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전의 문지기로 살고 싶다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텅 빈 성전에 앉아 홀로 쓸쓸히 기도드리면서 주님 왜 저를 부르셨어요?”하고 여쭙자 이런 말씀이 떠올랐다. “내가 여호와께 청하였던 한 가지 일 곧 그것을 구하리니 곧 나로 내 생전에 여호와의 집에 거하여 여호와의 아름다움을 앙망하며 그 전에서 사모하게 하실 것이라”(27:4). 이 성경구절을 놓고 주님께 그토록 간절히 기도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주님의 성전 문지기라도 좋사오니 주님 전에서 주님만 사랑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노라고 염원하던 그 때. 주님은 그 기도의 응답으로 나를 이 자리까지 부르셨던 것이다.

대학시절, 전공을 잘못 선택하여 적응을 못하고 학교를 그만두려고 하던 때가 있었다. 담당교수는 유학도 보내주고 다녀오면 조교도 하고 교수로 키워주겠다고 붙잡고 달랬다. 그런데 마음이 전혀 움직이질 않았다. 모든 게 부질없고 허무하게 느껴져서 과감하게 대학 중퇴를 했다. 이후의 삶은, 아무런 소망도 비전도 없이 그저 하루살이처럼 일락을 즐기며 탕자처럼 살았다. 주님의 은혜를 크게 체험하고도 세상으로 나가 방황하면서, 결혼하면 꼭 주님께 다시 나가겠노라고 혼잣말처럼 기도를 했다. 결혼과 함께, 주님은 기다리셨다는 듯이 나를 연단의 불 가운데로 밀어 넣으셨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고통스럽던 시절,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을 알기에 죽을 수도 없고 살자니 앞이 너무 막막했다. 그러나 그 연단의 환경으로 인해 주님을 간절히 찾게 되었고, 다시금 죄인을 찾아오신 주님 앞에 눈물을 흘리며 두 손을 들었다. 이제는 주님만을 위해 살겠노라고 고백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지만, 주님은 그것에 만족하지 않으시고 더 좁은 길로 나를 인도하신 것이다.

어느 날 한 청년이 여자친구와 함께 찾아왔다. 청년은 신천지에서 공부를 4개월을 했다면서, 신천지에서는 그곳에서만 말씀이 있고 구원이 있다고 하는데, 다른 교회에는 진짜 말씀이 없나 궁금해서 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성경공부를 시켜줄 수 있냐는 것이다.

마침 신천지에 빠진 시어머니 때문에 신천지의 교리를 조금 알고 있던 터라 열심히 반증구절을 말해주며 신천지가 잘못되었다고 말을 해주었다. 청년은 기본적인 성경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먼저 신천지교리를 배운 상태라서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시작된 성경공부를 몇 주 하게 되었고, 예수님만이 구원주 이심을 증명하는 구절을 찾고 연구하는 가운데 나를 은혜로 불러주시고 구원해주신 그 은혜가 새록새록 되살아나 감개무량하였다.

친구를 따라 멋모르고 신천지에 따라갔지만 진짜 진리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며 성경공부에 열심을 내는 젊은 청년을 보니 사랑스럽고 기특하다. 청년을 구원해주시고 진리를 깨닫게 해달라고 주님께 자꾸만 간청하게 된다. 세상이 주는 향락을 쫓아 살아가는 요즘 젊은이들 같지 않아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 진리를 모르고 삶의 의미도 비전도 찾지 못하여 방황하던 내 청춘을 허송세월한 것이 너무나 안타깝기에 청년들의 방황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다.

인생의 방황은 예수님을 만나면 끝나고 신앙의 방황은 좋은 교회를 만나면 끝난다고 하는데, 신앙의 방황은 좋은 교회가 아니라 참목자(멘토)를 만나야만 끝난다는 생각이 든다. 예수님을 영접하고도 영적으로 올바르게 인도해줄 영적인 멘토를 만나지 못하면 내 젊은 시절처럼 다시금 세상에 나가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일만 스승이 있으되 아비는 많지 아니하니 그리스도 안에서 복음으로써 내가 너희를 낳았음이라.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권하노니 너희는 나를 본받는 자 되라. 이를 인하여 내가 주안에서 내 사랑하고 신실한 아들 디모데를 너희에게 보내었노니. 저가 너희로 하여금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나의 행사 곧 내가 각처 가 교회에서 가르치는 것을 생각나게 하리라”(고전4:15-17).

영적으로 아비의 분량까지 장성한 믿음을 가진 멘토였던 바울은, 디모데를 자신의 역할을 대신할 만큼 영적으로 잘 훈련시켜서 고린도교회에 파송했다. 그리고 자신이 가르쳤던 삶과 영성을 기억하고 자신을 본받으라고 권하고 있다. 그것은 사도바울 자신을 드러내려함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삶과 영성을 일치시켰기 때문이었다.

많은 교회가 있고 목회자가 있지만 영적으로 아비의 믿음까지 장성한 목자는 만나기가 어렵다 부족한 나지만 열심을 다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러 주님의 선한 문지기가되어 이제 갈 길을 몰라 소망 없는 삶을 사는 이들을 주님께로 인도하는 데 더 충성을 다하고 싶다. “내가 하나님의 열심으로 너희를 위하여 열심 내노니 내가 너희를 정결한 처녀로 한 남편인 그리스도께 드리려고 중매함이로다”(고후11:2). 이 땅의 귀한 젊은이들이 정결한 처녀로 신랑되신 주님께 드려지는데 열심 가득한 중매쟁이가 되고, 나 또한 정결한 신부로서 주님 앞에 바로 설 수 있도록 부지런히 나를 닦아나가야겠다.

주선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