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를 요리하라

 

성경에는 지극히 평범한 일에도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살전5:16-19). 여기서 범사란 평범한 일상사를 의미한다. 평범한 일상생활 가운데 지극히 작은 일에도 감사하라는 것이다 

현실을 받아들이는 용기

얼마 전 국민일보에 실린 칼럼에 미국의 여류작가 MFK 피셔가 전쟁 중 최악의 식량부족을 겪던 1942년에 쓴 늑대를 요리하는 법에 대한 기사가 있었다. 늑대는 인생에서 겪는 고난을 상징한다. 작가는 피할 수 없는 이런 엄청난 세력의 늑대를 만나 고생하면서 은행의 잔고와 상관없이 잘 사는 법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이유는 범사에 감사했기 때문이었다.

친구들과 점심을 먹는 것, 고양이가 귀를 긁는 소리를 듣는 것, 침실 램프 아래 조용히 책을 읽는 것 등 큰 일이 아닌 작은 일, 소소한 범사에 고마움이 느껴질 때 행복해질 수 있었던 자신의 경험담을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갑작스런 실직으로 대출받은 주택대출금을 급히 상환해야만 하는 위기, 가족이 운영하던 사업의 파산, 가족 중에 누가 장기치료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병원비, 한파 속에 시급히 수리해야 하는 보일러, 마침내 멈춰버린 10년이 넘은 자동차.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인생의 빨간불이 켜진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애태우다가 삶을 비관하게 된다.

2014년 새해가 밝았지만 삶의 무게에 어깨가 무거운 사람들이 많다. 지금 우리나라는 가계부채 1000조원 돌파, 치매환자가 56만명의 고령화 사회, 청년실업률이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자영업자들은 권리금 폭탄을 앉고 있는 실정이다. 서민들은 불안과 염려, 근심, 두려움이란 불청객과 만나 떨고 있는 상황이다.

두려움과 불안, 근심은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든다. 마음에 쌓이는 부정적 감정의 찌꺼기들은 지속적으로 치워내지 않으면 눈덩이처럼 커져 마침내 우리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다. 만약 산속에서 먹잇감을 찾는 늑대를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염려와 불안과 두려움의 포로가 되지 않도록 찾아온 늑대를 잘 달래서 돌려보내야 한다.

정신분석학자 칼 융은 내면에 깊이 도사리고 있는 어두운 자기(self)’그림자라고 불렀다. 융은 어두운 자기 즉 그림자란 세상이 인정하는 면만 보이려고 속에 꼭꼭 숨겨둔 창피한 감정, 고약한 충동, 끊지 못한 악습, 부정적인 성격 등이 합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이유는 현실에서 자신이 누리고 있는 것들을 잃어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두려워말라

우리는 지금 나를 힘들게 하고 두렵게 하는 사람들과 그런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기에 성경엔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는 말씀이 유난히 많다. 하나님은 내가 어떻게 너를 고난 가운데 건져내었는지 그 일들을 기억하라고 하신다. 지난 과거 우리 중에 누가 고난을 당하지 않았던 사람이 있었던가. 하지만 그 고난 중에 함께 하셨던 주님, 범죄 하기 쉬운 환경 속에서 말씀을 지키는 영적인 훈련을 받게 하셨던 하나님. 마침내 그 환난을 소망으로 바꾸어주셨던 하나님께 감사한다면, 지금의 늑대를 잘 요리할 수 있지 않을까!

주는 나의 피난처의 저자 코리텐 붐 여사는 언니 베스와 함께 유대인을 도와줬다는 죄목으로 라벤스브룩의 나치포로수용소로 보내졌다. 수백 명의 죄수를 수용하는 마루침대가 즐비한 막사에 밀어 넣어졌을 때, 그곳의 불결함과 악취로 인해 치를 떨 수밖에 없었다. 비위가 상하고 구토증이 나서 더러운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는데, 벼룩들이 득실거리고 있었다. 코리는 울먹이는 소리로 베스, 이런 곳에서 우리 어떻게 살지?” 했다.

그때 베스는 하나님께서 범사에 감사하라고 말씀하셨잖아.”라고 대답했다. 그들은 둘이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사실, 성경이 있다는 사실, 복음을 들어야 할 사람들이 이곳에 많다는 사실로 인해 감사하기 시작했다. 또 베스는 벼룩에 대해서도 감사했다.

그러나 코리는 그건 너무해, 하나님도 내가 벼룩에 대해 감사하게 만드실 수는 없을 거야라고 불평했다. 베스는 거듭 말했다. “하나님은 어떤 환경 가운데에서도 감사하라고 하셨어. 즐거운 환경에서만 감사하는 것이 아니야, 벼룩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환경의 일부분이야.” 코리는 그때의 감정을 이 책에서 털어놓고 있다. “그때 우리는 침대 옆에 서서 벼룩에 대해 감사 기도를 드렸다. 그러나 그때 나는 베스가 정말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두 자매는 다른 죄수들과 기도하고, 상담하고, 성경을 가르치면서 간수들의 저지를 받지 않은 이유를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포로수용소의 악랄한 간수들은 벼룩 때문에 코리와 베스가 들어가 있는 막사 근처에도 오기를 꺼려했던 것이다. 코리는 어떤 환경에서도 감사하며 이기게 하신 하나님을 경험한 것이다 

늑대를 요리하라

감옥과 수도원은 고립이란 점에서 비슷하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수감된 죄수가 수도자와 같은 감사의 마음을 가질 때 감옥은 수도원으로 승화될 수도 있고, 반면에 수도자가 불평의 마음을 가질 때 수도원은 감옥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가 고독하게 되면 될수록 나를 부르시는 하나님의 음성이 더 잘 들린다. 역경을 극복하게 되면 믿음이 견고해지고 더 지혜롭게 되고 하나님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이것이 역경 속에서도 감사해야 하는 이유다. “고난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인하여 내가 주의 윤리를 배우게 되었나이다”(119:71). 풍부한 인간미, 믿음, 온유, 겸손, 정직, 사랑, 책임감 등은 순탄한 환경보다는 역경에서 더 연마된다.

사람이 살다보면 원치 않는 고난이란 늑대를 만나기 마련이다. 그 늑대를 어떻게 요리할 것인가? 만일 이 늑대를 만났을 때 불안과 근심과 두려움의 포로가 된다면 결국 영적인 침체에 빠지게 될 것이다. 예배가 짐이 되고 찬양이 사라지고 심령이 메마르고 기도가 안 되고 서서히 감사가 사라지게 된다. 신앙생활을 하다보면 영적 침체를 경험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단지 자주 빠지는 사람과 가끔 빠지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늑대를 잘 물리친다면 영적인 성장과 인격의 성숙이란 값진 선물을 받게 된다. 올해는 작은 감사로 늑대를 잘 요리해보자.

이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