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는 반항이 없다

어느 날 프랜시스는 형제들과 함께 앉아 있었다. 그때 그는 조용히 한탄하면서 입을 열었다. “원장에게 신실하게 복종하는 수도사는 이 세상에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러자 제자들은 깜짝 놀라며 질문을 하였다. “사부님, 그러면 무엇이 완전하고 최고의 복종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프랜시스는 답변하기를 참으로 복종하는 자를 시체에 비유했다. “시체는 반항이 없습니다. 맘 내키는 대로 어디에 갖다 놓아도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습니다. 한 장소에다 그냥 두어도 불평이 없고 또는 장소를 옮겨 다른 데 가져간다 해도 저항하지 않습니다. 강단에 올려놓으면 위를 향하지 않고 아래로 향할 것입니다. 그것에 자색 옷을 입힌다 해도 한층 더 창백해질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진실로 순명하는 사람은 자기가 왜 이동되는가를 묻지 않고, 자기가 어디 놓여 있는지 개의치도 않고 이동되도록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높은 자리로 승진된다 하더라도 그전처럼 겸손하고, 자기가 명예를 얻게 되면 얻을수록 자기 자신은 더욱 무가치해진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양식은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을 행하며 그의 일을 온전히 이루는 것이니라”(요4:34). 예수님은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다. 우리 또한 하나님의 뜻에 온전히 복종키 위해 광야연단과정을 지나 우리의 자아가 다 깨어져 죽은 시체처럼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끊임없이 올라오는 저항심, 원망불평, 헛된 공명심과 명예욕을 버려야 한다. 구석구석에 숨겨진 지극히 작은 죄나 악습조차도 철저히 회개하며 고치고 끊어야 한다.

“항상 복종하므로 두렵고 떨림으로 구원을 이루라”(빌2:12).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순간순간 어느 자리에 있든지 하나님의 뜻에 복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