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집중력


주일오후 쌍둥이 여자 아이들이 문방구에서 사온 동그란 화약을 끼우고 장난감 권총을 창문 밖으로 빵빵 쏘아 대며 신나했다. 아이들에게 위험하니 조심하라고 당부를 하면서 이곳저곳 어지럽힌 블록들을 정리하였다. 신나게 놀다가 언니가 화약세트 하나가 없어졌다면서 쀼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과자를 주어도 시큰둥하고 “500원 주고 산건데, 네가 가져 간 거 아니야?”하면서 옆의 아이들에게 자꾸만 시비를 걸었다. 예배는 물론 공과공부 시간에도 잃어버린 화약으로 인하여 시선을 한 곳에 두지 못하고 계속 두리번거리며 분위기를 흩어 놓았다. 달래도 보고 주의를 주어도 소용이 없었다. 굳은 표정으로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안타까우면서도 기분이 좀 언짢아졌다. 결국 예배가 다 끝나고 화약을 사 주기로 하고 일단락이 지어졌다.

그런데 몇 주 전부터는 그 아이의 예배 자세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속으로 갑자기 자세가 굉장히 좋아졌네, 내심 감사가 나왔다. 또 언니에 비해 집중도 잘하고 예배자세도 반듯한 동생을 가리켜 하는 그 아이의 말이 나에게 작은 감동과 충격을 주었다. “동생이 정말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천국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교회 올 때는 스마트 폰 가지고 오지 말라고 했잖아요. 마음 빼앗긴다고. 그래서 안 가지고 왔어요.”라며 찬양도 열심히 따라 부르고 설교 시간이 꽤 길었는데, 집중도 끝까지 잘 하였다.

아이들은 오랜 시간 집중을 잘하지 못한다. 그런 탓에 예배시간이 좀 길어지면 언제 끝나요?”라며 금방 지루함을 느낀다. 어떤 관심거리나 대상이 생기면 그것에 푹 빠져 다른 일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어른들도 그런다. 나 역시 하늘에 것에 비하면 500원의 값어치 아니 그보다 더 보잘 것 없는 세상의 것에 마음이 빼앗겨 주님께로 나의 마음을 향하지 못할 때가 참 많다. 하나님께서 내게 단순하고 순수한 눈망울을 가진 아이들을 붙이신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아이들은 꾸미지도 않고 계산하지도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 나를 놀라게 하고 영혼의 찔림을 가져다 줄때가 많다.

근래 일을 하면서 나의 생각과 경험과 나이가 우상이 되어 상대방과 다툼이 잦아졌다. 그로 인해 자존심도 상하고 마음도 불쾌해져 자신에 대한 자괴감마저 들었다. 마음에서 계속 떨쳐버리려고 했지만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세상의 위로를 조금씩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작은 틈이 점점 수렁으로 빠뜨렸고 지극히 작은 일조차도 쉽게 피로를 느꼈다. 마음도 점점 산란해져 기도도 잘되지 않았다. 수도원 성전 문턱만 아침저녁으로 드나들 뿐 마치 기도할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처럼 입을 굳게 다문 채 앉아 있었다. 은밀한 기도의 골방으로 삼아야 할 수실 역시 하숙집 마냥 잠자리만을 제공하는 공간인 듯 했다.

기도가 식어버리자 좀 벌레처럼 정과 욕심이 마음을 서서히 갉아먹으면서 영혼을 부식시키고 있었다. 다시 회복코자 절제와 금식도 결단해보았지만 실패를 거듭하였다. 그러던 중 내가 죄가 있든 없던 여전히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주일학교 아이의 모습을 통해 나의 문제점을 발견케 하셨다. 그와 동시에 아이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 속에서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도 느껴졌다. ‘하나님의 마음도 그러하시겠구나. 나 자신이 하나님을 향할 때는 마음이 흐뭇하시고, 하찮은 것에 마음이 빼앗겨 하나님께로 마음이 향하지 않을 때는 얼마나 마음이 아프시고 안타까우실까?’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바로 하나님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해드린 장본인이었고, 어두운 내 마음이 다툼의 본거지였다. 하나님의 일이라는 선한 명분 아래 늘 나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 내 마음의 방향이 문제였던 것이다.

