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장미 꽃과 위대한 스승

 

지난 스승의 날, 선생님이 떠나신지 어언 9년 만에 병상의 증거자 공용복선생 기념관개관예배를 드렸다. 어찌나 기쁘고 감사한지 눈물로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드렸다.

빛을 남긴 참스승의 뜻을 기리기 위해 여수 애향원에 손양원 목사님 기념관이 있고, 전남에는 문준경 전도사님 기념관이 있다. 또 서울 영락교회에 한경직 목사님 기념관이 있고, 남원 동광원에 이현필 선생님 기념관이 있다. 우리 개신교 안에도 참스승들의 삶과 영성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기념관이 곳곳에 세워지고 있어 정말 감사할 일이다.

인도의 성자 썬다싱은 나의 어머니 품이 나의 스승이고 신학교였다.”라고 하셨고, 이용도 목사님께서도 나의 신앙은 나의 어머니 품에서 배웠다.”고 하셨다. 웨슬리 선생님과 교회사를 빛낸 위대한 성인들 뒤에는 위대한 스승이 계셨다.

나에게도 여러 참스승이 계시다. 선생님 기념관 개관예배를 드리며 참 스승들의 발자취를 생각하니 다시 한번 감사하고 마음이 뭉클하다.

나의 어머니는 나의 첫 번째 참스승이셨다. 어머니의 품은 나의 신학교였고, 등은 광야훈련소였다. 나를 등에 업고 아이고, 우리 이쁜 강아지, 토끼 보러 가자. 우리 이쁜 아들 깍꿍!” 물동이를 이고 우물에 가실 때도, 장에 갈 때도 업고 가시고, 소화가 안 되면 배를 쓸어주시면서 손끝을 실로 감고 바늘로 손을 따주시며 우리 아들 잘 참네.” 하셨다. 초등학교 때 옆 짝꿍에게 얼굴이 꼬집혀서 집에 들어오자 아버지가 이놈아, 왜 맨 날 맞고만 오냐.”라고 야단을 쳐 울고 있었다. 그러자 먹을 들인 삼치마로 눈물을 닦아주시며 남이 때린다고 같이 때리면 못써. 참는 게 복이여. 참는 사람이 이담에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거여. 우리 아들 참 잘했네.” 하셨다.

밤이면 호롱불 밑에서 웃어른을 공경하고 형제지간 우애 있게 살아야 되는 겨. 다 심은 대로 거두는 법이여.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란다. 살아있는 것은 죽이면 안 된다. 나중에 다 벌 받는 거여. 착하게 살아야 이담에 천당 가서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좋은 집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거여.”

동네 아주머니들 집안에서 싸우고 더는 못살겠다고 찾아와 울면서 하소연하면 부엌에서 불을 때시면서 참고 살다보면 다 지나가는 거여. 새끼들 놔두고 어디를 가. 이거 가지고 어여 집에 들어가.” 하셨다. 어머니의 영성신학은 참고 살다보면이었다.

20년 넘게 목회하며 학생들 가르치면서 늘 하는 말이 참고 살다보면 하나님께서 다.” 이게 내 답이다. “, 또 그 얘기요. 누가 그거 모르나요?” 짜증을 내며 전화를 끊는 사람이 있다. 그래도 그게 답이다.

두 번째 참스승은 공용복 선생님이시다. 나의 영적 눈과 귀를 열어주시어 영적인 목표와 방향과 가치관을 확실하게 깨닫게 해주신 진정한 스승님이시다. “힘들어요. 선생님!” 하면, “힘들다고 엄살 부리지 마세요. 손해 볼 각오를 하고 억울한 일을 당할 각오를 해야 승리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죽겠어요. 선생님!” 하면, “죽도록 충성하라고 하셨으니 죽도록 충성해야지요.”라고 권면하셨다. “, 주여 차라리 북한으로 들어가서 복음 전하다 잡혀서 아우지 탄광이나 정치범수용소에 들어가서 생고문 당하며 사는 게 낫겠어요.”라면 박력 있는 수도사가 되십시오. 고난을 사모하면서 연단의 불구덩이로 뛰어드십시오. 우리의 모든 행실이 생명책에 기록되고 있다는 것을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이것을 생각하면 아까운 시간을 낭비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빛을 따라 사느냐, 죄성과 정욕을 따라 사느냐를 언제나 돌아봐야 합니다. 하루하루 순간순간 참고 또 참다보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셨다.

