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이긴 믿음

지난 1월 초, ‘세상을 이긴 믿음이란 주제로 45일간의 어린이 사경회가 열렸다. 추운 겨울 자녀들을 45일간이나 사경회에 믿고 보내 주신 부모님들의 넉넉한 마음에 감사가 흘러나왔다. 한 달 동안 릴레이 금식기도를 하며 준비한 정교사와 보조교사들. 어린이 집 교사로서 일주일간 자리를 비우시고 그 만큼 월급도 차감되는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아이들을 섬기고자 달려오신 선생님. 자신의 삶을 내려놓고 이곳저곳 멀리서 달려오신 선생님들의 헌신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나 밖에 모르고 점점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팽배한 이 시대에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랑과 희생과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정신을 배울 수 있는 45일간의 긴 사경회는 아이들에게도 선생님들에게도 너무나도 귀한 체험이 아닐 수 없었다.

54차까지 이어져 온 어린이사경회. 끊임없이 퍼 주고 또 퍼줘야 하는 어린이 사역자들의 자기희생과 헌신 없이는 지금까지 결코 진행될 수 없었다. 아직은 서툴지만 중, 고등학생인 보조 선생님들도 자신의 시간을 아껴 가며 손과 발로 아이들을 섬기었다. 사랑으로 보듬을 때마다 점차적으로 아이들의 상처가 치유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또한 아이들이 세상 가운데서 믿음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해 가는 것을 볼 때마다 기특하게 여겨졌다. 아직은 손이 많이 가고 천덕꾸러기 같은 아이들일지라도 사랑으로 은혜로 덮어 주신 웃어른들의 인정어린 배려에도 감사가 되었다.

사경회가 시작되기 전 아이들이 말씀을 어려워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매일매일 진행되는 긴 특강도 흐트러지지 않은 채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유치부 아이들까지도 귀를 종긋 세우며 들었다. 아이들의 열정어린 눈빛과 사모함에 교사들의 열의도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다. 맑은 물에서 활기차게 뛰어 오르는 1급수의 물고기처럼, 누룩이 없는 순수한 무교병의 말씀에 팔딱팔딱 뛰는 아이들의 숨결이 느껴졌다.

강한 빛의 말씀이 아이들의 말과 행동과 생각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다. 불편한 환경들과 빡빡한 일정 가운데서도 짜증내면 세상에 지는 거잖아요. 거칠고 사나운 환경을 이겨야죠.”라면서 맑은 미소를 짓는다.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아이들을 향한 하나님의 하실 일이 너무나 기대가 되었다. 매일매일 이어지는 예배와 공과공부, 특강과 부흥회 등 여러 가지 영적훈련들을 통하여 아이들이 영혼의 양식으로 배부름을 얻으면서 점점 더 밝아져갔다.

목요일에는 체험활동으로 “Cross Way”인 십자가 도보순례가 있었다. 아이들 체형에 맞춰서 한 전도사님이 손수 제작해 주신 십자가를 번갈아 지면서 중간지점인 Y교회까지 도보로 왕복 순례를 하였다. 하필 그날따라 평소보다 기온이 뚝 떨어지고, 칼바람이 불었다. 얼굴과 손이 발갛게 달아올랐지만 아이들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처음에는 십자가를 지기 싫어하는 아이들도 점차 시간이 지나자 십자가를 서로 지려고 하였다. 십자가 배너를 한 아이들의 어깨에 나무 십자가가 올려 질 때마다 십자가 어린이 군대가 연상되었다.

Y교회에 도착한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따끈따끈한 오뎅국을 맛있게 먹었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수련원으로 향하는데 아이들의 발걸음이 힘찼다. 추위도 무거운 십자가도 아이들에게 더 이상 고통이 아니었다. 예수님과 함께 걷는 은혜의 길이었다. 좁은 도로와 길목을 십자가를 지고 지나는 데 한 아이가 예수님도 이런 좁은 길을 십자가를 지고 가셨겠지요.”라면서 발그레한 얼굴로 함박웃음을 짓는다. 아이들은 그렇게 세상을 이기는 믿음을 하나씩 몸으로 직접 체험해 가고 있었다. 아이들은 힘겨워하는 아이들의 십자가를 함께 져 주기도 하면서 함께 그 십자가의 길을 걷기도 하였다.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하셨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보면, 요즘 아이들이 너무나 유약하게 자라는 것 같아 걱정이었다. 너무 유약하고 이기적이며 인본적인 모습들이 많다. 이런 강도 있는 훈련을 통해 강인한 정신력과 지구력을 키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을 많은 어린이들과 부모님들이 알면 좋겠다. 마귀와 세상과 거칠고 사나운 환경과 싸워 이기신 예수님을 알아야 한다. 순간순간 어린양들을 사랑으로 보듬으시는 예수님의 손길이 느껴져 가슴 찡한 45. 순수한 아이들도 예수님처럼 세상을 이기며 진리 안에 우뚝 서길, 이기신 예수님을 따라 힘차게 정진하길 기도한다.

이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