주님은 나의 최고봉에서 오스왈드 챔버스는 이런 말씀을 하였다.

영적 집중력이란 마음을 한곳으로 모으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는 우리의 마음을 빼앗는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 마음이 분산되었을 때 하늘을 우러러 봐야 합니다. 당신의 마음을 갉아먹는 어떤 것도 허락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마음을 주께로 향하십시오. 당신의 마음이 우상을 바라보는 것은 아닙니까? 당신 자신이 우상은 아닙니까? 당신은 일이 우상입니까? ‘사역은 어떠해야 한다는 상상적 우상에 빠진 것은 아닙니까? 당신의 구원과 거룩의 경험이 우상은 아닙니까? 우상에 빠져 있다면 하나님을 향한 마음이 기갈된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 어려움이 오면 이길 힘이 없기 때문에 어둠 가운데 머물게 됩니다. 만일 당신의 마음이 기갈 되어 있다면, 당신의 경험을 돌아보지 마십시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님입니다. 기도가 막히는 이유는, 기도할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다해 하나님께 자신을 집중시킬 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기도할 때 강한 마음을 주셔서 자신에게서 벗어나 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인격적 관계에 들어가게 하십니다.”

금과 은 나 없어도 곧 나사렛 예수 이름으로 걸으라. 사도 베드로와 요한의 외침이 나를 향한 외침으로 들려온다. 나 역시 수도원의 아름다운 미문을 매일 드나들었지만 정작 예수님을 만나지 못한 영적 걸인이었다. 초가산간을 짓고 변화산에 머물기를 원했던 저 제자들처럼 지난달의 구원의 감격과 거룩의 경험이 우상이 되어 영적 앉은뱅이가 되어 있었다. 어쩜 하나님과 자주 만날 수 있는 거룩한 공간 안에 있으면서도 하나님과 가장 멀리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난 그래도 괜찮은 수도자라는 영적 자만심과 태만이 나의 마음을 갉아먹고 있는 지도 모른 채 말이다. 내가 지금 주목해야 할 것은 나 자신도, 능력도, 경험도, 사역도, 나이도, 경건의 모양도 아니다. 오직 하나님 한 분 뿐이시다. 온 마음을 다해 하나님을 향하지 않으면 마귀에게 쉽사리 그 틈을 내어준다. 마귀는 아주 작은 틈을 비집고 들어와 마음을 갉아먹고 영혼의 눈을 멀게 해버린다.

소화 데레사는 말한다. “예수님은 참으로 나의 유일한 벗이었습니다. 나는 그분밖에 담화할 줄 몰랐고 다른 담화는 비록 경건한 것일지라도 내 영혼을 피로하게 만들었습니다. 예수님만이 유일하게 내게 황홀할 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만일 다른 데서 아름다움을 얻어가지고 그것을 참된 것으로 생각한다면 큰 실패라고 내게 일러주십니다. 나는 이 세상에서는 우리 예수님 외에는 아무것에게도 포로가 되지 않겠습니다. 어떤 조물이든지 나의 마음에서 사랑의 작은 분자 하나라도 차지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예수님께 모든 것을 온전히 봉헌하길 원합니다. 예수님께서 당신만이 완전한 행복이심을 내게 일러주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만이 우리의 유일한 벗이 되어야 한다. 어떤 조물이든지 그 어떤 것으로도 우리의 마음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 오직 하나님 한 분만을 필요로 하고, 그 분만을 주목할 때 우리의 영혼은 살아난다. 하나님 한 분만을 집중키 위해 세상의 것으로부터 마음의 문빗장을 굳게 걸어 잠그고 기도에 온 정열을 쏟으려고 한다. 하나님 한 분만을 갈망하려고 한다. 그분과의 대화를 위해 다시 은밀한 골방으로 들어가 내 마음을 하나님으로부터 분산시키는 것들을 하나하나 찾아내어 퇴치하려고 한다. 예수님 외에는 그 어느 것에도 포로가 되지 말기를 바라며 하늘을 우러러 예수님 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그날까지 자신을 쳐 복종시키며 쉼 없이 달려갈 것이다. 나도 정말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천국에 들어갈 자격을 갖춘 것 같아요.” 라는 말을 예수님께 들려 드리고 싶다.

이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