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이 명하셨다면

b9b0b4ed.jpg어느 화창한 봄날, 운전을 하며 가는데 화훼농장 마당에 파릇파릇하게 돋은 상추 모종이 보였다. 손수 심은 상추를 뜯어먹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았다. 여섯 모종을 사다가 스티로폼 박스에 구멍을 뚫은 후 농장에서 사온 비료와 흙을 덮고 물을 흠뻑 뿌려주었다. 빨래를 널고 걷으러 갈 때마다 오늘은 얼마나 자랐을까 궁금해 하며 유심히 살펴보는 일이 일과가 되었다. 베란다 창문을 통해 따사로운 햇살이 연초록 상춧잎에 쏟아져 내렸다. 햇빛과 물만 있으면 쑥쑥 잘 자랄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상추는 시들시들하며 자라지 못했다.

뒤늦게 안 사실인데 상추는 바람이 없으면 자라지 못한다는 것이다. 상추농사를 지으며 깨달은 것은, 식물은 햇빛과 물과 적정한 온도와 바람이 있어야 잘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중에 어느 것 하나라도 없거나 부족하면 잘 자랄 수 없다. 우리 영혼의 성장도 이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혼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말씀생활, 기도생활, 실천생활이 필요하다.

우리는 말씀을 읽으며 말씀이 육신이 되어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다.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다 기록할 수 없는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과 진리를 접하고 감격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하나님은 우리의 신앙인격이 예수님을 닮아감으로 영혼이 빠르게 성장하기를 바라신다. 그러나 대부분의 성도들은 방대한 말씀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정확하게 깨닫지 못함으로 영적인 목표와 방향과 가치관을 바로 세우지 못하고 표류하는 배처럼 흔들리며 살아간다. “오직 너희를 부르신 거룩한 자처럼 너희도 모든 행실에 거룩한 자가 되라. 기록하였으되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 하셨느니라”(벧전1:15-16).

하나님은 우리가 거룩한 자가 되기를 원하신다. 이와 같이 말씀 속에서 하나님의 정확한 뜻을 깨닫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 영혼은 말씀 속에 나타난 빛과 어두움, 속죄와 성화, 영적 성장과 종말론에 대한 진리가 풍성하게 공급되어질 때 빠르게 성장하게 된다.

요한계시록을 보면 성도의 기도가 천사의 손에 의해 하나님 앞으로 올라간다는 말씀이 있다(8:4).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통해 우리의 영혼의 성장을 이루신다. 죄와 정욕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우리의 영혼에 대해 상한 마음으로 끊임없이 십자가 밑에 나아갈 때만 하늘의 문이 열린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과 사람 앞에 스스로를 낮추고 우리의 길을 돌이켜 바르게 살아가라고 말씀하신다. 주님의 이 요청에 굴복해야만 우리에게 기쁨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상한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엎드려야 한다. 우리는 머리로는 동의하지만 육신에 속한 사람들이기에 말씀에 순종하기는 어렵다. 하나님의 은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기도하지 않고 우리가 어찌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할 수 있으랴!

말라기 선지자 이후에 400년간 하나님의 침묵이 계속되던 이스라엘 땅에 세례요한이 혜성처럼 등장한다. 그는 유대 광야에서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고 목청껏 외친다. 그리고는 나아오는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을 향하여 이른다. “독사의 자식들아, 누가 너희를 가르쳐 임박한 진노를 피하라 하더냐. 그러므로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으라”(3:7-8).

우리가 말씀을 읽는 가운데 하나님의 정확한 뜻을 깨닫고 기도를 통하여 회개를 하였어도 말씀을 실천하는 삶이 없다면 하나님의 심판의 불을 피할 수 없다.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다 들어 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7:21). 사실 바리새인들처럼 하나님의 율법을 온전히 지킨 자들도 드물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 행위의 결과물보다 동기에 훨씬 더 관심이 많으시다. 우리를 심판할 때 어떤 행동을 왜 했는지, 그 이유에 따라 심판하겠다고 말씀하셨다. 하나님께서는 보이지 않게 많은 일을 하고도, 인정받거나 감사와 격려도 거의 받지 못하는 사역을 경험하게 하신다. 우리가 진심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일했다면, 그리고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속에 있다면 우리는 하나님께 쓰임받은 것만으로도 감사할 수 있다. 주님을 섬기는 모든 일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의미 있고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예수님을 생각하면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하나님이 우리에게 어떠한 일을 맡기시는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병든 자를 일으키든, 가족을 위해 식사 준비를 하든, 선교지에서 사역하든, 누군가의 손발톱을 깎아주든 말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명령하신 분이 누구신가 하는 것이다. ‘무엇이 아닌 누가명하셨는지에 감동해야 할 것이다. 주님이 명하셨다면 그 자리에서 성령의 열매인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인내 등을 실천하며 주님의 성품을 닮아가는 것이 큰 기쁨이 될 것이다. 진심으로 기쁘고 분명한 고백이 우리 입술을 통해 나와야 한다. “여호와여 영광을 우리에게 돌리지 마옵소서. 우리에게 돌리지 마옵소서. 오직 주는 인자하시고 진실하시므로 주의 이름에만 영광을 돌리소서”(115:1).

우리의 영혼이 깨끗하고 순전하고 거룩하게 되어 신의 성품의 참예하는 자’(벧후1:4) 되기를, 주님의 부르심에 말씀과 기도와 실천의 삶으로 나아가길 소원한다.

박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