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비 이야기
2b6f8baf1.jpg랍비는 유대인의 선생이다. 랍비는 히브리어로 ‘교사’라는 뜻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옛날 서당의 글만 가르치는 훈장보다 더 폭 넓은 선생이라 볼 수 있겠다. 종교적으로 본다면 오늘날 목회자와 비슷한 직분이기도 하다. 랍비는 ‘라브’라는 말에서 왔다. ‘라브’는 크신 분이라는 말인데, 이 말에 1인칭 소유격 대명사 접미어가 붙으면서 ‘가장 크신 분’이라는 랍비가 된 것이다. 유대인들에게 토라나 탈무드를 가르치는 일과 유대인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직접 나서는 선생이다.

예수님 시대에는 나이가 지긋하고 인격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존경받을만한 사람, 그리고 성경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이 있어서 어떤 질문이든 척척 대답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랍비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이스라엘에는 랍비자격증이 있어야만 랍비라 불릴 수가 있고 랍비로서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이스라엘에서는 랍비들이 하는 일들이 많다. 아기가 태어나면 그 집으로 찾아가 축복해주고, 태어난 지 8일째 되면 할례식도 해야 한다. 할례식을 거행할 때는 아기의 몸에 칼을 대고 실로 꿰매는 의사가 되기도 하고, 유대인의 권위를 대변하는 변호사가 되기도 하고, 이스라엘인들 사이에서 분쟁이 일어나면 신앙적인 기준을 갖고 지혜롭게 해결해주는 법관이 되기도 한다. 결혼식이 있으면 주례도 서야하고, 사람이 죽으면 장례식도 해주어야 한다. 이스라엘 사람의 모든 경조사에는 반드시 랍비가 동참해야 하고, 때에 따라서는 여러 가지 예식도 집례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마을에 상점을 열 때도, 그 상점이 종교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다른 상점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은 없는지 조언해 주어야 한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음식점을 오픈할 경우에는 모세의 율법에 따라 정결법에 어긋남이 없는지를 알려주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일은 유대인들이 10명이상 모이면 시나고그, 즉 현대식 회당을 열고 설교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지금도 지구상 어디든지 유대인이 10명이상 모이면 그곳에는 반드시 시나고그가 있고, 그 시나고그 안에서는 토라와 탈무드를 연구하고 읽는 랍비가 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일을 하고 가장 존경을 받는 랍비도, 좋은 랍비가 있고 못된 랍비가 있다는 것이다.

마치 마태복음 13장에 나오는 그물비유의 물고기중 좋은 물고기와 못된 물고기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물은 오순절이후의 교회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순절이후 교회가 나타나 많은 물고기를 그물에 넣는 것처럼, 교회는 많은 성도들을 모으는 곳이다.

그런데 그물을 물가로 끌어내는 것처럼, 마지막 때 교회 안에 들어온 많은 성도들 중에는 좋은 물고기와 못된 물고기가 있어 나누어지는 것처럼, 랍비들도 모두가 좋은 랍비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개중에는 못된 랍비들도 있다는 것이다.

힐렐이라는 랍비는 어린 시절 가난해서 공부가 하고 싶었지만 할 수가 없었다. 힐렐은 바벨론에서 태어나 스무 살이 되던 해에 이스라엘로 갔다. 랍비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수업료가 없어서 강의를 들을 수가 없었다. 힐렐은 추운 겨울에 천정에 난 작은 구멍으로 강의를 들었다. 그 추운 겨울에 하얀 눈을 맞으면서 지붕에서 강의를 들으며 랍비공부를 하였다. 힐렐의 이야기가 퍼져 그때부터 랍비학교의 수업료가 없어졌다고 한다. 그렇게 어렵게 공부하여 힐렐은 좋은 랍비가 되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벤 예후다는 20세기에 등장하는 현대 이스라엘의 랍비로, 헤르츠와 함께 이스라엘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랍비이다. 그는 그의 자녀들과,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히브리어를 가르쳐 이스라엘 건국 후 통일된 언어가 없을 때 히브리어라는 통일된 언어를 사용하도록 힘써온 훌륭한 랍비이다. 벤 예후다의 노력으로 죽은 언어로 인식되었던 히브리어가 팔레스타인의 공식 언어로 지정되었고, 히브리어는 유대인의 상징이 되었다. 예루살렘의 벤 예후다 거리는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도로인 것이다. 이처럼 존경받고 훌륭한 좋은 랍비도 많아 그들의 정신적인 지주가 되지만, 한편으로는 못된 랍비도 많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랍비가 마리화나 같은 마약을 소지한 것이 발각되어 30일간 랍비자격을 정지 당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랍비와 마약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그런 일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어떤 랍비는 아내를 자그마치 7명이나 두어 유대인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일부일처제를 고수하는 그들의 개념으로 본다면 당연히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런가하면 많은 랍비들이 과격하여 팔레스타인의 모든 사람들을 죽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나님 보시기에는 못된 랍비가 분명하리라. 랍비가 되기 위하여 일반 대학을 졸업하고, 까다롭고 엄격한 과정을 거쳐 랍비가 되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성경, 히브리어, 아랍어, 유대인의 역사와 유대문학, 법률학, 심리학, 설교학, 처세철학, 교육학을 공부하고도 몇 편의 논문, 탈무드 등 그들이 이수해야 할 과목들이다. 오랫동안 공부하여 졸업시험을 치르고도, 또 2년 동안 종군랍비가 되거나, 학교에서 요구하는 봉사활동을 해야만 정식 랍비가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된 랍비가 생기는 것이다.

“너희는 많이 선생이 되지 말라”는 주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이스라엘의 랍비는 오늘날의 목회자와 비슷한 직분이다. 주님 보시기도 좋은 목회자가 있고, 못된 목회자도 있을 것이다. “내 형제들아 너희는 선생 된 우리가 더 큰 심판 받을 줄을 알고 많이 선생이 되지 말라.” 주님 이시대의 목회자들을 불쌍히 여겨 주시옵소서!

이안드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