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영광

 

예수님을 만난 것이 제 삶의 최고의 축복입니다. 예전에는 제가 가고 싶은 길, 하고 싶은 일,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면서 주님의 부르심에 귀를 막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남편과 아이의 불치병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사건을 통해 제 뜻을 내려놓고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겨우 신앙의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저는 한 치 앞밖에 볼 수 없어서 남편이 원망스럽고, 고통만 주는 예수님이 야속하게 느껴졌습니다. 마음이 너무나 고통스러워 한 밤중에 성전에 나와 기도도 못하고 그저 울고만 있는데 어디선가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왜 나를 핍박하느냐?” 깜짝 놀란 저는 “제가 누구를요?”라고 반박을 하였습니다.

그 때 또다시 음성이 들렸습니다. “네가 핍박하는 남편이 바로 나란다.”

집안 내력을 알리지 않은 남편과 시댁 식구들을 원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에 그들의 마음과 입장을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의 음성을 들은 후 많은 것을 생각했습니다. ‘그래, 이 병은 희귀병이라 투병중인 어머니 당시에는 병명을 알 수 없었지. 본인이 유전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겠지. 알렸다가 파혼을 당할까 두려웠겠지.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마찬가지로 나도 알리지 않았을거야.’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남편이 불쌍해졌습니다. ‘아프고 고통스러워도 이야기조차 할 수 없으니 본인은 얼마나 절망스럽고 힘들었을까? 성경말씀에 병든 자에게 한 것이 예수님께 한 것이라고 했으니 병든 자인 남편이 바로 예수님이라는 말씀이구나.’

주님의 음성을 듣고 살아계심을 체험한 저는 열심히 기도해서 육신의 치유를 받아야겠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영혼의 치유는 별로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치유는 되지 않고 병은 더 중해져 갔습니다. “주님,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당신의 뜻은 무엇입니까?” 현실이 고달프고 힘들기에 피하고 싶고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여전히 완고하고 굳은 마음으로 인해 쉽게 상처받고 상처를 주며 살아가는 자신한테서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아파하고 갈등하는 가운데서 주님은 저의 내면에서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암담하고 열악한 상황에서 그저 헛수고 같기만 했던 그 아픔들이 주님이 주고 계시는 은총임을 깨닫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린 것입니다.

주님은 저를 새로운 사람으로 만들어 주님의 빛으로 채워 주시고 싶으신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어려운 길을 걷게 하시는 주님께 투덜거리며 고통의 길을 억지로 따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예수님께서 저에게 주시고자 하는 하늘의 기쁨이 저의 생활 가운데 별로 없었습니다. 구원의 감격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 대한 저의 사랑은 미지근한 상태였습니다. 저는 제 자신을 계속적으로 동정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면 누구든지 슬퍼하고 절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직도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주님의 뜻을 따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윤중이 또래의 친구들이 학교에 가는 것만 봐도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가족들이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만 봐도 서글퍼졌습니다. 누군가 권면의 말을 하면 ‘내 입장이 되어 보지 않았으면서…’ 이런 모습을 통해 어느 순간 주님은 제가 영적으로 죽어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제가 제 자신을 동정하고 있는 한, 제 속에 숨어 있는 죄를 발견할 수 없기에, 주님과의 영적인 사랑도 기대할 수 없고 저의 삶에서 기쁨도 열매도 기대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저를 위하여 피를 다 쏟아주심으로 온전한 구원을 이루시고 주님의 형상을 닮을 수 있게 해주셨는데, 저에게는 주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독선과 아집, 미움과 시기와 질투, 비난과 판단, 자신을 위한 자랑과 변명들, 허례와 위선, 집착된 사랑 등. 죄로 가득 찬 생활로 인하여 삶은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큰 고통에 찬 능욕과 죽음까지 불사하신 주님은 우리를 극진히 사랑하십니다. 우리가 걷는 길이 평탄한 길이든지 고통의 길이든지 주님의 희생적인 사랑에 감사와 사랑으로 되돌려 드리는 유일한 길은 죄에서 돌이키는 회개의 삶뿐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선하신 손길에 모든 것을 맡기고 죄와 피 흘리기까지 싸워갈 수 있는 은혜를 구해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의 보혈을 의지하여 죄와의 싸움을 지속적으로 할 때 우리는 주님의 거룩하심에 참여케 되는 영광을 얻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을 만난 것이 최고의 축복이라면 예수님의 사랑이 마음에 부어지는 것은 최고의 영광입니다.

“다만 이 뿐 아니라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 소망이 부끄럽게 아니함은 우리에게 주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은 바 됨이니”(롬5:3-5).

이 고난의 길 끝에 주님이 주시는 최고의 영광이 기다리고 있기에 오늘도 쉼 없이 달려갈 뿐입니다.

박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