아무리 어려워도 참고 견디노라면 기적을 통해서라도 붙들어주시는 하나님을 끝까지 믿으라고 말씀하시며, 40년 동안 매일 매순간을 그렇게 참고 참으며 사셨다. “밝은 빛 가운데 최선을 다하면 하늘에 상급이 클 것입니다.” 유언처럼 남기신 말씀이다.

끝으로 나의 으뜸 되신 참스승은, 날 위해 십자가 위에서 피 한 방울, 물 한 방울 남김없이 흘려주신 예수님이시다(13:13-14). 열두제자들을 빛으로 양육하시며 끝까지 사랑으로 가르치신 예수님은 우리의 영원한 참 스승이시다. 부활 승천하신 후에 보혜사 성령으로 오셔서 우리를 가르쳐주시고 선한 길로 인도해주신다. 초대 일곱교회 목사님들에게도 주님은 선생님으로서 사도 요한에게 편지를 쓰게 하셨다. 그 중에 수많은 환난과 핍박 속에서도 끝까지 인내의 말씀을 지킨 빌라델비아 목사님을 크게 칭찬하시며 시험의 때를 면제해 주겠다(3:10)고 하셨다. 또한 생명의 면류관을 씌워주시고, 천국의 수도 새 예루살렘성에 들어가 살 수 있도록 약속하셨다.

주님은 참는 자를 크게 기뻐하신다.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이는 너희로 온전하고 구비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려 함이라”(1:4), “너희의 인내로 너희 영혼을 얻으리라”(21:19), “사랑은 오래참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견디는 것이라”(고전13:4-7).

완덕에 이르는 직통 계단은 인내다. 항구함을 가지고 꾸준히 중단 없이 전진하면 된다. 참스승이신 예수님은 참는 제자를 그렇게 사랑하셨다. “보라 인내하는 자를 우리가 복되다 하나니 너희가 욥의 인내를 들었고 주께서 주신 결말을 보았거니와 주는 가장 자비하시고 긍휼히 여기는 자시니라”(5:11). 성령의 열매를 맺기 위해서라도 인내가 반드시 필요하다.

오늘 우리의 스승님들이 말씀하시는 핵심은 참아라! 견뎌라! 끝까지 인내하라!’이다.

성녀 아빌라의 대데레사는 그 무엇에도 마음 설레지 말라. 그 무엇에도 너 무서워하지 말라. 모든 것은 다 지나가고 임만이 가시지 않나니 인내함이 모두를 얻느니라. 님을 모시는 이 아쉬울 무엇이 없나니 임 하나시면 흐뭇할 따름이니라.”고 하셨다.

위대한 스승들은 모두 무한한 인내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 주님은 십자가 위에서 다 이루었다라고 하시며 끝까지 참으셨다.

주님의 재림이 가까이 오니 지구상에 이상한 징조들과 수많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엔 세월호 사건이 사람들을 비통하게 하고 있다. 이 모든 게 우리의 참 스승이신 예수님의 강림이 가까이 오고 있다는 징조로 나는 믿는다. “그러므로 형제들아 주의 강림하시기까지 길이 참으라”(5:7).

은총수도원 담장에 핀 빨간 장미꽃들이 바람에 향기를 휘날리며 조금만 더 참으라고 한다. 십자가 위에서 붉은 가시장미꽃을 활짝 피운 예수님처럼, 선생님처럼, 어머니처럼 끝까지 참으라고 한다.

주님의 붉은 피 보혈의 은총으로 더러운 마음과 행실을 씻고 씻어 완전히 정결케 되면 신의 성품에 참예케 된다. 장기간의 고난을 통해 연단을 받고 정결케 되면 완덕에 이르게 된다. 그러한 분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인내의 면류관을 주님께서 씌워주신다고 약속하셨다.

토요일 밤 스승의 노래를 부르면서 학생들이 건네준 장미가 아직도 책상 위에 있다. 스승의 자격도 없는 내게 너무나 과분한 사랑이지만, 나를 향한 메시지로 들린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더 참으라. 붉은 보혈을 흘려주신 예수님의 사랑에 미쳐 살아라. 하나님 아버지를 향한 거룩한 충성과 열정을 본받으라. 네게 주어진 길을 끝까지 인내로써 잘 달려가라. 붉게 타오르는 네 생명을 너의 예수님께 온전히 드려라.

박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