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믿음과 담대함으로

말콤 글래드웰의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책에 보면, 다윗과 골리앗을 통해 주시는 영적 교훈들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다윗과 골리앗에 담긴 이야기는 싸움 자체로 끝나는 승리의 담백함과 기쁨이 있지만, 속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면 그 교훈은 배가 됩니다.

고대 팔레스틴 동쪽 국경의 산맥은, 지금은 이스라엘의 동쪽 국경이 된 산맥입니다. 그 산맥을 따라 이스라엘의 고대 도시들, 예루살렘, 베들레헴, 헤브론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산악 지역과 해안 평야를 잇는 지역이 바로 쉐펠라 인데, 골짜기와 산등성이가 교차하며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쉐펠라를 통과하면 해안 평원에서 산악지역으로 이어집니다. 쉐펠라는 히브리어로 낮은 땅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여호수아의 기브온 전쟁이 있었던 아얄론 골짜기, 삼손의 활동 무대이며 블레셋으로부터 언약궤가 귀환 되었던 소렉 골짜기, 다윗과 골리앗이 만났던 엘라 골짜기 등이 바로 쉐펠라에 속한 골짜기들입니다. 성경에 나와 있는 고대 이스라엘의 전쟁은 대부분 쉐펠라 지역에서 발생한 것입니다. 성경은 대부분 이 쉐펠라평지라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왕국의 가장 강대한 적인 팔레스타인인들은 해안 평원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본래 크레테 섬 출신의 해양 민족이었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쉐펠라 골짜기 중 하나를 통과해 산악지역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베들렐헴 바로 옆 산악지역을 차지해 이스라엘 왕국을 둘로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사울 왕이 다스리던 이스라엘 왕국은 이런 낌새를 눈치 챘고, 사울 왕이 몸소 군대를 끌고 산을 내려와 엘라 골짜기에서 팔레스타인 군대와 맞섰습니다. 엘라 골짜기는 쉐펠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짜기 중 하나입니다. 이스라엘 군대는 북쪽 산등성이에 팔레스타인 군대는 남쪽 산등성이에 진영을 쳤습니다. 그리고 양쪽 군대는 몇 주간 주둔한 상태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교착 상태가 일어난 것입니다. 어떤 쪽도 공격을 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골짜기의 반대편에 있는 적을 공격하려면 산등성이에서 내려와서 골짜기를 지나 반대쪽 산등성이를 올라가야 되는데, 이때 위치가 완전히 노출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교착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팔레스타인은 그들 중 가장 위대한 전사를 골짜기 아래로 보냅니다. 이것은 전통적 고대 전쟁 법 중 하나인 1:1 결투입니다. 대단위 전투와 수많은 군인의 희생 대신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팔레스타인 군대가 보낸 그들의 가장 강력한 전사는 키가 2미터 5센티의 거구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번쩍이는 청동 갑옷을 입고 칼과 투창을 또 다른 창도 들고 있었습니다. 결국 한 명의 자원자가 나타났는데 그는 어린 양치기 소년 다윗이었습니다. 사울왕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사울왕은 그의 갑옷을 다윗에게 입히려 했지만 다윗은 익숙하지 않아 갑옷 입는 것을 거부하고 손에 막대기를 가지고 시내에서 매끄러운 돌 다섯을 골라서 주머니에 넣고 물매를 가지고 팔레스타인 장수에게 다가갑니다.

다윗과 이스라엘 군사들 앞에 우뚝 서 있는 장수 골리앗은 절대 강자였지만 다윗은 하나님을 믿는 큰 믿음과 담대함,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종목으로 골리앗의 약점을 무너뜨릴 전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윗은 조약돌을 하나 꺼내 물매에 끼우고 빙빙 돌리다가 돌을 날려 보내 정확히 골리앗의 미간을 맞췄습니다. 골리앗은 힘없이 쓰러졌고 다윗은 골리앗의 칼을 뽑아 골리앗의 머리를 베어 버립니다.

다윗과 골리앗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다윗이 조준을 하고 골리앗을 향해 돌을 날릴 때 그는 골리앗의 가장 취약한 부분인 두 눈 사이 정중앙을 정확히 맞추겠다는 의도와 정확히 맞출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입니다. 골리앗은 중무장한 장군이었습니다. 그가 이스라엘인들을 상대로 일대일 결투를 신청했을 때는 당연히 자신과 같은 중무장한 장군이 나올 거라고 기대했을 것입니다. 사울 역시 다윗이 제가 골리앗과 싸우겠습니다.” 라고 했을 때 장군 대 장군으로 일대 격전을 벌이겠구나 하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윗은 전혀 그럴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다윗의 가장 강력한 능력의 원천인 하나님을 신뢰하며 그의 장기인 물매를 써서 끔찍한 무기를 들고 있는 육중한 거인과 맞섭니다. 거인은 근접전에서나 유용할 엄청나게 무거운 무기들과 수십 킬로 갑옷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었습니다. 골리앗은 말 그대로 앉아있는 오리였습니다. 피할 수 있는 가능성조차 없는 둔한 모습이었습니다.

대단위 전투와 수많은 군인의 희생 대신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선택되어 나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흡사 거대한 마귀 대장과 맞선 성도의 모습을 연상 시킵니다. 내가 속한 곳에서 내가 대표로 선발되어 나가 싸워야 한다면, 용기 있고 담대하게 나아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듭니다. 우리 가정에 내가 마귀와 맞서 싸울 대표로 발탁이 된다면 어떤 무기를 들고 나갈 것인가도 생각해 봅니다. 가정에서는 주부로, 아내로 살지만 아주 사소한 것들에도 짜증을 내고 갈등의 원인을 제공 할 때도 있고, 사역자로서도 담대하지 못할 때도 많은 나를 보면, 담대함을 가지고 나아갔던 다윗의 용기는 다시 놀랍고 놀랍기만 합니다. 주 하나님의 이름으로 나아갔던 다윗 앞에 골리앗은 마귀와 세상과 거칠고 사나운 환경이라는 육중한 세력입니다. 나보다 크고 힘이 셉니다. 무찔러야 하지만 용기를 내기 쉽지 않은 대상입니다. 때론 그 대상과 친구가 되기도 하고 연인이 되기도 합니다.

다시금 낮은 땅에 임하시는 위대한 능력을 기억하며 그 주님을 찬양합니다. 내게 능력주시는 주님 안에서 내가 할 수 있음을 기억하고 감사드립니다. 단단한 낮은 땅이 되어주시는 주님의 자비위에서 신뢰의 무기를 들고, 단단한 영적 힘을 장전한 채 다시금 일어서는 용사가 되길 결단합니다.

이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