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복음 전파 목적은 캄보디아인들이 단순히 예수님을 믿고 구원받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좀 더 영적으로 깊이 있게 빛된 말씀으로 무장하여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을 부인하고 십자가에 못을 박아야 하는데, 주님의 빛 아래 나를 비춰보면 고개를 들 수 없고 한 없이 부끄러운 마음이다. 그래서 항상 주님이 모든 것을 다 보고 계신다는 의식을 하면서, 이곳 선교지에서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주님의 심판대 앞에 설 때 책망받지 않고 칭찬받을 수 있도록 정직하게 행하기 위해서 기도드린다.
때로 이곳에서 만나는 선교사들과 대화를 하고 상대를 눈여겨보면서 느끼는 점은, 주님의 밝은 빛 진리로 영적 가치관이 올바로 정립된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중요한지 모른다는 것이다.
얼마 전 같이 언어공부를 하다가 알게 된 어느 선교사의 사역지를 방문하게 되었다. 그분들의 사역지는 프놈펜 시 외곽에 있는 ‘쓰텡 민쩌이’라는 동네다. 일명 쓰레기마을인데 과거 쓰레기 매립지가 있던 곳이다. 저소득층들이 모여 살고 있으며 인구가 많이 밀집된 동네다. 먼저 오셔서 사역을 하고 계신 그분들에게 새로운 정보나 장래 사역에 좋은 참고가 될 만한 자료를 배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선교사 사회에서 서로 교류하면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현지에서는 아주 유익하고 중요하다.
그분의 남편 선교사는 프놈펜에 있는 한인 장로교협회에서 운영하는 현지인을 가르치는 신학교에서 강의도 하시고, 사모님 자신은 평일에는 교회에서 어린이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 한 명당 매달 5달러를 받고 동네 미취학 아동들에게 점심밥과 간식을 제공하면서 영어를 비롯하여 기초 학습을 시킨다. 유치원비는 5달러를 받고 있지만 실상 거저 베풀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그 돈을 받는 이유는 싸구려 유치원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부모들에게도 일종의 자부심과 책임의식을 불어넣어 주기 위함이다. 프놈펜 시에는 여러 사립학교와 유치원이 있는데 모두 부잣집 아이들만 다니고 꽤 많은 돈을 내야 한다. 그래서 부모들이 서로 자기 아이는 한 달에 몇 불을 내고 다닌다는, 좀 유치한 자랑을 한다고 한다.
현재 이 나라의 형편이 영어를 할 수 있어야 그나마 취직을 할 수가 있기 때문에 일단은 외국인이 운영하는 유치원은 영어를 잘 가르친다는 선입견이 있어서 선호하는 까닭에 인기가 있다. 그런데 한 번은 공휴일이 많이 끼어 있어서 유치원을 열흘 가까이 쉬게 되었는데 부모들이 매달 내는 유치원비 가운데 절반만 보냈다고 한다. 그런 모습이 너무 유치하고 야박스럽다는 생각도 들고 의욕이 상실되더라는 말을 그 사모님이 하셨다. 사실 돌보는 어린아이들에게 현지인 교사를 채용하여 가르쳐주는 것은 제외하고서라도 먹을 것만 따져도, 받고 있는 돈보다 몇 배로 더 많은 돈을 투자하신다.
영양가 있는 음식과 간식으로 한 달 동안 먹여주고 사랑과 정성을 들이고 있는 것을 눈으로 보고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맙게 생각하기보다는 휴일이 며칠 있어서 쉬었다는 관계로 5달러 가운데 절반을 깎아서 돈을 내는 부모들을 생각할 때 회의감도 들더라는 말을 털어 놓으셨다. 내가 볼 때 이분들은 아주 희생적으로 봉사하고 계셨다. 사실 그러한 이야기를 누구에게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선교사들끼리 만나면 주로 그런 이야기들이다. 그 사모님이 잘 아는 어느 선교사는 그런 비슷한 일들을 여러 번 당하고 나니까 이제는 아예 이 사람들을 강하게 대해야 된다고 하며 어떤 때는 아이들을 거칠게 대하며 함부로 무시하는 말을 한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선교를 하러 와서 오히려 자신의 영혼에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그 선교사가 말했던 마지막 부분의 내용들을 잠시 생각해 보았다. 우리가 다 예수님께 은혜를 받고 사명을 받아서 주님의 일을 하고 심지어 선교사로 파송되어 머나먼 나라에까지 건너와서 복음을 전하고 있지만, 과연 우리의 사역이 주님께서 보시기에 인정받고 칭찬받을 만한 일인가. 이 무덥고 삭막한 나라에 와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고생스러운데, 주님의 일을 한다고 하면서 정작 주님께 인정받지 못하고 상급받지 못하는 사역이라면 이 무슨 허망하고 안타까운 일이란 말인가?
주님께서 이 모든 일들을 순간순간 평가하신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성경의 빛된 말씀을 따라 인내와 사랑과 겸손으로 행동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선교지에서도, 어느 곳에서도 주님의 일을 한다고 하는 주님의 종들은 주님의 밝은 빛의 말씀을 배우고 무장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더 느끼게 되었다. 왜냐하면 영혼의 양심과 지성에 무슨 말씀이 새겨져 있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가치관이 형성되고 삶의 열매가 맺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다 명분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사역한다고 하는데, 어느 사역은 빛으로 드러나서 감동을 주지만, 어느 사역은 전혀 그렇지 않은, 그저 자기의 본래 성질대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주님께서 붙잡아 주시지 않고 깨어 있지 않으면 악한 본성이 막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기도할 뿐이다.
“주님, 저를 붙잡아 주옵소서. 누가 보지 않는다고 나 혼자서 내 맘 내키는 대로 하는 선교가 아니라, 항상 주님을 경외하며 가장 밝은 빛이신 주님의 모습과 성자들을 배우면서 저의 선교 사역이 주님께 기쁨을 드리는 빛과 향기가 나타나는 선교가 되게 해 주옵소서.”
캄보디아 박용환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