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위에 새긴 감사

얼마 전 용서에 대한 주제로 아이들 설교를 준비하다가 좋은 영상을 발견하고, 아이들보다도 설교를 준비한 제가 더 은혜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여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길도 험하고 가야 할 길이 멀어서 사이좋게 길을 가다가도 두 사람은 사소한 일로 다투는 일이 있게 되었습니다. 말씨름을 하다가 한 친구가 분을 참지 못해 상대방 친구의 뺨을 찰싹 때리고 말았습니다. 뺨을 맞은 친구는 황당하고 화가 나기도 했지만 꾹 참고 아무 말 없이 모래 위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나의 뺨을 때렸다.’ 두 사람은 서로 불편한 마음이 있지만 갈 길이 멀어 또 발길을 재촉합니다.

한참 길을 가다가 큰 웅덩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여행길로 더웠던 두 사람은 물속에 들어가 헤엄을 치기로 했습니다. 신나게 헤엄을 치고 있었는데 아까 뺨을 맞았던 친구가 물속에 깊이 패인 곳을 잘못 디뎌 중심을 잃고 물속에서 허우적대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친구는 그 모습을 보고는 얼른 다가오더니 물속에 빠진 친구를 구해주었습니다. 물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은 숨을 돌리고는 다시 길을 떠나게 됩니다. 친구 덕에 생명을 구하게 된 친구는 돌판 위에다가 돌멩이로 글을 새기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나의 생명을 구해 주었다.’ 생명을 구해준 친구는 그의 행동이 의아해서 물어봅니다. “어이 친구, 저번에 우리가 싸웠을 땐 모래 위에 글을 쓰더니, 오늘은 왜 돌판 위에 힘들게 글을 새기는가?” “허허! 서운했던 일은 모래 위에 써서 쉽게 그 글이 없어져 기억속에서도 금방 잊어버리려고 하는 것이고, 고마웠던 일은 돌 판에 새겨서 기억에서 잊지 않으려 하는 것일세.”

너무나 의미 있는 예화여서 그 감동이 내내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살다보면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나를 서운하게 할 때도 있지만, 가장 어려울 때 힘이 되어주고 고맙게 해 줄때도 참 많이 있습니다. 고마웠던 행동 열 번이 있었고 서운했던 행동이 한 번 있었다면 우리는 그 서운했던 일 한 가지를 두고두고 기억하면서 씁쓸해 합니다. 이제는 마음을 바꿔서 고마웠던 일은 돌 판에 지워지지 않게 새겨서 그 일들을 내내 기억하며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고,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서운했던 일들은 모래 위에 써서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면 쉽게 사라지도록 해야겠습니다.

사람은 죄성과 정욕 또 결점을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예수님처럼 온전해지고자 노력은 하지만 순간순간 모순된 모습을 보일 때가 있습니다. 진리 안에 있다고 하지만 상대방을 미워할 수밖에 없는 사건과 상황들이 있습니다. 조급한 마음에 상대방을 기다려 주지 못하고 섭섭한 마음을 드러낼 때가 많습니다. 상대방도 성화되어지는 과정이고 나도 익어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울퉁불퉁하고 온전치 못한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땅에서 연단과정을 다 마치고 흰옷을 입었다면 하나님이 그를 천국으로 데리고 갈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누더기와 같은 더러운 영혼의 옷을 입고 있는 한 죄 냄새를 풍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 냄새가 너무나 역해서 숨을 쉬지 못할 것 같은 고통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감사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를 통해 하나님은 우리가 더 빨리 익어가도록 섭리하신다는 것입니다. 나의 부족한 부분, 안 되어진 모습, 진실하지 못한 모습, 연약한 모습이 있기 때문에 절실히 하나님 앞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고 매달릴 수 있다는 것 또한 감사한 일입니다. 성인들처럼 정말 멋있게 순간순간 온전히 빛을 드러내며 덕스럽게 행동할 순 없을까. 그런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게 됩니다.

작은 말 하나라도 상대방의 마음을 배려하며 진실하게 하길 원합니다. 많은 모임과 일들 가운데 주님을 앞서가지 않으면서 주님의 생각을 드러내며 서로 간에 막힘과 불협화음을 조율하며 분위기를 평화롭게 할 수 있는 빛 된 언어가 회복되길 소원합니다. 조심스러우면서도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는 말, 진실하고 사랑이 담긴 언어, 분위기를 어렵게 하지 않으면서 많은 사람들의 방패가 되어 줄 수 있는 언어, 기쁨의 언어로 주님의 덕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언어가 나를 통해 우리 모두를 통해 들려지길 원합니다. 신경질적이고 다듬어지지 않은 일상에서의 언어도 주님의 빛으로 자꾸만 조명하면서 건강하고 소망을 주는 언어, 상대방의 마음을 시원케 하며 생기가 돌게 하는 언어, 겸손하고 솔직한 언어가 삶 가운데서도 있어야겠습니다.

거칠고 사나운 수많은 환경 속에서 감사했던 순간들을 늘 되새기면서 고마워하는 자세를 가져야겠단 다짐을 하게 됩니다. 고마웠던 순간들을 기억할 때마다 다시금 마음이 따스해지고 편안해 짐을 느낍니다. 나를 어렵게 하고 기분을 상하게 했던 순간은 모래 위에 새겨 쉽게 잊어버리고, 서로를 섬기고 아껴주었던 순간들을 돌 위에 새겨 그것만을 늘 기억하며 서로간의 좋은 유대관계를 잘 유지하길 원합니다. 서로를 배려해 주고 인내해 주었던 순간들을 기억하며 마음의 풍요로움과 건강함을 잘 유지하는 삶을 영위하길 소원합니다. 먼 훗날 흰 돌 위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새 이름이 기록될 그날을 바라보면서 말입니다(계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