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한 엄마다

family_2.jpg가슴으로 낳은 아이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입양아를 일컬어 하는 말인데, 참 의미 있는 말인 것 같다. 우리 가정은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아이를 하나만 낳았다. 더 늦기 전에 하나 더 낳을까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주저주저하다가 너무 늦어 포기했다. 그런데 최근 자주 왕래하는 친구가 더 늦기 전에 하나 더 낳으라고 부추긴다. 늦둥이를 낳아 셋째 막내가 5살인 친구인데, 자기가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 셋째를 낳은 거라면서 막내아들에 대한 애정이 유별나다.

예전부터 입양을 해서 특별한 사랑으로 맺어진 자녀를 갖는 것이 내 꿈 중 하나였기에 친구의 말이 달리 들렸다. 과거에 입양의 꿈을 이뤄보고 싶었지만 현실이 여의치 않고 남편의 반대에 부딪혀 이루지 못했던 기억도 다시금 떠올랐다.

최근 해외입양된 많은 사람들 중 잘 정착한 경우도 있지만, 양부모의 학대와 무책임으로 곤궁에 빠진 사람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접하면서 마음이 아팠다. 예전에 비하면 국내입양도 많이 늘어난 편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OECD국가 중 유일하게 해외입양국가이며, 혈연을 중요시하는 정서 때문에 아직도 해외입양아의 비율이 절반 가까이 된다는 것이다.

강릉 아산병원 원목으로 사역 중이신 김상훈 목사님과 대전에서 공부방을 하시는 윤정희 사모님은 크리스천 입양가정의 좋은 예다.

스스로를 행복한 엄마라고 부르시는 윤정희 사모님은 결혼 후 네 번의 유산으로 자신의 친 아이는 하나도 없지만, 가슴으로 낳은 아이가 열 명이나 된다고 한다. 사모님한테 가슴으로 낳은 이 아이들은 하나같이 가슴 아파하면서 눈물로 애달파하시며 기도로 키운 아이들이라서 친자녀에 대한 사랑보다도 더 사랑이 깊으신 것 같다. 결혼하기 전 입양에 대한 비전은 주셨지만, 네 번의 유산으로 인해 절망 가운데 주님께 따지고 대들었다고 한다. 그때 주님은 가만히 찾아와 말씀하셨다.

네 아이를 잃은 게 그렇게 마음이 아프고 슬프니? 나는 이 땅에 버려진 수많은 내 아이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픈데, 너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없어진 네 아이 때문에 아파하는구나.’

그때 사모님은 깨달았다고 한다. ‘주님이 한없이 부족한 우리 부부를 원대한 계획 안에 두시고 이 땅의 동역자로 세우셨구나.’ 사모님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주님께 이렇게 서원했다. ‘주여, 우리를 주님의 도구로 사용하여 주소서.’

그러나 처음으로 입양한 자매 하은이와 하선이 중 둘째 하선이가 폐병으로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게 된다. 사모님은 아이들을 주님보다 더 애착하였던 것을 회개하며 주님께 울고불고 매달려 고쳐만 주시면 장기 기증을 약속하고, 아이들이 우상이 아닌 주님이 주인 되시는 삶을 살겠다고 서원하게 된다. 그 서원을 기쁘게 받으신 것일까? 하선이는 의사들도 인정할 정도로 기적적인 회복을 하게 되었고, 사모님은 서원대로 신장을 기증하게 된다.

신장 하나를 떼어주고 집으로 오는 기차 안에서 주님은 사모님에게 네 안에 나 있다!’ 하시면서 위로와 더할 수 없이 복된 말씀을 주셨다고 한다. 뒤이어 남편도 신장 기증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억대연봉을 받던 좋은 직장을 과감하게 뒤로 하고, 신학교에 입학하여 복된 주의 길에 헌신하셨다고 한다.

우리가 세상의 풍요로움을 모두 던졌더니 주님은 더 큰 은혜로 우리를 채워주셨지요. 매일 주님이 허락하신 삶으로 인해 저는 지금 한없이 행복합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저를 주님의 도구로 사용하여 주셔서.”라고 윤정희 사모님은 고백하신다.

10명이나 되는 입양아를 키워내는 현실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아니 한 아이도 정상인 아이가 없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친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이 어떻게 성할 수 있을까? 하지만 사랑과 극진한 돌봄과 인내의 열매로 아이들은 회복되고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다리가 안짱다리라서 성장장애였던 아이는 쇼트트랙선수를 꿈꾸는 아이로 회복하였고, 지능지수가 67로 저능아인 줄 알았고, 눈도 맞추지 않으며, 온몸으로 부모를 거부하던 아이가 지능지수 130에 전교 1등을 하는 우등생, 엄마를 가장 생각해주고 챙겨주는 효자가 되었다고 한다. 아직도 ADHD약을 먹지 않으면 안 되는 아이들이 4명이나 되지만, 양부모님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공급받으며 하루하루 건강하고 사랑스럽고 행복한 아이들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

아홉 식구가 불과 25만 원으로 한 달을 살면서도 도울 이웃이 보이면 맏딸의 중학교 등록금도 주저 없이 내놓는 엄마 덕분에 가고 싶은 학교를 포기했던 큰딸, 하은이는 5년 전액 장학생으로 미국 뉴저지의 하나님의 학교에 유학을 갔다고 한다. 사람들에게는 정말 대책 없는 부부지만 드리고 또 나누면 몇 곱절 아니 수천 곱절로 채워주시는 주님을 유일한 대책삼아, 오늘도 기적같이 도우시는 주님과 행복한 사랑을 실천하고 계시는 목사님 부부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고 부럽다.

우리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께 입양된 자로 너무나 크고 많은 사랑을 받은 자들이다. 나도 이 주님의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를 기도하며 준비해야겠다. 또 하나의 열매를 바라며.

자식은 여호와의 주신 기업이요 태의 열매는 그의 상급이로다. 젊은 자의 자식은 장사의 수중의 화살 같으니 이것이 전통에 가득한 자는 복되도다”(127:3,4). 하늘을 두루마리 삼을 만큼 큰 사랑으로 우리를 길러주시는 아버지 하나님의 은혜가 더 깊이 다가오는 오월이다.

주선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