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의 별


지루한 장마 끝에 오랜만에 깨끗하고 맑은 하늘이 나타났습니다. 낮부터 속살을 드러내듯 파란하늘이 나타나더니, 드디어 밤에 이르러 아름다운 밤하늘을 드러내고야 말았습니다.
오랜만에 쳐다보는 밤하늘에는 빛나는 별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습니다. 오염된 대기들이 장마로 다 물러갔는지 유난히 아름다운 밤하늘입니다. 무언가 마음속에 나타날 것만 같은 설레는 밤입니다.
성 이냐시오는 자주 밤하늘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밤하늘의 경이로움과 그 아름다움 때문이었겠지요. 그는 성 프랜시스의 ‘태양의 찬가’에 매료되었다 합니다. ‘나의 주님, 당신은 찬미를 받으소서. 누님인 달과 별들에게서 찬미를 받으소서. 맑고 빛나고 사랑스럽게 하늘에 그들을 지으신 분은 당신이시나이다.’
이냐시오는 하늘에 달과 별들을 지으신 하나님께 찬양을 드렸습니다. ‘모든 것 안에서 하나님을 찾기’라는 이냐시오의 영성 안에서는 얼마든지 그리하였을 것입니다. 이렇게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는 밤에는 별들을 바라보며 태양의 찬가를 지을 수 있었던 프랜시스의 영감이 부럽습니다. 밤하늘을 바라보며 눈물을 지으며 찬미를 드렸던 이냐시오의 영성이 그립습니다.
어린 시절에 가끔 강가 모래밭에 누워, 또는 산모퉁이의 잔디밭에 누워 밤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별들은 같을 것인데 마음은 다릅니다. 어린 시절에는 하나님도 모른 체 그냥 신기하게만 느껴졌던 별들입니다. 총총히 수놓듯이 박혀있는 별들을 보며 참 별들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많아 어쩌면 당장에 머리위에 쏟아 질것만 같은 별들이었습니다.
조금 커서는 ‘저 별은 너의 별 이 별은 나의 별’하고 노래를 부르며 쳐다보았지만, 여전히 영적인 감동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별들을 바라볼 때마다 저 별을 지으신 하나님을 생각합니다. 저렇게 아름다운 별들을 지으신 참 아름다운 하나님. 그분을 생각합니다.
지금은 별들을 바라볼 때마다 별들을 바라보며 눈물을 지며 찬미를 올려드렸던, 성자들의 신앙과 영감과 영성을 부러워하며 바라봅니다.
우리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에게 하나님은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그렇게 많은 자손들을 주실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쩌면 그이후로 아브라함은 어려움을 당하고 실망의 날들이 오면,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그 밤하늘의 별들이 소망이요, 믿음이었을 것입니다. 별들을 바라보면 아브라함처럼 소망이 솟아납니다. 이 세상에서야 무슨 소망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살아있는 소망은 이세상의 소망이 아닙니다. 그것은 신령한 소망입니다. 영광의 주와 같은 형체로 변화되어 주님과 함께 천국에서 영원히 함께 하는, 그것이 살아있는 참 소망이 아니겠습니까?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을 믿고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볼 때마다 얼마나 믿음이 솟아났을까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 약속이 이루어질 때까지, 그렇게 오랫동안 믿음이 쇠하여 지지 않았던 것은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았기 때문이었을 것이지요.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그렇게 믿음으로 살았던 아브라함이 부럽습니다. 이처럼 별들이 빛나는 밤에는 저에게도 소망이 넘쳤으면 좋겠습니다. 이처럼 별들이 머리위에 떨어져 내릴 것 같은 밤에는, 저토록 아름다운 별들을 만드신 하나님께서 저에게도 믿음을 넘치게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계시록에 나타난 예수님의 오른손에는 일곱 개의 별들이 있습니다. 그 별들은 주님의 손에 붙잡힌 사역자들입니다. 어두운 죄악세상을 밤하늘의 별들처럼 빛으로 밝히라고 별들로 나타내시었나 봅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사역자가 되었지만, 한 번도 제대로 빛을 드러내지 못한 삶을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이렇게 별들이 빛나는 밤을 맞이할 때면 어디 숨을 곳이 없을까 두리번거려집니다.
기라성같이 빛나던 앞서간 사역자들이 몹시 부럽습니다. 어두운 죄악세상을 그토록 빛으로 밝혔던 별 같은 이 땅의 사람들! 주기철 목사님, 이성봉 목사님, 이용도 목사님, 무명의 스승이기를 자처하던 나의 스승 공 선생님.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실 때 동방의 박사들은 이상한 별을 보고, 별을 따라 아기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참 대단한 결단이었을 것입니다. 그토록 먼 길을 여행하려면 얼마나 많은 수고가 있었겠습니까? 무엇이, 어떠한 힘이 그 이상한 별 속에 있어 저들이 그 일을 행했을까요?
혹시 이 시대에 다시 오시는 주님을 나타내는 이상한 별은 없는 것일까요?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이 시대에 다시 오시는 주님의 별을 찾아봅니다. 그 별이 있다면 동방박사들에게 주셨던 그 용기와 결단이 저에게도 있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다니엘 선지자는 많은 사람들을 옳은 데로 인도하는 사람은 밤하늘의 별과 같이 영원토록 빛날 것이라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별들이 유난히 아름다운 밤입니다. 별들이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밤입니다. 다니엘 선지자가 말하던 옳은 데가 어디인지 세밀하게 알려주시는 음성이 들려질 것 같은 밤입니다. 그토록 아름답던 사람들에게 내렸던 영감과 감동과 용기와 결단이 함께 내릴 것 같은 밤입니다. 아름다운 별들을 만드신 분에게 함께 한목소리로 찬미를 올려 드릴 것 같은 밤입니다. 별들이 이상한 빛을 내어 줄 것 같은 밤입니다. 무엇인지 새로운 소망이 나타날 것 같은 밤입니다. 어디선가 믿음의 불이 훨훨 타서 이 불이 옮겨질 것만 같은 밤입니다. 어디선가 성자들의 아름다운 격려의 박수가 들릴 것만 같은 밤입니다. 장마 뒤에 밤하늘은 별이 있어 아름답습니다.
이안드레