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준비하라

c1a6b8f1_bef8c0bd18.png김장을 하기 위해 텃밭에 심어 놓은 배추를 뽑았다. 올해 가뭄이 심하여 배추속이 꽉 차지 않았다. 알타리 무를 뽑아서 다듬고 있는데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재빨리 손을 움직이면서 배추를 싣고 부엌창고로 날랐다. 감사하게도 자매님 몇 분이 오셔서 함께 김장을 도와주셨다. 한 자매님이 수사님, 저기 거시기 좀 주세요.”라고 하자, 대구에서 온 한 형제가 사투리를 잘 못 알아들어 아따마, 거시기가 뭡니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오메. 거시기도 모른당가. , 거시기!”라면서 한 쪽을 가리켰다. 여기저기서 웃음꽃이 피었다.

배추를 소금으로 절이고, 파를 다듬고, 무 잎을 수련원 처마에 달면서 부지런히 겨울 준비를 하였다. 막 찐 따끈한 고구마 간식도 곁들여졌다. 그렇게 김장을 다하고 나니 마음이 가뿐하고 좋았다. 어릴 때도 어머니가 깨소금 듬뿍 친 김치를 손으로 쭉 찢어 주셨는데, 세상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그런 맛이었다. 겨울이면 김장을 해서 땅속에 묻고, 고구마를 캐서 윗목에 수수대로 엮어 가득 채우고, 방앗간에서 막 쪄온 쌀을 큰 뒤주에 채워 놓으셨다. “아이고, 이제 올 겨울 양식은 다 준비됐다.”며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듯 어머니는 흐뭇해 하셨다.

궁색한 살림에 일곱 남매를 키우신 그때 그 시절, 보릿고개에 혹여나 자녀들이 배 골지 않게 하려고 겨울 준비를 단단히 하셨다. 하지만 우리 집은 늘 손님이 끊이지 않아서 그 많던 김치가 금방 동이 났다. 소쿠리 장사, 엿 장사, 찹쌀 떡 장사, 하루 밤 묵어가는 나그네까지 지나가는 손님을 대접하다보니 그랬다. 가난하고 어려워도 어머니는 베풀기를 좋아하셨다.

김장을 다 마치고 파김치가 되어 수실에 들어와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리는데, 으슬으슬 온 몸이 떨려왔다. “아이고, 허리야.” 골골거리며 누워있는데 창문이 덜컹거리며 찬바람이 들어왔다. 비가 온 뒤라 바람이 차갑다. 곧 매섭고 차가운 칼바람이 불어 올 텐데, 올 겨울은 얼마나 준비를 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송구영신예배, 대사경회, 각종 수련회, 이스라엘, 캄보디아 선교까지 앞으로 준비할게 참 많다. 수련원도 겨울을 맞아 단장할 게 많다. 산자락 밑에 자리 잡고 있어서 유난히 더 추우니 기도실에 난로도 준비해야 하고, 수도관, 화장실 물탱크, 수실창문도 문풍지로 막아야 한다.

외로이 버려진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춥고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들, 마음이 외로운 사람들이 모두가 따뜻하게 사는 하나님의 나라가 속히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며 기도를 드리는데, 찬양이 흘러나왔다. “예수님 겨울에 오신다면 온 세상 차가울 때 마음 따뜻한 사람 찾겠네. 온 세상 녹이도록. , 주를 찬양하세. 차가운 겨울에 우리 찾으러 오신다네.”

너는 겨울이 오기 전에 서둘러 내게로 오라”(딤후4:21). 제자 디모데에게 드로아 가보의 집에 들러 자신의 겉옷을 가져오라고 당부하던 사도 바울의 메시지가 내게로 다가왔다.

지금은 대강절 기간이다. 참회와 절제로 주님의 재림을 준비하고, 익은 열매가 되어 천국곳간에 추수되기 위해 철저한 영적생활이 필요한 때이다. 주님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신랑을 맞이할 지혜로운 사람인지, 뒤늦게 후회하며 문을 두드리며 우는 미련한 사람으로 설 것인가.

