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날 보리 베는 일을 하기로 약속하신 어머

여름철 농촌에서 보리 베기가 한창일 때였어요. 그 당시에 저희 가정은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형편 중에 있었지요. 어느 토요일 밤, 어머님께서 제 방으로 들어오시더니 여러 가지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갑자기 말씀하시기를 “내일은 이웃집에 보리 베는 일을 하러 가기로 약속했다.”고 하시면서 안방으로 들어가려고 하시더군요. 그때 저는 깜짝 놀라면서 “내일이 주일인데 교회에 가셔서 예배를 드리셔야지, 보리 베는 일을 하러 가시면 어떻게 합니까?”라고 말씀드렸지요. 그랬더니 어머니께서는 내일이 주일인줄 모르고 약속했다고 하시면서 안타까워하시더군요.

그래서 저는 내일은 주일이니까 이웃집의 보리 베는 일은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시고 어머니께서는 교회에 가셔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잠시 동안 생각하시더니 “내일은 저녁예배만 드려야 되겠다. 낮 예배 한 번 정도 빠져도 괜찮겠지.”라고 하시면서 내일은 약속을 했으니까 일하러 가시겠다고 하시는 것이었어요. 저는 예배드리기 위하여 꼭 교회에 가셔야 된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기 때문에 매우 마음이 아팠습니다.

제 마음은 그런 문제에 대하여 아주 예민한 상태였기 때문에 가족들이 주일을 한 번만 범해도 큰 고통을 겪었지요. 그래서 저는 어머니께 “저를 위하여 계속 기도하셔야 될 분이 주일을 범하고 남의 집 일을 하러 가시면 되나요?”라고 말씀드리면서 사정을 했지만, 거부하시면서 안방으로 건너가시더군요. 어머님께서 안방으로 들어가신 후 저는 몹시 마음 아파하면서 내일 어머니께서 보리 베는 일을 하러 가지 않고 예배를 드릴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기도를 드리게 되었어요.

그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던 제 마음속에 『좌행참』이란 책에 나와 있는 워치만 니의 경험담이 떠오르는 것이었어요. 그 책은 워치만 니의 설교집인데 전도활동을 할 때 경험했던 사실에 대한 간증이 담겨진 책이에요.

따왕 섬의 기적

워치만 니가 중국 본토에서 활발하게 전도활동을 할 때 공산주의 세력이 물밀듯이 밀려오자 쫓겨 다니다가 나중에는 본토에서 조금 떨어진 따왕 섬에 들어가게 되었지요. 본토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연단을 받다가 피신할 겸 전도도 하기 위해 따왕 섬에 들어간 것이었지요. 그때 워치만 니는 여섯 명의 동역자들과 함께 열심히 전도했으나 그 섬의 주민들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그 섬 주민들이 기독교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를 알아보았더니, 그 섬에 따왕 신이 있는데 그 신만 잘 숭배하면 복을 받고 평안하게 살 수 있다는 미신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워치만 니 일행의 전도사역은 조금도 열매를 맺지 못하고 실패를 거듭하게 되었던 것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 워치만 니 일행은 전도를 하는 가운데 섬 주민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매우 중요한 비밀을 알게 되었어요. 그 비밀은 이 섬에는 따왕 신에게 제단을 만들어 놓고 제사를 드리는 날이 정해져 있는데, 그날에는 500년 동안 한 번도 비가 내린 적이 없다고 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섬 주민들은 그날 비가 내리지 않는 이유가 따왕 신이 제사를 잘 드릴 수 있도록 돌보아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었지요.

그 섬의 비밀에 대하여 듣게 된 순간, 워치만 니의 동역자 중 한 사람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그렇다면 좋습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기도해서 그 제사를 드리기로 예정된 날에 틀림없이 비가 내리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담대하게 말하는 것이었어요. 비가 내리도록 하겠다고 담대하게 말했던 워치만 니의 동역자는 다른 동역자들과 같이 의논해서 결정한 것도 아닌데 오직 믿음으로 충만하여 순간적인 충동으로 말한 것이었지요.

그 말을 들은 따왕 섬 주민들은 비웃기도 하고 조롱을 하면서 만약 그 제삿날에 비가 내린다면 이 섬의 주민들 모두가 기독교를 믿겠노라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그 워치만 니의 동역자는 “여러분, 그 제삿날에 틀림없이 비가 내릴 것입니다. 두고 보십시오.”라고 담대하게 말했으나 나머지 동역자들은 몹시 걱정을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걱정하게 된 이유는 만약 그 제삿날 비가 내리지 않게 된다면 따왕 섬의 주민들은 기독교 복음을 더욱 완강하게 거부할 것이므로 따왕 섬에서의 전도여행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갈 것 같았기 때문이었지요. 주민들은 지금까지 500년 동안 비가 내리지 않게 해준 따왕 신이 이번에도 틀림없이 비가 내리지 않도록 해줄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의기양양하였습니다.

