스로 내부적인 채찍을 휘둘러 내 믿음을 더욱더 견고하게 지켜나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각오도 해 봅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어떤 여자 분이 같이 온 일행에게 저렇게 믿는데 왜 안 살려줘?”하는 말을 하며 갑니다. 그 말이 뇌리에 박힙니다. 아마도 하나님을 안 믿는 분 같습니다. 하나님을 저렇게 죽자 살자 믿는데 하나님은 왜 저들을 그냥 내버려 두시는가. 예수님도 십자가에서 뛰어 내리실 수도 있었고, 12령이나 더 되는 천사들을 호령해 예수님을 핍박하는 사람들을 멸하실 수도 있었지만 왜 묵묵히 죽음의 길을 가셨나. 그리고 하나님은 왜 침묵하셨는가.

북한의 지하교회 성도님들은 영원한 생명을 위해 이 죽음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영생을 얻기 위해서는 고난의 길을 걸어야 함을 그들은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극심한 핍박 속에서 오히려 기독교는 더 활발하게 전파되어지고 복음의 불길이 활활 타 올랐듯이 지금의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의 고통과 눈물을 통해 꽁꽁 얼어붙은 저 북한 땅에 반드시 복음의 불길이 활활 타오를 것을 믿음의 눈으로 바라봅니다.

이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