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가 보낸 편지

오두막(The Shake)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평범한 가장이었던 저자가 여섯 자녀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로 쓰기 시작했던 첫 소설이 가까운 지인들의 입소문만으로 퍼져 전 세계 2500만 독자들을 감동시켰다.

주인공 맥은 신앙심이 깊은 아내와 세 아이를 둔 평범한 가장이었다. 주일에 온 가족과 함께 교회로 가지만 하나님을 향한 불신과 상처가 깊었던 그는 기도도 찬양도 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맥의 아버지는 주일성수를 하고 겉으로는 좋은 사람처럼 보였지만, 술만 마시면 엄마를 때리고 자신을 학대했다. 어느 날 심한 구타를 당한 후 집을 뛰쳐나와 상처를 껴안은 채 오랫동안 살아갔다.

이후 하나님을 파파라고 부르는 독실한 아내를 만나 평온하고 일상적인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 가족여행을 갔는데, 그곳에서 가장 사랑하고 특별했던 막내딸 미시가 괴한에게 유괴를 당한다. 결국 딸의 시체와 함께 피 묻은 빨간 드레스만 외딴 한 오두막에서 발견되고, 거대한 슬픔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낸다.

어느 겨울, 파파라는 발신자에게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하고 주말에 오두막으로 오라는 내용이었다. 범인이 보낸 편지일수도 있다는 추측에 오두막으로 갔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딸의 슬픈 기억만 떠올라 분노하며 울부짖었다. 그런 맥 앞에 누군가 나타났고 오두막은 천국처럼 바뀌었다. 그곳에서 세 명의 사람(삼위일체의 하나님)과 만나게 되면서 맥은 풀리지 않던 문제를 서서히 풀어갔다. 어린 시절 용서받지도 용서하지도 못한 아버지에 대하여, 딸 미시를 죽인 살인자에 대하여, 그리고 모든 사건 중심에 있는 하나님에 대한 이해와 용서와 사랑을 경험해간다. 맥이 파파를 향해 왜 인간은 고통을 당해야 하는지?’, ‘왜 미시를 죽게 내버려 두었는지?’, ‘왜 살인자를 용서해야 하는지?’ 분노하며 혼란스러운 질문을 할 때 결국 사랑이라는 답을 주시는 하나님을 만나게 된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 대한 극한 분노와 미움으로 아버지의 술병에 독약을 타고 도망쳐 나왔다. 육신의 아버지와 파파 하나님에 대한 원망으로 살아가던 그가 자녀를 잃는 큰 슬픔을 통해 자신의 모든 허물과 죄를 덮으시고 사랑으로 용서하시는 파파를 오두막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이후 과거에 얽매이지 않게 되었고, 타인의 허물을 재빨리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긍휼의 사람으로 변해갔다.

오두막은 우리의 모든 비밀과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픔들, 그리고 모든 상처들을 묻어둔 마음속 깊은 비밀 장소이다. 동시에 하나님께서 우리를 만나주시는 사랑과 은혜의 자리이며, 회복과 치유,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자신만의 비밀과 숨겨둔 상처들로 가슴앓이를 하다가, 결국은 하나님 안에서 해답을 찾게 된다. 파파이신 주님은, 우리가 하나님을 외면하고 혼자 신음하고 아파할 때도 끊임없이 사랑의 편지를 보내고 계시다. 때론 우리가 전혀 느끼지 못하는 순간에도 한 통의 위로의 편지가 날라 온다.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느냐? 내 아들의 피 묻은 옷을 보렴.” 우리 내면 깊이 숨겨진 수많은 상처와 쓴 뿌리와 아픔들을 치유하시고 싸매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그러나 고난과 거대한 슬픔 앞에서는 우리의 잣대로 하나님을 평가하려고 한다. 아프고 힘든 상처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거기 파파와 내가 있다. 나를 향한 파파의 계획과 뜻이 있고, 그것을 깨닫지 못해 힘들어하는 어린 내가 있다. 우리의 삶을 운행해 가시는 하나님의 경륜 앞에 고개를 숙이면, 하나님은 파파의 큰 손으로 나를 일으켜 세울 것이다.

허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