이렇게 되자 워치만 니의 마음이 몹시 착잡하게 되었어요. 그 당시에 워치만 니와 그 동역자들은 어떤 집의 처마 밑을 빌려서 지내는 형편이었는데, 그곳으로 돌아와서 하나님께 간절하게 기도를 드렸지요.

“하나님이시여, 저희들이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이 섬에 사는 불쌍한 영혼들을 전부 따왕 신이라는 사탄에게 지배를 당하도록 버려두시겠습니까? 만약 그 제삿날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이 섬의 주민들은 모두 기독교를 외면하고 멸망당하게 될 것이니 도와주시옵소서.”

그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던 워치만 니의 마음 가운데 “엘리야의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 엘리야의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라는 영감이 조용하게 떠오른 것이었어요. 그러자 워치만 니의 마음이 고요해지면서 확신이 생겼습니다. 워치만 니 일행은 섬 주민들과 약속한 것 때문에 제삿날이 지나기 전에는 전도해도 소용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성경을 읽으면서 기도하는 중에 그날이 오기를 기다렸지요.

그런데 제삿날 아침 일찍 깨어보니 비가 오기는커녕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어요. 그 순간 워치만 니 일행은 따왕 섬에서 복음을 전파하는 사역은 완전히 실패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한숨을 쉬면서 절망할 수밖에 없었지요.

실망에 빠진 워치만 니 일행이 합심하여 기도하는 중에 워치만 니의 마음 가운데 또다시 “엘리야의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라는 영감이 나타나는 것이었어요. 다시 말해서 섬 주민들이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가운데 따왕 신의 우상을 메고 제사 드리는 곳으로 가고 있지만, 하나님께서 엘리야 시대와 같이 비를 내려주시겠다는 영감이 워치만 니에게 또 나타난 것입니다.

이렇게 합심해서 기도를 한 후에 워치만 니와 그의 동역자들이 식사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하늘이 시커멓게 되더니 비가 쏟아지는 것이었어요. 그때 마침 따왕 섬의 주민들은 우상을 메고 워치만 니 일행이 머물고 있던 집 앞에 있는 도로를 통과하는 중이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많은 비가 쏟아지게 되자 섬 주민들은 우상을 팽개쳐버리고 도망하게 되었고, 그 우상은 팔다리가 부러지고 망가져서 길바닥에 버려지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워치만 니 일행의 전도사역을 돕기 위하여 비를 내리는 기적을 나타내신 것이었지요. 이러한 기적이 일어난 후에 따왕 섬의 주민들 전부가 기독교로 개종하는 복을 받게 되었습니다.

엘리야의 하나님이시여 저의 기도를 들어주시옵소서

저는 워치만 니의 『좌행참』에서 읽었던 이러한 내용을 기억하면서 아무리 설득해도 소용이 없던 어머니를 위해 하나님께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기 시작했어요. “엘리야의 하나님이시여, 저의 기도를 들어주시옵소서. 엘리야의 기도를 들으시고 비를 내려주셨던 것처럼, 또한 워치만 니의 기도를 들으시고 비를 내려주셨던 것처럼 내일 비를 내려주셔서라도 저의 어머니께서 일하러 가시지 않고 교회에 가셔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역사해 주시옵소서.”라고 간절하게 기도하다가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지요.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동쪽에 있는 출입문에 바른 창호지를 통해서 햇살이 비쳐드는 것이었어요. 그 순간 저의 마음속에는 ‘그러면 그렇지, 저와 같은 사람과 워치만 니와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는가!’라고 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 찼었지요.

그때 어머니께서는 아침 일찍 일터에 나가시려고 준비하신 음식을 쟁반에 담아 오셔서 저는 그 음식을 먹고 있는 중이었는데, 햇살이 비쳐 들어오던 동쪽 출입문이 갑자기 어둑어둑해지더니 툭툭 하고 요란한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어요. 기와지붕 둘레에 붙어 있는 함석으로 된 차양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였지요. 그때 저의 마음이 감격스럽고 감사한 마음으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그날 갑자기 비가 많이 쏟아지니까 어머니께서는 보리를 베러 가실 수 없게 되었고 결국 교회에 가셔서 예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신기하게도 비는 잠깐 동안 내렸다가 그쳤고 금방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것이었어요. 그런 현상을 흔히 호랑이가 장가간다고 하지요. 이렇게 보잘것없는 인간이지만 비를 내리는 기적으로 저의 기도를 들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렸지요. 그 당시에 저는 어머니께서 주일 예배를 한 번 정도 지키지 못하신다는 것 때문에 그렇게 애절하게 기도할 정도로 철저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