주님은 말씀하셨다. “이러므로 너희도 예비하고 있으라. 생각지 않은 때에 인자가 오리라. 충성되고 지혜 있는 종이 되어 주인에게 그 집 사람들을 맡아 때를 따라 양식을 나눠줄 자가 누구뇨. 주인이 올 때에 그 종의 이렇게 하는 것을 보면 그 종이 복이 있으리로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주인이 그 모든 소유를 저에게 맡기리라”(24:44-47).

충성되고 지혜로운 종처럼 마지막 때를 바로 알고 그때를 준비하는 사람들. 무교병의 양식을 나눠주고, 성화(聖化)의 복음을 외치며, 빛의 열매를 맺기 위해 하나님 앞에서 철저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진정 복된 자들이다.

영적 스승님은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다. “소화 테레사는 놀다가 그렇게 된 것이 아닙니다. 모든 생활 구석구석을 세밀하게 신경써가면서 성장하신 거예요. 어떻게 하면 사랑을 온전하게 실천할 수 있을까. 겸손을 온전하게 실천할 수 있을까. 자비와 인내를 온전하게 실천할 수 있을까. 흠없이 먼지 하나 묻지 않게 할 수 있을까? 늘 이러한 마음으로 살던 분이라서 완덕의 목표에 도달한 것입니다.”

우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마음과 행실을 예수님의 피로 씻어 영혼을 정결케 준비하는 일이다. 옛사람을 벗어버리고 새사람이 되는 것이 우리 삶속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이며,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 외의 일은 부수적인 것이다. 인생의 성공은 다름 아닌 썩어질 것을 피하여 예수님의 성품에 이르는 것이다.

우리 영혼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언젠가 한국전쟁에 대한 예언과 주님이 곧 오신다고 하니까 누룽지, 라면, 생수 등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하나님의 생명을 담을 깨끗한 영혼의 그릇을 준비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평과 거룩함을 좇으라. 이것이 없이는 주를 보지 못할 것이라”(12:14). 우리 마음에 상대방을 미워하거나 원망하는 것이 티끌만큼이라도 남아있다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어찌하면 좋으랴. 아직도 내 안에 미움과 다툼과 원망이 가득하니 거룩한 천국에 이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천국곳간에 익은 열매로 추수되기 위해서는 은밀하게 숨겨놓은 죄들을 철저히 회개하며, 마음에 앙금을 말끔히 씻어버려야 한다. 호리라도 남김없이 상대방을 용서해야 한다. 내 영혼이 무참히 짓밟히고 자존심이 다 무너질지라도, 큰 손해를 당할지라도, 죽음에 처할지라도 이웃을 온전히 사랑으로 품어야 한다.

주님은 일점일획이라도 변함이 없으시며, 약속하신 바를 반드시 이루시는 분이시다. 주님 오실 날이 매우 가까웠다. 마지막 인류 최후의 심판, 대환난의 바람이 곧 불어닥칠 것이다. 그때는 내 백성의 겨울라고 하였다. 겨울 동안 먹을 빛의 양식을 모으며, 개인의 종말과 하나님이 인류역사를 마무리하실 마지막 때를 어서 속히 준비하는 이가 복되다. 육신의 죽음이든, 자아의 죽음이든 죽음 앞에서 겁을 내지 않는 자가 복되다. 죽음의 터널을 통과한 자가 부활의 영광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주님 앞에 서는 그날을 매순간순간 기억하며 지혜롭게 마지막 때를 준비하면서 가자. 광야 같은 이 세상은 하늘나라에 들어가기 위한 정거장일 뿐이다. 강한 용사여, 일어나 빛을 발하자. 회개의 합당한 열매를 맺자. 예수님 한 분만으로 만족하며 사는 참다운 그리스도인이 되자.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정신을 차리고 마지막 때를 준비해야 할 때이다. 주님의 오심을 예비하라고 세례요한처럼 빛으로, 삶으로 외칠 때이다.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올 한해도 허둥지둥 보내었더니, 벌써 찬바람이 불게 되었다. 이 못난 종, 앙상한 나뭇가지로 드리워진 햇살을 바라보며 주님 오시기를 갈망해 본다. “! 주님, 어서 오시옵소서. , 주님을 기다리나이다.”

박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