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는 너의 사명이다.

기도하고 싶어도 기도가 잘 되지 않았다. 지난 10년 동안의 묵은 것을 주님께 다 아뢰고 싶었지만, 두꺼운 벽이 가로막고 있는 듯 대답 없는 공허함에 눈물이 말라버렸다. 점점 메말라가는 내 영혼은 울고, 또 울면서 반문했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까?”

숨이 목 끝까지 차올라서 기도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주님 앞으로 나가는 것 밖에는 아무 방법도 없었다. 무뎌져 있던 마음을 다시 추스르고 단정하게  마음을 다잡았다. 아이처럼 주님 앞으로 나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무릎을 꿇고 십자가를 응시했다. “주님, 제발 살려주세요.”

여전히 무미건조한 상태로 몇 주가 흐르고, 밤 기도시간이 다가왔다. 그날따라 몸도 피곤하고 기도회를 빠질까 하는 유혹이 일어났다. 몇 분 실랑이 끝에 결국 무거운 발걸음으로 기도실로 향했다. 나의 자리는 맨 앞자리, 십자가와 가까운 거리다. 십자가를 바라보며 찬양을 하는데 여느 때와 다르게 눈물이 났다. 찬양이 끝나고 눈을 감고 속삭였다. ‘주님, 더는 못하겠어요. 주님께서 도와주지 않으면 더 이상 못가요.’ 내 맘 깊이 묻어뒀던 것들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그 때 두 손 들고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일어났다. 망설이다 손을 드는 순간, ‘, 내가 할 수 없고 주님만이 하실 수 있구나. 모세가 하나님께 기도할 때 아론과 훌이 팔을 받쳐주고 해가 지도록 팔이 내려오지 않아서 이스라엘이 아말렉과 싸워 승리했었구나. 그럼 나도 주님만 의지하고 기도하면 승리할 수 있겠구나!’

하나님, 저는 할 수 없습니다. 주님만 의지합니다. 아무리 기도하려고 해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 주님이 제 앞에 가시고 저는 주님만 따라가겠습니다.” 절박한 마음이었다. 머릿속엔 지난 10년의 세월이 몇 초 동안의 필름처럼 지나갔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렀다. 맘 깊은 곳에선 성령께서 탄식하며 내 대신 울고 계셨다. 느낌이 얼마나 강렬했던지 눈물이 멈춰지지 않고 흐느낌을 멈출 수도 없었다.

주님은 말씀하셨다. “죄를 짓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무거운 맘을 내려놓아라. 다만, 기도하지 않은 것이 죄다. 지금까지 외로움과 고독함으로 훈련한 시간은 내게 오게 하기 위함이었다.” 죄에 짓눌려 주님 눈치만 살피면서 이리 피하고 저리 피했던 불쌍한 죄인. 진정 주님께 나가지 못하고 입술로만 회개했던 모습이 부끄러웠다. “죄송해요, 주님. 제가 잘못했어요. 저를 버리지 않으시고 끝까지 기다려주셔서 감사해요. 너무 감사해요.”

너의 사명은 기도다. 왜 지금까지 기도하지 않았느냐?” 수차례 강한 이끄심으로 부르셨지만, 매번 불순종했던 나였다. 환경이 어떻고, 사람이 어떻고, 내가 어떻고 핑계를 일삼으며 계속 미뤄왔다. 성도로서 기도해야 하는 건 당연함에도 나를 추스르기는커녕 이웃을 위한 중보기도도 하지 못했다. 주님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주님의 명령을 안일함 속에서 소홀히 대했던 어리석은 내 모습이 싫을 정도였다. 그러나 주님은 용서해주시고 격려하며 다시 시작하라고 하셨다. “순수함을 다시 되찾으라.” 하나님께 내 생애를 다 드리겠다고 했을 때 아무것도 재거나 따지지도 않고 작은 것도 귀하게 주님께 드리기를 원했던 그 마음을 되찾으리라. 내 모습 이대로 지금 당장 주님 앞으로 나아가기를, 순수함을 회복할 수 있기를, 내 힘으로는 기도할 수 없고 변화될 수 없기에 주님의 도움을 간절히 구할 뿐이다.

이제는 연약한 나를 강하게 하실 그 주님만을 믿고 나아갈 것이다. 약할 때 강함 주시는 그 주님만 따라갈 것이다. 깊은 어둠에 갇혀 있던 내게  빛을 비춰주시고, 어둠은 온데간데 없이 십자가에 고결한 빛을 가슴 깊이 새겨주셨기에, 앞만 보고 갈 것이다.

나의 생활이 아직도 밝던 때에 세상은 친구로 가득하였다. 그러나 지금 안개가 내리니 누구 한 사람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에서, 어쩔 수 없이 인간을 가만히 격리시키는 어둠을 전혀 모르는 사람 정말 현명하다 할 수 없다.”

나 역시 어둠과 친숙해진지 오래였다. 어둠이 깊을수록 광명이 가까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이 거셀수록 주님은 더 깊이 숨으신 것 같았다. 그러나 기도할 수 있기에 주님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기도할 수 있으므로 걱정과 염려, 근심은 깨끗이 물러가고 내 맘엔 사랑과 소망과 기쁨으로 충만하다.

허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